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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7경기 10골' 정말 호날두 닮아가는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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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7경기 10골' 정말 호날두 닮아가는 손흥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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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한국선수 첫 멀티골…같은 나이때 호날두와 비교해도 손색없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17경기에서 10골.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이 이젠 월드클래스 골잡이로서 위용을 높여가고 있다. 종종 비교가 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와 견줘봐도 기세만큼은 이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페트로프스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C조리그 4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23분과 후반 28분에 연속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혼자서 선제골과 결승골까지 기록,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멀티골을 넣은 손흥민은 축구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9.1점을 받았다.

이와 함께 레버쿠젠은 3승 1패, 승점 9를 기록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더욱 가깝게 다가섰다. 레버쿠젠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지더라도 최소 유로파리그 32강에 나갈 수 있는 조 3위까지 확보했다.

레버쿠젠은 오는 27일 바이 아레나에서 열리는 AS 모나코와 5차전 홈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 주저하지 않는 과감한 슛, 명품 멀티골 만들다

일반적인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조금 더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공을 돌리거나 상대 선수를 제치려다가 슛도 때려보지 못하고 무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흥민의 슛은 다르다. 이미 손흥민은 주저하지 않고 기회가 나면 과감하게 슛을 때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경기에서 만들어낸 두 골 역시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 그대로였다.

첫 골은 프리킥 상황에서 나왔다. 미드필드 중앙 지역에서 시작한 프리킥에서 벨라라비에게 공이 연결됐고 이는 곧바로 손흥민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그대로 오른발 슛을 때렸고 공은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이 오른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번째 골은 역습에서 나왔다. 역습에서 스테판 키슬링의 스루 패스를 받았고 손흥민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발 슛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 홈·원정 가리지 않는 득점포

손흥민은 올시즌 17경기에서 벌써 10골을 넣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4골을 넣으며 팀 동료 카림 벨라라비(24)와 클라스 얀 훈텔라르(31·샬케04), 살로몬 칼루(29·헤르타 베를린), 아르연 로번(30·바이에른 뮌헨) 등과 함께 득점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득점 공동 선두를 형성하고 있는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 등에 불과 2골 뒤져있을 뿐이어서 언제든지 득점왕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다. 손흥민이 주전 경쟁을 벌이는 로테이션으로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붙박이로 뛰고 있다는 점 역시 향후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한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골을 넣은 경기는 모두 세차례다. 홈에서 두차례 득점을 올렸고 원정에서 한차례다. 하지만 홈에서 넣은 것은 1골씩 2골인 반면 원정에서는 멀티골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VfB 슈투트가르트와 경기에서 2골과 1개의 도움을 올리며 팀의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팀이 넣은 3골에 모두 관여했다.

또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골을 넣고 있다. 예선전까지 포함하며 5골이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기록은 32강 조별리그부터 인정한다.

3골의 분포 역시 홈과 원정이 고르다. 지난달 2일 벤피카와 홈경기에서 자신의 첫 UEFA 챔피언스리그 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보통 러시아는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러시아 관중들의 광적인 응원과 더불어 일반적인 유럽의 기후와 다른 점이 있다. 특히 시차까지 있어 원정팀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손흥민이 이런 원정의 불리함을 딛고 올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10승 2무, 12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제니트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 호날두 2006~2007 시즌 득점 행보 비슷

올시즌 가장 득점력이 뜨거운 선수는 단연 호날두다. 호날두는 올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0경기(9경기 출전)만에 17골을 넣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호날두가 처음부터 골을 잘 넣은 선수는 아니었다. 호날두의 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였던 것은 불과 한 시즌이다.

물론 호날두의 포지션이 지금처럼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 공격수인 점도 있다. 그러나 손흥민 역시 레버쿠젠에서는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측면에 위치한다. 호날두와 충분히 비교할 수 있다.

호날두는 맨유에 이적한 2003~2004 시즌만 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9경기에 나와 4골에 그쳤다. 호날두는 2005~2006 시즌까지 맨유에서 한자리 득점에 그쳤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데뷔골을 넣은 것도 2005~2006 시즌의 일이다. 2005~2006 시즌이라면 호날두의 나이가 불과 20, 21세때다.

그런 그가 비로소 맨유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두자리 득점에 성공한 것이 2006~2007 시즌 17골을 넣으면서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1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당시 호날두는 모든 공식 경기에서 53경기에 나와 23골을 기록했다.

지금 22세의 나이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21, 22세 때 호날두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손흥민 역시 어린 시절의 기록은 미미했다. 함부르크 SV에서 세 시즌을 보내면서 분데스리가 정규리그에서 두자리 득점을 기록한 것은 2012~2013 시즌이었다. 당시 33경기에서 12골을 넣었다.

2012~2013 시즌 맹활약으로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2013~2014 시즌 분데스리가 31경기 10골을 비롯해 독일축구협회 포칼컵 4경기 2골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어 손흥민은 올 시즌 들어 17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손쉽게 세 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물론 손흥민이 지금 호날두처럼 되려면 갈 길이 멀다. 호날두는 2007~2008 시즌 맨유의 주전 골잡이가 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서 31골을 넣었다. 빡빡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 속에서도 4경기만 결장하고 거의 경기당 1골을 기록했다. 호날두가 2006~2007 시즌에서 2007~2008 시즌으로 넘어오면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듯 손흥민 역시 또 한번의 잠재력 폭발이 필요하다.

손흥민은 최근 2경기에서 퇴장과 피로 누적 등으로 컨디션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아직 22세의 어린 손흥민에게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A매치와 빡빡한 리그 일정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은 UEFA로부터 경기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로 선정되며 슬럼프 논란을 잠재웠다. 손흥민의 무한 발전에 더욱 가속이 붙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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