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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동반 상승세 류현진-오승환, 성공 비결은 구종까지 닮아가려는 노력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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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동반 상승세 류현진-오승환, 성공 비결은 구종까지 닮아가려는 노력 덕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6.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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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4연전. 지난해에 비해 많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 야구팬들에게 모처럼 선물 같은 시리즈였다. 류현진(30·다저스)과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동시에 활약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오승환은 1일(한국시간) 경기에서 모두 나서며 ‘코리안 데이’를 성사시켰다. 류현진은 선발 등판해 6이닝 77구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피칭을 선보였다. 오승환은 팀이 역전한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시즌 12세이브를 따냈다.

 

오승환은 2일에도 9회초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안타 하나를 내줬지만 탈삼진 2개를 추가하며 이틀 연속 세이브를 수확했다.

◆ 고속 슬라이더 장착 류현진, 부상만 없다면 ‘AGAIN 2014’ 재현?

결과만큼이나 주목을 끈 것은 투구 내용이었다. 류현진은 오승환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오승환은 류현진의 특급 구종 체인지업을 활용하며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은 시즌 초반 속구 위주의 피칭으로 부진했지만 최근 변화구의 비중을 높이며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1일 경기에서는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속구(20개), 체인지업(23개)과 비등한 21개를 슬라이더로 던졌다. 속구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상대 우타자들은 몸 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슬라이더에 연신 당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체인지업이 정말 좋았다. 우타자를 상대로 던진 커터도 효과적이었고 빠른 공의 구속도 올 시즌 제일 빨랐다”며 “스트라이크 비율도 높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류현진은 MLB 2년차인 2014년 고속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해 효과를 봤다. 데뷔 시즌 명품 체인지업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2년차에 철저한 분석에 전처럼 잘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자 류현진은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높였고 2년차에도 14승(7패)을 거둘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투구 패턴 변화가 문제가 됐을까. 2014년 시즌 말 어깨 부상을 당해 2시즌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현지에서는 고속 슬라이더의 잦은 사용이 어깨 상태에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문제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었다. 류현진은 동산고 시절부터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7년,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 동안 쉼 없이 던졌다. 특히 빅리그 입성 후에는 익숙지 않은 장거리 원정과 시차 등을 겪으면서도 344이닝을 소화했다. 이상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부상 재발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에 이상이 가지 않는 선에서 슬라이더의 비중을 조절한다면 2014년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최근 투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 파이널보스 오승환, 투피치도 버거운데 체인지업까지?

지난해 오승환은 빅리그 첫 시즌에 79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총 1294구를 던졌고 구종별 구사율은 속구 60%(786구), 슬라이더 30%(90구)였다. 사실상 속구-슬라이더 투 피치 투구를 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체인지업은 7%에 불과했다.

지난해 호투를 계기로 올해는 트레버 로젠탈을 제치고 클로저로 시즌을 열었지만 오승환은 변화를 택했다.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높인 것. 총 455구 중 속구 59%(270구), 슬라이더 28%(130구)로 여전히 투피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지만 체인지업의 비중이 11%(48구)까지 높아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돌직구’ 외에도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가 효과적으로 먹혀들었지만 왼손타자를 상대로 할 결정적인 무기 하나가 아쉬웠다. 이에 왼손 타자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일 경기에서 체인지업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이스 어틀리를 큰 낙차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 아웃시켰다. 슬라이더와 함께 체인지업이 위력을 떨치자 묵직한 돌직구 또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현지 중계진은 “오승환의 체인지업이 정말 뛰어나다. 공의 움직임이 훌륭하다”며 “타자들은 눈높이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보고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마지막에 스피드를 유지한 채로 바깥쪽으로 휘어나갔다. 오승환의 주무기”라며 극찬을 보냈다.

구사비율만 늘린 것이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더욱 발전했다. 지난해 오승환이 던진 체인지업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52.2%(47/90)였다. 헛스윙 비율은 51.1%(46/90). 반면 올해 스트라이크 비율은 62.5%(30/48), 헛스윙 비율은 56.2%(27/48)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오승환은 26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하고 있다. 세이브는 내셔널리그(NL) 전체 3위다.

류현진과 오승환이 서로의 장점만을 닮아가며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둘은 놀라운 활약으로 즐거움과 함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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