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33 (금)
은퇴 주희정, '불멸의 명품가드' 20년 결장이 고작 15경기였다
상태바
은퇴 주희정, '불멸의 명품가드' 20년 결장이 고작 15경기였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5.18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0년의 프로농구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하는 주희정(30)은 꾸준함이 화려함 못지않은 위대한 가치라는 걸 세상에 알린 위대한 가드였다.

주희정이 은퇴를 선언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그는 기자회견을 갖고 프로 20년 포함 30년을 누빈 농구 코트를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주희정은 “자신과 힘든 싸움을 이겨가며 여기까지 왔다. 농구인생에 후회는 없다. 항상 최선을 다했다”며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은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주희정은 타고난 스타가 아니었다. 집안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고려대를 중퇴한 뒤 1997년 원주 동부의 전신인 나래 블루버드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 성실함 하나로 최고 반열에 올랐다.

그는 ‘철인’이자 단점 극복의 아이콘이다.

프로야구 이승엽의 통산 홈런처럼 주희정의 통산 출장 횟수(1029경기)는 서장훈의 득점 기록(1만3231점)과 더불어 프로농구사에 깨질 수 없는 불멸의 기록으로 여겨진다.

주희정이 현역으로 버틴 20시즌 동안 그의 소속팀은 정규리그 1044경기를 치렀는데 그는 단 15경기에만 결장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실함의 영역이다.

이 부문 2위인 추승균 전주 KCC 감독(738경기)은 은퇴한 지 오래고 3위 김주성(원주 동부)은 현역이지만 688경기에 출전해 주희정에 무려 341경기 뒤진다.

주희정 역시 “운이 좋아서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다 소중한 기록들”이라면서도 “1000경기를 이룬 것이 첫 번째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1997~1998시즌 KBL 초대 신인왕을 비롯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플레이오프 MVP 등 개인상도 받았지만 그는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신기성의 화려함에 가렸던 가드였다.

그러나 누적 면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다. 최다 어시스트(5381개), 최다 스틸(1505개), 국내선수 트리플더블 최다(8회) 등 다재다능한 가드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정복했다. 리바운드 5위(3439개), 득점 5위(8564점)는 덤이다.

프로 초년병 때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장거리슛 능력은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3점슛 성공개수 2위(1152개)를 남기고 떠난다. 스스로를 “프로 때도 슛이 없는 반쪽짜리 선수라고 불렸다”고 디스할 정도니 주희정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트리플더블 10번을 채우고 은퇴하겠다고 했는데 못 이뤘다. 미련이 남는다. 당장이라도 휴가 끝난 다음에 훈련을 할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든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막연히 농구가 좋고 미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명품 가드’는 은퇴 순간에도 농구를 놓지 못했다. 이제 민소매 상의, 반바지 유니폼이 아니라 넥타이가 어울리는 주희정을 보게 된다. 

주희정은 “국내 프로 감독들의 장점만을 배우고 싶다”며 “여기에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훗날을 기약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