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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이탈하는' 시청자들, 왜 '퓨전사극'에 낯가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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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이탈하는' 시청자들, 왜 '퓨전사극'에 낯가림하나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1.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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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방송된 퓨전 사극들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가 안방극장에 새바람을 몰고 오며 인기를 끌던 2000년대 초중반 시절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현실이 찾아온 것이다.

이처럼 처음 퓨전 사극이 등장했을 때와 현재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퓨전 사극들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을 통해 분석해 봤다.

▲ '태왕사신기' [사진=MBC 제공]

◆ 퓨전 사극의 바뀐 인기 패턴

우리나라 안방극장에 퓨전 사극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이다. 당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안방극장에도 고도의 CG 기술과 특수효과 등이 도입되면서 퓨전 사극이 대거 방송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시청자들에게 퓨전 사극은 신선함과 새로운 볼거리를 가져다준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얻을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 한류드라마의 원조 격인 '대장금'(2003), 백제 시대를 다뤘던 SBS '천년지애'(2003)와 조선 시대 다모를 재해석했던 MBC '다모'(2003),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태왕사신기'(2007) 등의 퓨전 사극이 시청자들에게 작품성으로나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퓨전 사극이 양적으로는 발전을 거듭했으나 대형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SBS '옥탑방 왕세자'나 MBC '구가의 서' 같은 소소한 인기 작품들이 이따금 나왔지만 방송된 작품 숫자보다 성공한 퓨전 사극은 극히 드물다. 거기에 작품성에서조차  제대로 된 작품들이 나오지 못하면서 퓨전 사극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 '닥터 진' [사진=MBC 제공]

◆ 현실성과 시청자의 공감 사이의 문제

최근 퓨전 사극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동떨어진 현실성으로 인한 일부 시청자층과의 괴리 현상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작품들이 바로 판타지 사극들이다. 판타지 사극들은 역사를 어느 정도 기반으로 한 퓨전 사극들과는 다르게 역사와는 전혀 다른 구성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내용을 그리다 보니 정통사극에 익숙한 중장년층 시청자들과의 괴리현상이 심각하다.

또한, 판타지 사극은 내용보다는 CG나 특수 효과 등 볼거리 위주로 제작된다는 점 역시 이 같은 괴리 현상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방송된 10여 편에 달하는 퓨전 사극 중 판타지 장르를 살펴 보면 '야경꾼일지'(2014), '구가의 서'(2013), '옥탑방 왕세자'(2012), '신의'(2012), '닥터진'(2012), '전우치'(2012) 등 절반 이상에 달한다.

케이블과 여러 방송사에서 활동 중인 황모 작가는 "최근 퓨전 사극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요소 중 하나가 너무 판타지 장르에 집중되는 탓도 크다"며 "이는 퓨전 사극이 역사적 내용을 조금이라도 다룰 경우 고증을 해야 하는 데 이를 뒷받침할 전문가도 많지 않고 만약 한다고 해도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야경꾼일지' [사진=MBC 제공]

◆ 비용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한계

최근 퓨전 사극들이 주춤한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비용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퓨전 사극의 경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만 한다. 화려하고 완벽한 CG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위한 특수 효과 등이 만만치 않은 투자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지난 2007년 방송된 '태왕사신기'다. 당시 '태왕사신기'는 사전제작 방식과 수백 억에 달하는 투자비용을 활용하면서 완성도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의 퓨전 사극들을 살펴보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작품은 전무하다. 대규모 투자는 고사하고 출연자들의 출연료 지급까지 제대로 못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SBS '신의'(2012) 같은 작품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의 완성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설픈 CG와 특수효과 등은 퓨전 사극을 지지하던 20~30대 젊은 시청자들의 눈높이마저 맞추질 못하면서 이탈현상을 가속화 시켰다.

예를 들면 2012년 방송된 '닥터진', '신의'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들 작품은 화려한 내용과 특수효과를 갖춘 판타지 사극이라는 홍보 문구와는 정반대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혹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전 CJ PD 이모 대표는 "최근 퓨전 사극들은 대규모 제작비용을 투입한 작품들이 사실상 없다"며 "이런 현상은 한때 대규모 제작비용을 투입했던 퓨전 사극들이 시청률 적으로 성공해도 이에 걸맞은 수익이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퓨전 사극에 대한 비용적 투자가 줄어든 이유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완성도 높은 퓨전 사극을 만들어도 수익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점 때문이다.

▲ '삼총사' [사진=tvN 제공]

◆ 퓨전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

퓨전 사극이 최근 외면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역사 왜곡 문제다. 퓨전 사극은 판타지 장르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들 작품의 특성은 역사를 각색하고 새로운 인물을 삽입해 전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작업에서 많은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MBC '기황후'(2013)를 들 수 있다. '기황후'는 애초 실제 역사적 인물을 드라마에 도입해 극을 이끌어갈 예정이었으나, 역사 왜곡 논란, 캐릭터 미화 논란 등에 휩싸이며 중심인물 대부분을 새로운 인물로 각색해 퓨전 사극이 됐다.

이런 모습은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 쉽다는 퓨전 사극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따르다 보니 퓨전 사극은 과감한 내용구성은 고사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내용이 속출하고 있다.

당연히 정통사극에 익숙하거나 사극의 현실성을 중시하는 시청자들은 이런 퓨전 사극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황모 작가는 "솔직히 역사를 기반으로 한 퓨전 사극이 가장 힘든 이유는 기존의 역사 고증을 토대로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범위만큼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 전문 인력의 부재가 심각해 제작사 측에서는 이런 작업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작품성이 떨어지고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고백했다.

▲ '구가의 서' [사진=MBC 제공]

◆ 퓨전 사극 전체를 다시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퓨전 사극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퓨전 사극에 들어가는 비용문제와 고증문제가 쉽지 않은 작업인 만큼 작품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제작을 시도해야만 한다.

이모 대표도 "퓨전 사극을 드라마로 바라보며 제작하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며 "이런 의식전환이 제대로 돼야 퓨전 사극이 진정한 장르로 뿌리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퓨전'이라는 이름만 붙어도 쉽게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청자들은 거의 없다.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 방송사와 퓨전 사극을 제작하는 관계자들은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고 제대로 된 퓨전 사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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