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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봅슬레이, 관건은 장비와 조종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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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봅슬레이, 관건은 장비와 조종 기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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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였던 출발 속도는 10위권 수준…출발 이후 속도 유지가 더 중요

[300자 Tip!] 한국 봅슬레이는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희망과 해결 과제를 동시에 봤다. 아직 이렇다할 관련 시설이 없어 '한국판 쿨러닝'으로 불리는 한국 봅슬레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결선까지 오르는 성과와 함께 더 좋은 기록을 올리기 위해 4년동안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그동안 한국 봅슬레이는 기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출발 속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체육과학연구원 이상철 박사는 장비나 조종 기술의 향상을 통해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출발 속도를 끝까지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의 출발 속도는 그렇게 뒤지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기록을 모두 찾아보면 10위권, 못해도 15위 안에는 충분히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세계 정상과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금 정작 중요한 것은 출발 속도가 아닙니다. 이 속도를 결승선까지 끝까지 유지해야 기록이 향상되는거죠."

▲ 체육과학연구원 이상철 박사는 한국 봅슬레이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발 속도 향상 뿐 아니라 썰매 장비 기술과 드라이빙 기술의 발달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원윤종-서영우 조가 스타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체육과학연구원 이상철 박사는 한국 봅슬레이가 어떻게 하면 기록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상철 박사는 지난해 여름 기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출발 속도에 대한 연구부터 실시하며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썰매 장비가 같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첫 출발 속도가 빨라야만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위팀들의 출발 속도가 빠르기도 하구요. 결국 출발 속도에 대한 연구를 위해 선수들이 어떻게 힘을 써서 썰매를 미는지 측정해 봤습니다."

이상철 박사는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썰매를 미는지 보기 위해 썰매에 측정 장비를 달았고 이를 세계 상위팀들의 출발 속도와 비교했다. 세계 상위 수준과 비교했을 때 크게 뒤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 체육과학연구원 이상철 박사가 지난해 선수들의 출발 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썰매에 설치한 측정 장비. 실제 측정 결과 한국 봅슬레이 선수들의 출발 속도가 세계 수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이상철 박사 제공]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도 출발 속도는 10위에서 15위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결국 관건은 출발 속도를 높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것이죠."

소치 동계올림픽 결과만 놓고 봐도 한국 봅슬레이의 출발 속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2인승 봅슬레이의 경우 시속 50.0km에서 50.3km가 나왔다.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팀의 시속 50.4~50.7km과는 약간 차이나 하지만 4위에 오른 또 다른 러시아팀이 시속 49.9~50.0km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제는 역시 속도 유지였던 것이다.

"속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썰매 장비 기술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드라이빙 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체육과학연구원 이상철 박사가 실시한 출발 속도 측정 연구에서 선수들이 측정 장비가 설치된 장비를 밀고 있는 모습. [사진=이상철 박사 제공]

실제로 봅슬레이 장비는 첨단 기술이 향연을 벌이는 곳이다. 유럽의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의 기술을 시험, 또는 과시하기 위해 봅슬레이 장비까지 제작한다는 것이 이상철 박사의 설명이다.

"독일 같은 경우는 BMW에서 직접 썰매를 제작합니다. 이윤이 나진 않지만 기술력을 올림픽 무대를 통해 알릴 수 있고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죠. 탄소섬유 복합체를 가지고 썰매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하죠.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탄소섬유 복합체로 썰매까지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도전했으면 좋겠네요. 썰매의 날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파일럿의 드라이빙 기술도 무시할 수 없죠. 파일럿의 드라이빙 능력이 속도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경험이 많아야 하고 경기 코스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어야겠죠."

▲ 현재 봅슬레이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BMW가 탄소섬유 복합체로 썰매를 직접 제작하는 등 최첨단 기술의 향연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이상철 박사는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썰매 장비를 개발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AP/뉴시스]

한국 봅슬레이의 기록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는 명확해졌다. 경험은 선수들이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면 얻어질 수 있고 출발 속도도 크게 뒤지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남은 과제는 하나다.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화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치까지의 경험을 정리,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개선방안을 마련한 뒤 조속히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최첨단 썰매 장비가 뒤따라야만 4년 뒤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가 더욱 큰 환호성을 지를 수 있다.

[취재 후기] 기록 향상을 위해 봅슬레이에 최적화된 선수를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출발 속도의 중요성 때문에 종종 육상선수들이 봅슬레이 종목에 도전하기도 한다. 자메이카 선수들이 봅슬레이에 첫 도전한 것 역시 빠른 발 때문이었고 미국 여자 봅슬레이팀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던 육상 선수들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여자 봅슬레이팀에도 육상 선수 출신이 있다. 그러나 이상철 박사는 "육상 선수들의 근육과 썰매를 미는 근육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무게다. 출발할 때는 가벼워야, 내려갈 때는 무거워야 유리하기 때문에 2인승 기준으로 선수의 무게 합계가 170kg 아래로 떨어져서는 안되고 썰매 포함 선수 무게 합계도 370kg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봅슬레이 하나하나마다 물리역학부터 재료공학까지 최첨단 과학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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