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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KB손해보험 구원투수 권순찬 감독, '변화의 미학'을 보여주리라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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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KB손해보험 구원투수 권순찬 감독, '변화의 미학'을 보여주리라 (上)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5.23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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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자원 업그레이드 위해 레프트 외인 영입…"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없애고 싶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야구에서 구원투수는 경기 시작 후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선발투수가 흔들릴 때 즉시 투입되는 자원이다.

따라서 구원투수는 자기가 언제 투입될지 모른다. 단, 이것만은 분명하다. 구원투수는 자기가 던질 수 있는 최상의 공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 권순찬 KB손해보험 신임 감독. [사진=KB손해보험 구단 제공]

2010~2011시즌 V리그에서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이후 봄 배구를 치른 적이 없는 구미 KB손해보험. 이후 성적은 6-5-5-6-6-6위다. 비밀번호를 제대로 찍었다. 꼴찌로 끝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줄기차게 하위권에 머물렀다. ‘미래가 불투명한 팀’,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감이 안 잡히는 팀’이라는 조롱까지 들어야했다. 2013년 창단한 안산 OK저축은행은 벌써 가슴에 별을 두 개나 달았는데, V리그 원년 멤버인 KB손해보험 유니폼은 여전히 휑하다. 2016~2017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강성형 전 감독은 용퇴를 선언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KB손해보험이 선택한 구원투수는 권순찬(42)이었다. 수석코치였던 그에게 지휘봉을 넘긴 것이다.

KB손해보험이 내부승격으로 감독을 임명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신 구미 LIG손해보험 시절 김상우 현 서울 우리카드 감독이 그러했다. 김 감독은 2010년 2월 박기원 현 인천 대한항공 감독이 사임하면서 감독대행을 맡았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김 감독은 2010~2011시즌부터 정식 감독이 됐다.

권순찬 감독은 프로배구 출범을 기준으로 KB손해보험 역사상 두 번째 내부 승격 케이스가 됐다.

처음 구단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안 받았을 때 느낌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 당황했죠. ‘내가 이걸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코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한 팀을 이끄는 감독이 되면 전혀 다른 플레이를 생각해야 하니 덜컥 겁도 났어요.”

그렇게 코치에서 사령탑이 된 권순찬 감독. 선수들 입장에서 하루아침에 호칭이 바뀌니 심리적인 거리가 생겼단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부산 출신)인 권 감독은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라 선수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 2016~2017시즌 경기 도중 득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KB손해보험 선수들. [사진=KOVO 제공]

◆ 바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단, '합리적으로' 바꿔!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선수단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색깔을 서서히 입히는 작업을 해야 했다.

권순찬 감독이 코치시절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며 느낀 건 기술적인 부분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단 운동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집중력이 높은 훈련에서 기술적인 발전이 생긴다는 게 권 감독의 지론이다.

권순찬 감독이 생각한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단,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단 지금은 많이 바꾸고 싶어요. 운동하는 스타일도 그렇고 선수들이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걸 바꾸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고 다른 팀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길 원해요. 구체적인 계획은 코치들과 상의할 예정입니다.”

합리적인 변화의 첫 걸음은 코치진 개편이었다.

기존 외국인 코치를 담당했던 손정식 코치가 수석코치로 승격됐다. 또, LIG손해보험과 수원 한국전력에서 세터로 뛰었던 이동엽을 코치로 임명했다. 권 감독은 “(주전 세터) 황택의가 실력은 좋은데, 아직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다. 이 코치가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를 잘 지도해준다면 많이 성장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곽승철 홍익대 배구부 코치를 수비 담당으로 선임해 화룡점정 했다. 이름값보다는 팀에 융화될 수 있는지를 더 우선적인 가치에 뒀다.

그 다음은 라인업의 변화였다.

이번에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다소 의외였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라이트가 아닌 레프트 공격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권 감독은 2017~2018시즌 외국인 선수로 알렉산드리 페레이라(26‧포르투갈)를 낙점했다. 김요한, 이강원 등 기존 국내 레프트 공격수들을 라이트로 기용하기 위해서였다.

“(김)요한이, (이)강원이가 아무래도 그 전에 리시브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습니다. 그걸 덜어주기 위해 라이트로 보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또, 페레이라가 리시브와 수비를 잘하다보니 레프트로 적합했습니다. ‘이 선수라면 우리가 뽑아서 김요한과 이강원의 라이트를 시험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황두연, 손현종으로 왼쪽 수비를 강화할 것입니다. 이렇게 선수들을 배치하면 공격력이 전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 선수를 레프트 자원으로 뽑은 또 다른 이유는 영건 세터 황택의의 토스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었다.

황택의는 공격수에게 공을 높게 띄우기보다는 경기를 빠르게 운영하는 걸 좋아하는데, 라이트로 이동하는 김요한과 이강원은 빠르게 올라오는 토스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왼쪽부터 권순찬 감독, 페레이라, 전영산 단장. [사진=KB손해보험 배구단 제공]

◆ 센터 FA 영입 않고 블로킹을 강화한다?

페레이라를 영입하면서 왼쪽, 오른쪽 공격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이제 중간만 보강하면 ‘봄 배구 프로젝트’의 정점을 찍을 수 있게 된다.

헌데 권순찬 감독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빼어난 센터 자원들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지만 기존 선수들의 분발로 높이에서 부족한 점을 만회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보상선수로 나가는 자원이 알짜일 확률인 높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센터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 믿는 구석은 바로 페레이라다.

신장이 2m인 페레이라가 레프트로서 블로킹도 좋다는 게 권 감독의 생각이었다. 주로 상대팀 외국인 선수가 맡게 될 라이트의 스파이크를 막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권 감독은 “페레이라는 블로킹뿐만 아니라 공격, 리시브, 수비가 다되는 것 같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주장도 했더라. 리더십과 책임감도 뛰어날 것 같다”고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굳이 센터 자원을 영입하지 않고 중앙을 강화시킬 복안이 권 감독에게는 있었다. 발상의 전환. 이 또한 권 감독이 팀을 변화시키기 위한 장치 중 하나였다.

▲ KB손해보험의 베테랑 센터 이선규(왼쪽). 팀의 높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선규가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사진=KOVO 제공]

◆ 부상 김요한-손현종, 새 시즌 전력구상 '키 포인트'

시즌 운영에 대한 콘셉트가 완성되면 이제 코트에 나설 ‘베스트 6’를 낙점해야 한다.

권순찬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크다. 아직 부상 선수들의 몸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의 주포 김요한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더불어 어깨 상태가 안 좋다. 여기에 레프트 손현종은 발목 부상 때문에 그간 코트에 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들이 최대한 빨리 재활을 마치고 복귀하면 다가오는 시즌을 운영하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지만 그 반대의 시나리오로 가면 매우 암울해진다.

특히 권 감독은 김요한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곧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와 부상이 자주 찾아오는 게 그 이유였다.

“외국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매우 세세하게 접근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어요. 지금과 같은 재활을 진행한다면 예전 요한이의 실력이 나올 것 같아요. 선수가 최대한 부상을 걱정하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완전히 회복됐을 때 코트에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 권순찬 감독은 누구보다 김요한(사진)이 건강하게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김요한과 손현종의 복귀가 더뎌진다면 기존 자원들 중에서 선택해 써야 한다. 권 감독은 ‘무한경쟁’을 강조했다.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이번에도 ‘추운 봄’을 보낸 KB손해보험 선수단은 다가오는 여름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스피드배구를 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에 적응 차 연습경기를 해볼 거란다.

“팬 여러분께서 매 시즌 실망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덜어드리기 위해 팀 분위기를 바꾸려 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변화의 미학’을 보여주겠다는 초보감독 권순찬의 자신감 있는 외침이다.

[이세영의 V파노라마] 배구전문가 2人에게 물었다, '권순찬호' KB손해보험이 강팀 되려면? (下) 으로 가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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