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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여성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이 시작? MCU의 '캡틴 마블', 드라마 '슈퍼걸'과 '에이전트 카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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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여성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이 시작? MCU의 '캡틴 마블', 드라마 '슈퍼걸'과 '에이전트 카터' 까지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6.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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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가공할만한 괴력과 정의감, 소년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까지….

그동안 '히어로 영화'는 '남자 영화'의 대표 격이나 다름없었다. DC 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과 마블 코믹스의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은 오랜 시간 동안 남자들의 '로망'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 사이에 여성 히어로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DC 코믹스에서 배트맨, 슈퍼맨과 함께 '삼위일체'(Trinity)로 불렸던 원더우먼, 배트맨의 조력자이자 '섹시 심벌'이었던 캣츠걸, 최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활약한 블랙 위도우까지…, 여성 히어로들 또한 남성 히어로들과 함께 싸우고 존재해 왔다.

영화 '원더우먼'의 여전사들 [사진 = '원더우먼' 스틸컷]

그러나 히어로 영화는 '남자들의 장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일까? 여성 히어로들은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로, 혹은 남성 영웅들의 연인으로만 그려졌다. 

그런 점에서 영화 '원더우먼'의 흥행은 여성 영화 팬들에게 고무될 만한 '사건'이다. 2010년대 '히어로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표 장르가 된 이래로 첫 등장한 여성 히어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원더우먼은 DC 코믹스에서 슈퍼맨, 배트맨 다음으로 유명한 여성 영웅이지만 두 히어로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원더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1975년 TV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했지만 TV 드라마 속 원더우먼은 '섹시한 히어로', '도시의 보안관'이라는 작은 역할에 불과했다. '다크 나이트'와 '슈퍼맨'에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고 스스로의 성장을 이뤘던 배트맨과 슈퍼맨에 비하면 원더우먼의 찬밥(?) 취급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DC 시네마는 최근 히어로 영화의 '붐'을 이끈 MCU에 비해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저평가 되어 왔다. 슈퍼맨과 배트맨으로 대표되는 유명 히어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유명세가 덜했던 마블의 히어로들에게 스크린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차에 DC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여성영웅 원더우먼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토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어벤저스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MCU 마니아들을 양산해냈다. 그러나 마블 역시 여성 캐릭터가 배제되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어벤저스의 일원인 블랙 위도우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 '어벤저스 시리즈'에 꾸준히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 영화가 없다. 이 같은 마블 영화들의 여성 캐릭터 배제는 평론가들과 여성주의자, 여성 팬들 사이에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문제다.

'어벤저스'·'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저'에서 활약했지만 단독 영화 소식이 없는 MCU의 블랙위도우 [사진 = 영화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저']

그러던 사이 DC가 선수를 쳤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여성 영웅인 원더우먼을 72년 만에 영화화 한 것이다. 특히 2017년 개봉한 '원더우먼'은 기존의 섹시 심벌이나 조력자에 그쳤던 여성 영웅들과는 달리 주체적이며 남성 영웅 못지않은 강인함을 가진 캐릭터로 각광 받았다. 연출 역시 여성 영화감독인 패티 젠킨스가 참여했다.

영화 '원더우먼'의 흥행은 이미 이전부터 예고됐다. 평론가들에게 혹평 받은 DC 시네마의 전 시리즈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원더우먼은 첫 선을 보였다. 당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배트맨 대 슈퍼맨'이었지만 원더우먼의 등장 장면만은 호평받으며 원더우먼 단독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개봉 이후 '원더우먼'은 DC의 '퍼스트 어벤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과 평단 양 측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원더우먼'이 그동안 남성 중심이었던 히어로 영화 장르에 새로운 신호탄이 될까? 

DC 시네마의 '선공'에 마블 역시 반격을 가할 예정이다. 2019년 개봉 예정인 '캡틴 마블'은 '미즈 마블'이었던 캐럴 댄버스가 2대 캡틴 마블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 역을 맡을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캡틴 마블'에 주연으로 캐스팅 된 브리 라슨 [사진 = 영화 '캡틴 마블' 티저 캐릭터 포스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뿐만 아니라 원작인 마블 코믹스에서도 여성 히어로들의 약진도 최근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의 은퇴 이후 2대 아이언 맨인 아이언하트 자리에 오르는 캐릭터는 흑인 여성, 공학 천재인 리리 윌리엄스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영웅을 팬들에게 선보이려는 마블의 노력이 돋보인다.

히어로 장르들의 '여풍'은 스크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제작되는 히어로 장르 드라마들 역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미 2015년 시즌 1이 방송된 '슈퍼걸'은 최근 시즌2 방영을 시작했다. 국내 영화 채널에서도 '슈퍼걸'이 방영되는 등 인기에 힘입어 앞으로의 시즌 역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마블의 경우, '캡틴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조력자이자 연인이었던 요원 페기 카터가 주인공인 '에이전트 카터'가 시즌2 까지 방송됐다. '에이전트 카터'는 1950년대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배경으로 성차별적인 당대 분위기와 맞서 싸워나가는 페기 카터의 모습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TV 드라마 '슈퍼걸'과 '에이전트 카터' [사진 = '슈퍼걸'·'에이전트 카터' 포스터]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SF 프랜차이즈 시리즈 '스타 트렉' 역시 9월부터 여성 캡틴과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를 방영할 예정이다. 스타트렉 시리즈 50주년 기념으로 제작되는 이번 드라마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사랑받았던 양자경이 여성 캡틴으로 출연한다. 

할리우드는 최근 불거진 남녀배우 임금 성차별 논란, 여성 캐릭터들의 부족 등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영화 '원더우먼'의 성공과 앞으로 등장할 여성 히어로 영화들이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를 변화시키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원더우먼' 흥행이 DC 시네마의 부흥을 넘어서 여성 히어로 영화들의 가세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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