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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타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슈틸리케 경질 근거는 '3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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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타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슈틸리케 경질 근거는 '3無'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6.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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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조금 더 여유 있게 준비해 다른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시리아전 1-0 신승을 거둔 뒤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조기소집까지 요구하며 준비한 경기지만 결과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슈틸리케와 감독과 한국 대표팀의 인연이 끝을 향하고 있다.

부임 초기 ‘갓틸리케’라는 칭송을 받던 슈틸리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됐을까. 진짜 경질이 해법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다.

▲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에선 8차전을 치르고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의 경질이 필요한 이유, 원칙과 제대로 된 철학, 경쟁력까지 3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 원칙은 어디로? 신뢰 잃고 결과도 못 챙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승승장구하며 철벽 수비를 바탕으로 준우승을 일궜다. 그 과정에서 K리그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라는 원석을 발굴했다. K리그 선수들 누구나 “나도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된 일이었다.

휴가도 반납하고 전국의 K리그 구장을 찾았다. 드디어 갖게 된 휴가에서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을 체크했다. 어느 팀에 있는지보다는 경기에 뛰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신이 잘 나타난 행보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까지 슈틸리케를 향한 지지는 확고했다. 권창훈(수원 삼성), 이재성(전북 현대) 등 국내파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몰수승 포함 8연승으로 최종예선에 올랐다.

‘수틀리케’, ‘슈팅0개’ 등의 굴욕적인 별명이 따라붙기 시작한 건 최종예선을 치르면서부터였다. 보다 강한 상대들을 만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슈틸리케의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K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는 선수들을 뒤로하고 경기에도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이름만 유럽파’ 선수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암울했다. 홈에서 중국과 카타르에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불안한 수비가 도마에 올랐다. 원정에서는 부진을 거듭했다. 시리아를 상대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고 이란전에서는 유효슛 0개로 졸전을 치렀다.

경기를 마치고는 “한국에는 소리아(카타르) 같은 선수가 없었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손흥민은 깊은 실망의 뜻을 표했고 한국에 입국해서는 이를 해명하기 바빴다. 잦은 선수 탓으로 신뢰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선 이재성과 교체로 투입된 이근호(강원FC)와 황일수(제주 유나이티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야 다시 자신의 기존 원칙대로 출전 경험에 바탕을 둔 선택을 한 슈틸리케. 자신이 내세운 주장마저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는 사령탑. 계속 믿어줄 수 있을까.

▲ 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14일 카타르전에서 만회골을 넣은 뒤 선수들에게 경기 속개를 재촉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슈틸리케의 철학은? ‘뒷키타카’에 던져진 물음표

슈틸리케가 처음 찬사를 받았던 것은 결과 덕분이었다. 아시안컵에서 단 2골, 그것도 결승전에서만 실점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2차 예선에서는 7경기에서 단 한골도 먹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무실점 경기가 많았다는 점 외에 명확한 색깔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최종예선으로 넘어오며 더욱 심해졌다.

바르셀로나를 거쳐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활약 중인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티키타카’로 불리는 패스 축구를 지향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한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 수비진을 혼란케 한다. 바르셀로나가 트레블을 넘어 6관왕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맨시티에 부임해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발 밑 기술이 좋은 클라우디오 브라보를 골키퍼로 영입했을 정도로 세밀한 패스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대로 샘 앨러다이스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은 롱볼 축구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최전방에 피지컬이 좋은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세워두고 롱 패스를 올리는 것에서부터 공격 작업을 시작한다. 주로 하위권의 팀을 강등 위기에서 탈출시키고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이처럼 감독은 성적을 떠나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슈틸리케의 인터뷰를 통해 보면 높은 점유율에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 기간 중에도 대부분 상대 팀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결과와는 무관했다. 백패스 등 상대에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하는 의미 없는 패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후방에서 패스를 잘 돌린다고 ‘뒷키타카’라는 웃지 못 할 별칭까지 붙었다. 유효슛도 제대로 날리지 못하는 높은 점유율에 비전이 있을까.

▲ 카타르전 패배를 당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 전락 한국, 세계무대에선 통할까

한국은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렸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8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컵 4강 신화’, ‘원정 대회 16강’에 기준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대회 본선 진출은 이미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 4승 1무 3패(승점 13)의 한국은 A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 앞선 2위다.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만나야 하는 만큼 결코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 지휘 하에서 아시아의 호랑이는 옛말이 됐다. 지난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중국과 최종예선전에서 0-1로 지면서 ‘공한증’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이 중국에 패한 것은 처음이었다. ‘창사 참사’라는 표현이 괜한 말은 아니었다.

이어 이날 카타르에 패하며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을 썼다. 상대전적 5승 2무 1패, 1984년 아시안컵(0-1 패) 이후로 패배를 몰랐던 카타르전에서 다시 패전의 멍에를 쓴 것. 게다가 카타르가 최종예선 8경기에서 넣은 6골 중 5골이 한국의 골망을 흔든 것이었다. 한국이 얼마나 만만해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카타르는 2승 1무 5패(승점 7)로 A조에서 5위, 중국은 1승 3무 4패(승점 6)으로 6위다. 약체를 상대로도 패하며 굴욕을 당한 한국 축구다.

일각에서는 슈틸리케 체제가 유지된다면 차라리 최종예선에서 탈락하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월드컵에 나가봐야 망신만 당할 것이 뻔하다는 것. 현재 한국 축구의 상황을 보면 틀린 말이라고 볼 수도 없다.

도무지 자리에 앉혀 놔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지난 3월 시리아전 졸전 끝에 승리한 이후에도 경질설이 불거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의 거취를 두고 회의를 거쳤지만 나온 답은 유임이었다. 대안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슈틸리케는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슈틸리케에게 물을 차례다. 믿음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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