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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23일-52경기 '축구 드라마' U-20 월드컵 결산,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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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23일-52경기 '축구 드라마' U-20 월드컵 결산, 얻은 것과 잃은 것
  • 이희찬 기자
  • 승인 2017.06.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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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베네수엘라 결승, 새로 도입된 제도 등 볼거리 풍성했던 축제

[스포츠Q(큐) 이희찬 기자] 5월 23일부터 6월 11일까지 23일간 펼쳐진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은 세계 축구계를 빛낼 새로운 스타들을 확인하는 무대였던 동시에 축제의 장이었다. 

잉글랜드의 우승과 한국의 16강 진출, 감동적인 드라마와 새 제도 도입까지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던 2017 FIFA U-20 월드컵을 결산한다.

◆ ‘골짜기 세대의 반란’ 잉글랜드 우승, ‘뻥축구’는 없다

▲ 잉글랜드는 전통적인 '킥 앤드 러시' 대신 빠른 템포의 공격과 짧은 패스를 앞세워 사상 첫 U-20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사진=스포츠Q(큐) DB]

대회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가 보인 축구는 성과 이상으로 주목할 만했다. 패트릭 로버츠(셀틱),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톰 데이비스(에버튼) 등 에이스들이 줄줄이 빠진 ‘삼사자 군단’은 대회 전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먼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의 지휘 아래 원 팀으로 변모했고 아르헨티나와 A조 리그 1차전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무패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입했다.

‘킥 앤드 러시’, 일명 ‘뻥축구’로 대표되는 잉글랜드 축구의 전형적 스타일은 사라졌다. 도미닉 칼버트-르윈, 키어런 도월 등 윙어들은 크로스보다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돌파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는 189㎝의 장신에도 불구하고 활동 폭을 넓히면서 공격진을 이끌었다.

베네수엘라와 결승전에서도 솔란케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7경기 4골로 득점왕 경쟁에서 밀린 그가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연계플레이와 팀 공헌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짧은 패스와 빠른 경기 템포가 걸출한 에이스가 빠져나간 ‘골짜기 세대’ 잉글랜드의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심슨 감독은 베네수엘라와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우리가 경기를 풀어가는 최선의 방법은 공격이라고 생각했다”며 “공격은 우리의 정체성이었고 선수들이 이를 잘 따라줬다”며 기뻐했다.

◆ ‘준우승’ 베네수엘라의 스토리, 축구는 감동이다

베네수엘라 A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최종예선에서 1승 3무 10패(승점 6)로 10개 팀 중 최하위에 처져 있다. 베네수엘라 U-20 대표팀도 객관적 전력 면에서 다른 팀들보다 크게 나은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베네수엘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결승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사진=스포츠Q(큐) DB]

게다가 U-20 월드컵 대회를 앞둔 베네수엘라의 국내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비롯된 시위가 벌어졌고 정부가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안팎으로 어수선했던 탓에 베네수엘라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베네수엘라는 가장 돋보이는 경기를 펼쳤다. 조별리그 3경기 10골 무실점의 압도적 성적으로 16강에 진입했고 일본-미국-우루과이를 상대로 2골만 내주며 결승전까지 질주했다. 녹아웃 스테이지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로 체력 부담은 심해졌지만 우승을 향한 열망은 더 커졌다.

세르히오 코르도바(4골)와 아달베르토 페나란다(2골 3어시스트), 사무엘 소사(2골 1어시스트)의 공격진을 앞세운 베네수엘라는 대회 득점 1위(14골)-최소실점 2위(3실점)로 균형 잡힌 전력을 과시했다. 잉글랜드와 결승전에서는 선제골 허용-페널티킥 실축 등 악재가 겹친 상황 속에서도 후반에만 12개의 슛을 쏟아내며 추격 의지를 불태웠다.

라파엘 두다멜 베네수엘라 감독은 준우승을 확정한 후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응원을 펼쳐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려움을 딛고 결승까지 진출한 베네수엘라의 감동 스토리는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감동을 남겼다.

◆ 다채로운 전술 빛났던 한국, 이제는 ‘적극적인 도전자’

베네수엘라가 최전방 스리톱의 일관성을 앞세워 준우승에 도달했다면 신태용 한국 감독은 카멜레온과도 같은 전술 변화로 대회를 운영했다.

▲ 신태용 한국 U-20 대표팀 감독은 매 경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채로운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신태용 감독은 A조 리그 1차전 기니전에서 포백을, 2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는 3-4-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이상민-김승우-정태욱이 스리백을 형성했고 김승우는 때로 최종 수비수보다 앞쪽에서 공을 운반하는 ‘포어 리베로’ 역할까지 도맡았다. 결과는 기니전 3-0, 아르헨티나전 2-1 승리. 일찌감치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신태용 감독의 전술 변화는 이어졌다. 하승운과 조영욱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한찬희-이승모-임민혁을 중앙 미드필더에 놓는 3-5-2 포메이션이었다.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윙어로 두는 4-4-2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요컨대 이번 대회에서 치른 4경기에서 모두 다른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신태용 감독이 이렇게 잦은 전술 변화를 추구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포르투갈전 패배 후 신태용 감독은 “성적을 위해 3-7, 2-8로 점유율에 밀리면서 1-0으로 승리하기보다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이기는 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먼저 수를 던지고 상대를 압도하는 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였다. 그동안 상대에 전술에 맞춰 경기를 운영하던 한국의 방식에서 탈피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한 것.

신태용 감독의 당찬 각오는 선수단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승우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빛나는 쇼맨십으로 한국의 분위기를 주도했고 선수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격려하며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적극적인 도전자로 거듭난 이들이 주축이 돼 경쟁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올릴 성적에 벌써부터 기대가 쏠린다.

▲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의 경기 일정에 맞춰 거리응원도 펼쳐졌다.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서울역 광장 등에서 대표팀에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축제 그 자체였던 2017 U-20 월드컵, 흥행도 OK

이번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대회 운영 목표를 ‘축제’로 뒀다. 광화문 광장과 서울역 광장에 특설 응원무대를 마련하고 체험 행사와 공연을 진행했다. 개최국 한국의 16강 진출에 현장을 찾는 관중 수도 늘어났다.

이번 대회 펼쳐진 총 52경기에 41만79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당 평균 7899명의 관중이 축제에 동참한 셈이다. 이는 2013년 터키(5558명), 2015년 뉴질랜드(7452명) 대회의 관중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월드컵에 기준을 맞춘다면 초라하게 보일 수 있지만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대회인 것을 고려한다면 준수한 흥행 지표였다.

◆ VAR과 ABBA, 새 제도 도입도 성공적?

이번 U-20 월드컵은 FIFA가 주관하는 국가 대항 토너먼트 사상 최초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 Video Assistant Refrees)‘이 도입됐다. 경기 중 주심이 놓치는 문제 장면을 다시 검토하고 판정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였다.

비디오 판독은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대회 첫 경기부터 효과를 발휘했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돌파 과정에서 팔꿈치로 잉글랜드 수비수 올루와다밀롤라 토모리의 얼굴을 고의 가격한 장면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밝혀진 것. 마르티네스는 대회 비디오 판독 1호 사례이자 대회 첫 퇴장의 주인공이 됐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52경기 전체를 통틀어 총 15회 비디오 판독이 시행됐고 이 중 12번의 판정이 바로잡혔다”고 밝혔다.

▲ 우루과이는 이번 U-20 월드컵에서 3번의 'ABBA룰' 승부차기를 경험했다. 후축으로 나선 8강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선축으로 치른 4강전과 3-4위전 승부차기에서는 패배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새로운 승부차기 제도 'ABBA룰'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ABBA룰 하에서는 기존 A-B-A-B 순으로 진행되던 승부차기 순서가 A-B-B-A 순으로 바뀐다. 선축팀의 키커가 첫 승부차기 슛을 성공할 시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국제축구평의회(IFA)가 새롭게 고안해 낸 승부차기 시스템이었다.

공정한 결과를 목표로 도입된 ABBA룰은 후축팀의 선전으로 그 효과를 입증했다. 우루과이와 대회 8강전에서 선축에 나선 포르투갈이 이 규칙의 첫 희생양이 됐다. 우루과이는 베네수엘라와 4강전과 이탈리아와 3-4위전 승부차기에서 선축을 맡아 연속 패배했다.

이번 대회 도입된 두 제도는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2017 FIFA U-20 월드컵은 축구가 보다 공정함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커다란 발판을 놨다.

◆ 막판 관중 감소세는 아쉬움, 지켜지지 못한 ‘페어플레이 정신’ 수호는 과제

한국의 조기탈락으로 관중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은 이번 대회의 ‘옥에 티’였다.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한 이후 2만석이 환불되는 일이 일어났다. 추세대로 관중몰이가 이어졌다면 경기 질에 걸맞은 더 큰 흥행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회 중반부터 경기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 잡음이 이어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우루과이 선수단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는 사건들을 일으켰다. 포르투갈과 8강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양 손으로 두 눈을 찢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흔히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제스처였기에 비판이 잇따랐다.

우루과이 선수단은 4강 베네수엘라전 패배 이후 분을 참지 못하고 숙소에서 베네수엘라 선수단과 충돌하기도 했다. 축제가 돼야 할 U-20 월드컵이 논란의 장으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FIFA 주관대회에서 경기 시작 전마다 등장하는 페어플레이 깃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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