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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기아타이거즈 최원준 만루포, 김기태 무한신뢰-'피거솟 효과' 완벽한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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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기아타이거즈 최원준 만루포, 김기태 무한신뢰-'피거솟 효과' 완벽한 콜라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5.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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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3번 넘어졌지만 일어나 4번째까지 도전했다. 그리고 결국 통했다.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고 최원준(20)은 끝내기 만루포로 화답했다.

최원준은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8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첫 타석 안타를 날렸지만 이후 3차례 만루 찬스에서 침묵했다.

아직 신인티를 벗지 못한 최원준에게 가혹한 시련이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못 먹어도 고’였다.

▲ 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날린 뒤 안도섞인 표정으로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앞선 3경기에서 9타수 6안타로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롯데 벤치에 비친 최원준의 이미지는 그저 ‘풋내기’에 불과했다. 롯데는 승부처에서 득점권 타율 0.442(52타수 23안타)의 김선빈 대신 의도적으로 최원준을 택했다.

1점을 만회해 1-2로 따라가던 KIA의 4회말 공격 2사 1,3루. 롯데 선발투수 송승준은 김선빈에게 철저히 바깥 쪽 공만을 던졌다. 사실상 고의4구나 다름없었다.

송승준의 피칭은 김선빈이 타석에 있을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꽂아 넣었다. 결국 볼카운트 1-2에 몰린 최원준은 떨어지는 공에 쫓기다시피 방망이를 휘둘러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양 팀이 4-4로 맞선 7회 2사 2,3에서는 아예 김선빈을 거르고 1루를 채웠다. 야구에서 잘 알려진 약어로 ‘피거솟’이라는 말이 있다. 2009년 당시 KIA를 상대하던 투수들이 최희섭을 거르고 김상현을 상대하는 일이 많았던 상황에서 유래된 말이다. 김상현은 당시 상대 투수에게 화끈한 홈런포로 앙갚음을 하며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 분한 심정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을 잘 극복하며 김상현은 그해 시즌 홈런-타점왕과 최우선선수(MVP)를 석권했다.

최원준으로서도 ‘피거솟’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벼르고 타석에 들어선 최원준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3루 파울플라이. 4-4 동점 상황에서 다시 맞이한 9회. 1사 2,3루에서 롯데는 다시 김선빈 대신 최원준과 승부를 택했다.

▲ 최원준(왼쪽에서 3번째)이 결승 만루포를 때려낸 후  김기태 감독(왼쪽에서 5번째)과 코칭스태프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기태 감독은 대기 타석에 있던 최원준을 불러 세웠다. 김 감독은 자신감 있는 스윙을 요구했다. 직접 타격 자세 시범까지 보이며 위축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최원준은 김 감독의 지시대로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최원준은 손승락의 날카로운 변화구에 연신 헛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했다.

연장 11회말 최원준 타석에서 4번째 만루 밥상이 차려졌다. 1사 1,3루 상황에서 롯데 벤치에서 또다시 김선빈을 거르라는 사인이 나왔다. 롯데로서는 앞선 3차례 찬스를 무산시킨 최원준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최원준은 이를 악물었다. 앞선 타석의 실패에도 최원준은 거침 없이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잘 맞은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었다. 타구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최원준은 공이 펜스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1루를 향해 뛰었다.

최원준의 얼굴에는 기쁨보다는 “이제 됐다”는 듯한 안도감이 가득 묻어나왔다. 홈을 밟고 선수들의 축하를 받은 최원준이 향한 곳은 김기태 감독의 품이었다. 김 감독은 두 팔을 벌려 최원준을 따뜻하게 끌어안아줬다.

아무리 전도유망한 선수라고는 하지만 앞서 3차례나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타자를 한 번 더 믿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최원준을 향해 무한 신뢰를 나타냈고 이것이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같은 김 감독의 전폭적 신뢰가 KIA 선수단을 춤추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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