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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테니스 왕자' 정현, 니시코리에 패했어도 박수 받아 마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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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테니스 왕자' 정현, 니시코리에 패했어도 박수 받아 마땅한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6.05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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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비가 큰 도움이 됐다.”

니시코리 게이(28·일본)가 정현(21·한체대)에 진땀승을 거둔 뒤 남긴 소감이다. 정현에게는 야속한 비였지만 니시코리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

세계랭킹 67위 정현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랭킹 9위 니시코리에 세트스코어 2-3(5-7 4-6 7-6<4> 6-0 4-6)으로 아쉽게 졌다.

▲ 정현이 4일(한국시간) 2017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랭킹 9위 니시코리를 상대로 강력한 서브를 넣고 있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경기는 원래 3일에 시작됐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상황에서 정현이 분위기를 뒤집었다. 니시코리는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고 실수를 연발했다. 3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잡아낸 정현은 4세트를 3-0으로 앞서갔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기 속개를 위해 1시간여를 기다렸지만 결국 해가 졌고 경기는 다음 날로 미뤄졌다. 4세트 3-0 상황에서 재개된 경기에서 정현은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세트스코어를 2-2로 만들었지만 5세트 살아난 니시코리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1-3으로 뒤진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따라 붙었지만 전날과 다른 니시코리의 컨디션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전날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니시코리는 전날 정현의 기세에 눌려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답답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니시코리도 정현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전날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비가 큰 도움이 됐다”며 “정현을 이기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어제보다 나았지만 힘들고 위협적인 상대였다”고 패자인 정현을 치켜세웠다.

정현은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제 했더라면 나에게 조금 나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니시코리는 하루가 지난 뒤 더 세게 치려고 하는 듯 했다. 더 공격적이었다”며 “톱랭커인 니시코리와 경기를 해 영광이었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실력 차를 인정했다.

아쉽지만 호평받아 마땅한 경기력과 성과였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평가받는 이형택도 커리어 전체에서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US 오픈 4회전 2차례(2000, 2007)가 전부다. 프랑스오픈에서는 3회전(2004, 2005)이 최고 성적이었다.

게다가 처음 US오픈 4회전에 오른 당시 나이는 24세였다.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21세 정현의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1위 앤디 머레이(영국)는 25세가 되던 해에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뒤 30세인 현재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정현은 매 대회마다 성장하고 있다. 백핸드가 유일한 장기로 꼽혔던 지난 시즌과 달리 서브가 몰라보게 좋아졌고 포핸드 스트로크 약점도 함께 보완했다. 특히 클레이 코트에서 강점을 보이며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10위), 가엘 몽피스(프랑스·16위), 마틴 클리잔(슬로바키아·53위) 등 상위랭커들을 연달아 격파했다.

대회를 앞두고 외신에서는 정현을 주목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 세계 28위 샘 퀘리를 상대할 때도 백중세를 예측할 정도로 정현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정현은 다음달 열리는 또 다른 메이저 대회 윔블던을 준비한다. 최근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급성장한 기량을 보인 정현이 잔디코트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적응에 전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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