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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셜록홈즈' 이충주, 냉정과 열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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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셜록홈즈' 이충주, 냉정과 열정사이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10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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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창작뮤지컬 '셜록 홈즈'는 2011년 초연 이후 탄탄한 스토리, 치밀한 극본과 연출로 지적 쾌감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추리 뮤지컬로 더뮤지컬어워즈,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11개 부문 수상과 전석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오는 11월1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명탐정 셜록(송용진 김도현)과 파트너인 왓슨 박사(박혜나 김은정)가 영국 최고 명문가 앤더슨가의 상속자인 아담으로부터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사라진 약혼녀 루시(정단영 문진아)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

 

◆ 올 하반기 ‘브로드웨이 42번가’ ‘더 데빌’ ‘셜록홈즈’ 잇따라 출연

쌍둥이 형제 아담과 에릭 역을 맡은 이충주(29)는 수려한 외모와 성악 전공의 탄탄한 가창으로 뮤지컬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피’다. 올해 하반기에만 화려한 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빌리, 창작 록 뮤지컬 ‘더 데빌’의 X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달달한 작품을 선택하지 않고 탭댄스를 춘다든가 강렬한 록 넘버를 부른다든가, 또래 남자배우들이 걷는 행보에서 벗어난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이렇게 필모그래피를 넓혀가는 건 오히려 제 장점이 되지 않을까요. 나중엔 나만의 엄청난 무기가 있어야겠지만 골고루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이제까지의 출연작 가운데 가장 욕심이 많이 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가득 차 모든 걸 다 바쳐서 준비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캐릭터를 골라가면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선배들의 말씀을 주로 들었던 포지션이었고, 연습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도 않았어요. ‘셜록홈즈’부터는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제시하면서 달려들고 있어요. 점점 젖어가면서 ‘이젠 내거구나’ ‘내가 하자’란 마음이 생겨요. 파면 팔수록 많은 얼굴이 드러나고, 해야 될 게 많은 작품이에요. 추리극 안에서 왜 이 남자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관객을 설득해야 하고,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도 빚어내야 하죠. 특히 결핍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 좋아요. 저와 너무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만난 것도 기쁘고요.”

이제까진 맡겨진 캐릭터를 이해하고, 잘 표현해보려고 했다면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게 된 건 처음이다. 자신이 이랬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훌륭한 선배들의 모습을 배우고 모방하며 ‘그들처럼만 해보자’란 생각에 ‘내걸 해야지’란 욕심은 훗날로 미뤘어요. 그런데 이번엔 아담·에릭 역을 함께 맡은 이주광, 테이 형과 색깔이 너무 달라서 모방이 불가능해요. 자연스럽게 ‘나만의 에릭을 해보자’란 목표를 세우게 됐죠. 근사하게 해내자...나머지 2명보다 잘 해보자가 아니라 여지껏 없던 에릭을 만들어 보자가 가장 큰 목표가 됐어요.”

◆ 쌍둥이 형제 아담·에릭 ‘1인2역’ 다른 결 연기에 도전

제작진에 따르면 이충주가 무대에 서는 순간, 아담과 에릭 분위기가 자연스레 풍겨 나온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느낌이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음은 아담스럽고. 가만있으면 한없이 여린 에릭이 불쑥 나타난다. 쌍둥이 형제지만 각기 다른 인물이기에 다른 톤의 호흡을 불어 넣어야 한다.

“자칫하면 ‘지킬 앤 하이드’가 돼버릴지 모르는데 두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외피적으로 목소리가 틀릴 거고요. 앤더슨 그룹의 1인자 아담은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친구예요. 포악하면서도 열등감 많은 캐릭터죠. 반면 에릭은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가녀린 캐릭터고요. 둘 다 결핍이 많은 인물이에요. 그런 다른 점과 공통점을 표현하려 애를 쓰고 있어요.”

이충주는 관객 입장에서 보는 재미가 클 거라며 세 배우의 ‘아담 & 에릭’을 분석했다. 이주광은 큰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센 기운이 편안하다. 순한 얼굴로 인해 부드러운 면도 능란하다. 아담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테이는 처음이 아니라 여유롭다. 감정선이 풍부하며 캐릭터에 센서티브하게 접근한다. 목소리가 촉촉해 에릭에 잘 어울린다. 자신은 별명이 ‘아가 에릭’일 만큼 소년의 감성이 도드라진다. 아담일 때는 칼에 베일 듯한 날선 느낌이 솟아난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외치는 구호가 있어요. ‘빛나는 추리, 음악, 스토리!’라는. 창작뮤지컬에 몇 편 출연해왔는데 스토리와 음악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수작이에요. 어떻게 이런 작품이 있지 싶을 만큼. 그러다보니 팀워크 역시 단단하죠.

 

그의 표현대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막 사랑에 빠진 남자의 흥분과 열정이 분출되고 있음이 감지됐다. 운명의 여자를 만나듯 뮤지컬배우 인생에서 한 획을 그을 작품을 만난 배우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더 데빌’을 하면서 제 연기와 노래가 업그레이드될 거라 기대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배운 건 대한민국 1, 2등 하는 배우들의 애티튜드예요. 저렇게 작품에 임하는구나! 오전 10시 콜인데 9시부터 나와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가짐이 바뀌어졌어요. 지금도 자랑스럽게 얘기해요. ‘난 버텨냈다’고. 이제 ‘셜록홈즈’에서 열매를 맺고 싶어요.”

◆ 예고에서 바이올린, 대학에서 성악 전공 후 뮤지컬계 입문

부산에서 태어나 20년을 살았다. 집안에 성악가가 있어서 어릴 때부터 성악을 듣고 자랐다. 예고에서 바이올린 전공하다가 경희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노래하는 건 즐거웠으나 정통 성악 발성에 반감이 생겨났다. 클래식 오페라의 틀에 갇혀있는 게 싫어서였다. 그래서 틈틈이 가요와 팝을 불렀다.

그러던 중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음악감독이 이충주의 노래를 듣고는 오디션 제의를 했다.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싱어 겸 언더스터디(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입되는 배우)로 출연하며 데뷔했다. 당시 김무열, 주원이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었다.

“어떤 작품인지도 모르고 오디션을 봤다가 초반에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록 뮤지컬이인데다 소재가 선정적이었고, 제가 무대에서 할 역할이 별반 없었거든요. ‘내가 이거 왜 하고 있지?’란 회의에 빠져 ‘뮤지컬은 아닌가보다’ 하던 순간에 무대에 중요 배역으로 3차례 투입됐어요. 그제야 ‘우와~이거구나!”란 희열을 맛보게 되더라고요. 부족한 게 많지만 이 바닥에서 한번 살아나보자라고 결심을 굳히게 됐죠.“

 

뮤지컬 배우에게 무엇보다 연기가 중요하겠다 싶어 연극 ‘쉬어 매드니스’ 오디션을 본 뒤 무대에 섰다. 이후 뮤지컬 ‘웨딩’ ‘브로드웨이 42번가’ ‘디셈버’ ‘라스트 로얄 패밀리’에 출연해오고 있다.

“성악을 전공했다고 ‘노래 너무 잘 하겠다’는 시선이 제일 부담이죠. 객관적으로 제가 대단히 잘 부르는 것 같지도 않아요. 발전, 보완해 나가는 과정일 뿐이죠. 물론 노래가 연기나 춤보단 편해요. 노래에 대한 지적을 들으면 내가 어떻게 하면 상대가 좋아하는지 빨리 캐치가 되고요. 반면 연기에 대한 코멘트를 들으면 계산이 되질 않아서 듣는 대로 실행했는데 ‘셜록홈즈’부터는 좀 바뀐 것 같아요. 내 중심을 가지고 수용을 하는 거죠. 요즘엔 몸을 쓰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요. 몸의 애티튜드에 따라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멋있게 보일 수 있거든요.”

◆ "여러 스타일 작품에 출연하며 한계 넓혀가고파"

이충주는 ‘성악 전공 배우= 클래시컬 대작 출연’이라는 공식을 거부한다. 자신은 젊기에 여러 스타일의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축적하길 원해서다. 탭댄스 비중이 90%에 가까웠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선택하고, 기존의 성악 발성을 폐기처분한 채 록 창법을 구사해야 하는 ‘더 데빌’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객이 저 배우가 하고자 하는 말과 표현하려는 걸 정확히만 알아줘도 좋은 배우라고 여겨요. 배우이다보니 공연을 보러 가면 초반엔 관찰자로 관람하는데 어느 순간 몰입해서 볼 경우가 있거든요. 그 정도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노래를 홍광호 박은태 선배 정도로 하거나, 연기를 조승우 김도현 선배처럼 하면 다른 거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하하.”

 

[취재후기]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에 푹 빠진 이충주는 10년을 앙상블 하다가 첫 주연을 맡은 기분이라고 현재의 느낌을 표현했다. 드라마 ‘마마’의 홍종현을 연상케 하는 오밀조밀한 마스크와 달리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인 그는 내년 2월에 서울 공연이 끝난 뒤 지방 공연으로 고향 부산을 찾아 자신의 성장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강함과 부드러움,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는 그는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공연계의 기린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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