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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시간의 흐름'을 스크린에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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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시간의 흐름'을 스크린에 담아내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0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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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누구에게...' '목숨' 장기간 촬영으로 일상의 소중한 순간 포착

[스포츠Q 용원중기자]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촬영 기간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 평균 3개월 안팎이다. 프리 프러덕션 단계가 길어지거나 해외 로케이션, 보충촬영이 이뤄질 경우 기간이 좀더 늘어나긴 하지만 프로덕션 기간이 길수록 제작비는 상승하기에 이 정도 기간에서 마무리하는 게 대부분이다. 더욱이 한국영화의 경우 과거에 비해 (촬영)회차수가 단축돼 평균 제작비 30억원의 작품은 50~60회차를 넘기지 않는다.

최근 이런 시간의 법칙을 파괴하고,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상의 중요한 순간을 건져올린 영화가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 짧게 가공된 시간에서 맛보기 힘든 감상의 묘미는 각별하다. '보이후드'는 한 소년의 12년에 걸친 일상을, 다큐멘터리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는 유소년 축구단의 6년에 이르는 도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휴먼 다큐멘터리 '목숨'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맞이하는 시간을 1년 동안 촬영해 완성했다.

▲ '보이후드'의 6세 꼬마 메이슨(사진 위)과 18세 청춘으로 성장한 메이슨(아래)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시리즈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한 '보이후드'는 귀여운 여섯 살 꼬마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이 턱수염이 거뭇거뭇한 열여덟 청춘으로 성장하는 12년 동안 그와 그의 가족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메이슨은 씩씩한 싱글 맘을 따라 반복되는 이사로 새로운 학교와 낯선 도시에 적응하고, 엄마의 재혼과 이혼이 되풀이되면서 2명의 새 아버지를 겪는다. 청소년이 된 메이슨은 첫사랑을 경험하고 실연도 겪는다. 평범하고 인간적이며 감성이 풍부한 소년이 희로애락을 겪으며 대학생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파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보이후드'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배우와 제작진이 매년 만나서 약 15분 분량을 촬영함으로써 2시간45분의 전체 분량을 완성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의 바뀌어가는 말투, 신체변화, 헤어스타일, 패션, 내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과 아울러 이들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 변천사를 한눈에 지켜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극영화의 형식을 뛰어넘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연출 방식에 관객의 호응이 이어져 적은 개봉관 수의 다양성 영화임에도 지난 주말 12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최초인 경남 지역 아동센터 유소년축구단 '희망FC' 아이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지도자를 다룬 '누구에게나 찬란한'(11월6일 개봉)은 축구단 탄생부터 대회 출전까지 6년의 여정을 담았다.

임유철 감독은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가난하지만 그 누구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아이들,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의 굴레에 갇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헌신적으로 지도하는 지도자들을 자연스럽고도 균형 있게 다룬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성장영화의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차가운 현실을 녹이는 힘은 꿈을 향한 열정임을 투박하지만 우직한 영상으로 들이민다. 있는 그대로의 성격을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들의 6년에 걸친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보이후드'와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성장영화라는 점에서 같다. 각각 12년, 6년의 시간을 들인 설정은 성장영화에 매우 어울리는 장치로 여겨진다.

▲ '목숨'

환자들이 호스피스에서 머무는 시간은 평균 21일이다. 오는 12월4일 개봉되는 '목숨'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신의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다.

환자들은 자신이 살아갈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의지하면서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들은 자장면 한 그릇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기타 반주에 맞춰 춤을 추고, 게임을 즐기기도 하며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한다.

이창재 감독은 호스피스에서의 1년 동안 환자들의 시간을 수려한 영상미 속에 펼쳐낸다.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남은 삶을 소중하게 보내는 이들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에서 삶의 가치를 잊고 지내왔던 우리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준다.

오랫동안 끓인 곰국의 깊은 맛을 내는 3편의 영화는 과장되지 않은 일상 표현으로 영화의 진실성을 아로새기는데 성공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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