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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하와이 끝내 폐업, 그 안타까운 38년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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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하와이 끝내 폐업, 그 안타까운 38년 교훈은?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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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경남 창녕 부곡온천지대의 부곡하와이가 끝내 이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부곡하와이는 27일 홈페이지에 "5월 28일부로 폐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폐업 결정에 따라 산업화 시대에 국민의 고단한 삶을 위로했던 국민쉼터가 또 하나의 유물로 묻히게 됐다.

주 5일제는커녕 야근에다 특근에다, 휴일까지 반납하며 개발시대에 산업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국민들이 이름만 듣고도 '한국의 와이키키'를 그리며 부곡하와이에서의 하룻밤을 고대했던 그 시절. 부곡하와이는 당시엔 모두들 가고픈 '호사스런' 국민휴양지였다.

짧은 여름휴가라면 더욱 좋았다. 안되면 신혼여행, 수학여행 등으로라도 꼭 가보고싶은 온천이었고 물놀이터였다.

1979년 국내에서 워터파크의 원조로 문을 연 부곡하와이는 그렇게 산업화시대에 국민관광명소로 인기를 누렸다. 1987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기 전에 부모세대들은 온천, 자녀세대들은 물놀이로 함께 대가족 여행이 가능했던 몇 안되는 휴양지였으니, 그 영화는 연간 200만명의 내방객으로 증명됐다. 

46만2000여㎡에 국내 최고인 78도의 온천수를 자랑하는 부곡하와이. 200여개 객실을 갖춘 1급 관광호텔과 스파시설, 놀이동산, 실내외수영장, 파도풀장, 조각공원을 갖춘 워터파크의 원조로서 종합 스파리조트의 길을 개척했다.

즐길 거리, 놀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 연수와 학습, 휴양, 위락, 스포츠라는 5대 관광 기능을 거뜬히 맡았던 그 부곡하와이는 세월의 흐름에 뒤처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최고 연간 300만명까지 치솟았던 입장인원은 지난해 24만명까지 줄어들면서 최근 3년 간 100여억원 적자를 이기지 못했고 끝내 폐장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용인 에버랜드에 캐리비언베이가 들어선 뒤 많은 워터파크들이 생겨나면서 워터파크는 본격적으로 대형화, 다양화, 프리미엄화됐지만 부곡하와이는 옛 명성을 지켜내기가 버거웠다.

국내 워터파크 중 유일하게 먹거리를 챙겨 입장할 수 있는 서민휴양지로서는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시설 재투자 실패 등 경영진의 부실 경영이 이어지면서 부곡하와이 일본본사는 폐업을 통한 매각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부곡하와이는 2015년부터 온천보다 호텔, 골프장과 리조트에서 활로를 찾았지만 워낙 경남권에는 시설 좋은 골프리조트가 많아 경쟁이 되지 못했다.

본업인 스파 관련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가격책정을 현실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부곡하와이 워터파크 부분에 노후화한 시설 개선이 안돼 탈의실에서 곰팡이냄새가 난다는 등 이용객들의 불만까지 나오는 상황에선 온천과 불놀이객들조차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30여년 전 부모와 손잡고 부곡하와이 다녀왔다고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 사업화시대의 유년기 추억을 간직한 지금의 부모세대들이 다시 자녀들을 데리고 소박한 휴식을 즐길 수 없게 된 것이다.

부곡하와이 폐업 공지. [사진=부곡하와이 홈페이지 캡처]

그나마 부곡하와이는 창원 부산 대구 등을 대도시를 배후로 둔 덕에 38년 명맥을 이어왔지만 경상권 워터파크 중에서 오픈도 하지 못하고 실패를 맛본 사례가 있다. 동양 최대 사계절 워터파크를 목표로 건설되다 부도간 경북 영주 판타시온리조트다. 2007년 총 사업비 1600억을 투입해 워터파크를 비롯해 골프장, 테마형빌라 등이 결합된 종합 리조트로 건설돼다가 2008년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10번의 유찰 끝에 지난해 새 주인을 찾았지만 2011년 이후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됐다. 우후죽순식으로 들어서는 워터파크들이 저출산시대의 지방 인구 감소와 교통망, 유레저문화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거품이 낀 청사진만 앞세워 밀어붙이다 이같은 실패를 맛보고 있는 것도 워터파크 전성시대의 그림자로 볼 수 있다. 

쇠락해가는 지도 모르고 브랜드 명성만에 안주해서는 날로 변화하는 휴식, 여행 문화를 따라갈 수 없고, 장밋빛 구상만을 믿는 묻지마식 투자로도 경쟁력있는 레저문화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는 치열한 경쟁현실이다. 국민휴양지 부곡하와이 38년이 남긴 교훈까지 함께 추억의 뒷장에 묻혀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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