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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IFA U-20 월드컵 한국 결산] ① '난 놈' 신태용, 짙었던 그림자만큼 다채로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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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IFA U-20 월드컵 한국 결산] ① '난 놈' 신태용, 짙었던 그림자만큼 다채로움 빛났다
  • 이희찬 기자
  • 승인 2017.05.31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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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희찬 기자] 190일.

신태용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의 부임 기간이다. U-20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준비하기에는 촉박했을 시간이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최선을 다해 팀을 만들었다.

나름의 성과도 남겼다. 짙은 아쉬움만큼 화려하게 빛났던 신태용 감독의 도전이었다.

◆ 파격의 연속, 전술가형 감독의 탄생

▲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1월 20세 이하(U-20)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길지 않은 시간에 U-20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달성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1월 감독 부임 이후 U-20 대표팀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고자 노력했다. 지난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는 4-1-2-3 포메이션으로 포르투갈과 스포르팅 리스본을 상대했고 3월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에서는 3-4-3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을 실험했다.

신태용 감독은 U-20 월드컵 A조 리그 1차전 기니전에서 포백을 들고 나왔다. 이승우와 백승호를 측면에 놓고 이승모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했다. 결과는 3-0 승리.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는 완전히 다른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이상민-김승우-정태욱 스리백을 토대로 한 3-4-3 포메이션이었다. 김승우는 때로 최종 수비수보다 앞에 전진해 공을 운반하는 ‘포어 리베로’ 역할까지 수행했다.

잉글랜드와 3차전은 파격의 절정이었다. 하승운과 조영욱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한찬희-이승모-임민혁을 중앙 미드필더에 놓는 3-5-2 포메이션이었다. 변화는 계속됐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던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와 백승호를 윙어로 두는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신태용 감독은 포르투갈전 패배 후 “성적을 위해 3-7, 2-8로 점유율에 밀리면서 1-0으로 승리하기보다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이기는 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상대의 전술에 맞춰가며 수비적으로 대회를 운영했다면 먼저 수를 던지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 설익었던 전술 변화, 토너먼트 부진은 아직도

▲ 전술 변화 폭이 과도하게 넓다는 점과 토너먼트에서 유난히 작아진다는 점은 신태용 감독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사진=스포츠Q(큐) DB]

하지만 지나치게 잦은 포메이션 변화가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사용한 4-4-2 포메이션은 U-20 대표팀이 처음 시도한 포메이션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적어도 8강행을 노리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더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었다.

토너먼트 무대에서 허점을 노출한 것 역시 신태용 감독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2016 리우 올림픽 본선 때에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독일과 멕시코와 잇따른 승부에서 3-3 무승부, 1-0 승리를 거두며 파죽지세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온두라스에 0-1 일격을 당해 무너졌다.

올림픽에 앞서 진행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는 일본에 2-0으로 앞서다 내리 3골을 내주고 패하는 ‘도하 참사’가 발생했다. U-20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 카드를 총동원하면서 수비 불안감이 커지는 결과가 나왔다.

신태용 감독 특유의 과감한 전술 변화와 공격 전술이 토너먼트 무대에서는 ‘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난 놈’의 도전, 박수 받아야 할 이유

▲ 신태용 감독은 아시안컵, 올림픽, FIFA 주관대회에 모두 참가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됐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스포츠Q(큐) 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이 박수를 받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6개월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U-20 대표팀의 전력을 안정화했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백승호로 대표되던 U-20 대표팀을 ‘팀’으로 구성해낸 일은 어떤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강팀 상대로 전술싸움에서 이기는 경기를 펼치고자 했던 점도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많지 않은 47세의 나이에 올림픽, U-20 월드컵 무대에 감독으로 참가했고 2015년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때는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됐다. 성남 FC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을 만큼 프로 무대 경험도 충분하다.

각급 연령별 선수들과 폭넓은 교류를 통해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신태용 감독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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