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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위기 극복, 1995년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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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위기 극복, 1995년에 답이 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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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3패 OB, 진필중 호투로 6차전 승리…김상진-권명철 '원투펀치' 계투로 7차전까지 따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넥센이 위기에 몰렸다. 반드시 잡았어야 했던 5차전을 놓치면서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내일이 없다. 한 경기만 지면 끝이다.

넥센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최형우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2-1로 졌다. 다 잡았던 넥센으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넥센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잡을 수 있던 경기는 두 차례나 놓쳤다. 바꿔서 말하면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모두 잡았더라면 5차전을 끝으로 넥센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만큼 넥센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은 크게 저하됐다.

하지만 최형우가 아웃 카운트 하나, 아니 스트라이크 하나를 남겨놓고 끝내기 안타를 쳤듯 넥센에게도 기회는 있다. 6차전이 남았고 6차전을 이기고 나면 7차전이 있다. 일단 6차전을 잡고 나면 몰리는 쪽은 오히려 삼성이 될 수 있다. 역대 2승 3패로 몰렸다가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잡았던 사례를 참조한다면 넥센도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다.

▲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호투했던 오재영은 6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한다.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오재영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줘야만 넥센으로서는 7차전까지 바라볼 수 있다. 최대한 버텨주지 못할 경우 모든 투수들이 총동원되고 때에 따라서는 7차전 선발로 남겨둔 앤디 밴헤켄까지 등판시키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역시 6차전이 중요하다, 내일이 없는 총력전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2승 3패로 몰렸다가 마지막 2경기를 잡고 우승을 차지한 사레가 두 차례 있었다. 1984년 롯데가 삼성을 상대로 해냈고 1995년 OB가 롯데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거뒀다.

30년 전인 1984년 한국시리즈는 그야말로 고(故) 최동원의 원맨쇼였다. 혼자서 4승을 챙기며 롯데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1984년 한국시리즈는 현재 시점으로 보면 '판타지'에 가깝다.

오히려 넥센에 가장 잘 맞는 시나리오는 1995년 OB의 역전극이다. 당시 OB는 2승 1패로 앞서있다가 롯데에 2연패를 당하며 2승 3패로 몰렸다.

OB 역시 5차전에서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면서 패배를 당했다. 당시 OB는 9회말 1점을 따내며 6-6으로 동점을 만들어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지만 마무리 김경원이 무너지면서 6-7로 졌다.

6차전까지 내주면 내일이 없는 상황에서 진필중과 염종석의 선발 맞대결이 벌어졌다. 염종석은 1차전에서 OB 에이스 김상진을 무너뜨리고 승리투수가 됐었기에 롯데로서는 필승카드였다. 게다가 선발 마운드의 무게 역시 롯데로 쏠렸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신인 진필중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데뷔 시즌에 6승 2패 2세이브, 3.21의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하긴 했지만 한국시리즈 선발투수라는 막중한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필중은 보란듯이 9이닝 동안 안타 3개만을 내주고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이를 지금에 맞춰보면 6차전 선발로 나서는 오재영이 넥센의 유일한 해답이다. 현재 넥센의 방망이가 플레이오프만큼 뜨겁지 않기 때문에 오재영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하지만 오재영의 투구수는 한정되어 있다. 80개가 넘어서면 급격하게 구위가 떨어진다. 80개의 투구수라면 길어야 6이닝 정도다. 결국 중간계투진을 포함해 투수 총동원령을 내려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7차전 선발투수인 앤디 밴헤켄까지 낼 각오를 해야 한다.

또 플레이오프와 달리 자신감이 떨어진 '필승 계투조'를 되살리는 것도 숙제다. 이미 3차전에서 한현희가 박한이에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고 손승락마저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조상우는 5차전에서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8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물러나는 등 페넌트레이스 때 보여줬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995년 당시 한국시리즈 6차전 승리투수가 됐던 진필중 해설위원은 "당시 룸메이트였던 박철순 선배와 권명철(두산 투수코치) 선배가 '지금까지 온 것도 대단한거다. 부담 갖지 말고 져도 좋으니까 네 마음껏 던지라'고 얘기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무조건 이긴다는 자세로 공을 던지면 힘이 너무 들어가고 몸이 경직돼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 위원은 "오재영 역시 한국시리즈에 선 것만으로도 잘했다며 부담을 50% 정도 덜어놓고 한다는 자세로 던진다면 오히려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며 "다만 150개의 공도 던질 수 있다는 자세로 최대한 길게 끌고 가줘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 1차전 호투와 4차전 승리투수로 넥센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앤디 밴헤켄은 7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다. 그러나 밴헤켄은 때에 따라서는 6차전에도 나서고 7차전 선발로도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사진=스포츠Q DB]

◆ 7차전에서는 밴헤켄-소사 원투펀치로?

넥센이 6차전을 잡게 된다면 7차전은 선발 원투펀치의 계투가 필요하다. 5차전에서 111개의 공을 던진 소사가 하루를 쉬고 얼마나 구위를 회복할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앤디 밴헤켄과 헨리 소사가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1995년 OB 역시 7차전에서 '원투펀치' 김상진과 권명철을 내보냈다. 김상진은 한국시리즈 1차전과 4차전에서 패전투수가 되면서 사기가 떨어져있었지만 7차전에 나서 2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또 권명철은 9회초 마지막 위기 순간에서 실점없이 잘 막아내며 세이브를 챙겨 OB의 13년만의 우승을 일궈냈다.

선발 원투펀치가 마지막 경기에서 나란히 등판하는 예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애리조나는 커트 실링을 선발로 내보냈고 마지막은 랜디 존슨에게 맡겼다.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차례나 끝내기 홈런 또는 동점홈런을 허용한 김병현을 낼 상황도 아니었고 믿고 맡길 선수는 존슨 밖에 없었다. 존슨은 6차전 선발승에 이어 7차전 구원승으로 애리조나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애리조나의 예를 참조한다면 넥센은 6차전 위기의 순간에 밴헤켄을 등판시켜 짧은 이닝을 소화하게 한 뒤 7차전에 다시 선발로 내보내는 방법이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위험부담이 너무나 큰 방법이긴 하지만 넥센에 내일이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 헨리 소사의 한국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차전 111개의 공을 던졌지만 7차전에서 앤디 밴헤켄의 뒤를 이을 투수로 나설 수도 있다. 휴식일이 하루인 것이 부담이지만 선발 원투펀치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이어던진 예는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도 있었다. [사진=스포츠Q DB]

◆ 중심 타선이 투수들을 도와줘야 한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중심 타선이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OB가 1995년 6, 7차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4점 이상이라도 뽑아주는 타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리조나 역시 2001년 월드시리즈 당시 6차전과 7차전을 내리 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타격이었다. 애리조나는 6차전에서 뉴욕 양키스의 앤디 페티트를 두들겨 15-2로 이겼고 7차전에서는 9회말 마리아노 리베라를 무너뜨리며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넥센의 중심 타선은 여전히 침묵이다. 목동 4차전을 빼고 4점 이상을 뽑은 경기가 없다. 공격에서 4점 이상을 뽑아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투수들에게 각인되면 그 부담은 배로 다가온다. 투수들이 2, 3점을 내줘도 타선에서 4점 이상을 내줄 수 있다는 강한 신뢰가 있어야만 마운드가 더욱 힘을 얻는 법이다.

5차전까지 결과만 놓고 본다면 넥센 타선은 투수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안겨줬다. 그 결과 오재영과 소사의 호투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 등 필승 계투조의 부담만 커졌다. 필승 계투조는 말 그대로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줄 수 있도록 마무리까지 이어주는 역할이다. 필승 계투조가 나오기 전에, 선발투수가 공을 던지고 있을 때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타력이 필요하다.

지금 박병호, 강정호는 중심 타선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타율 0.176의 박병호와 1할도 못미치는 타율(0.059)의 강정호는 그런 점에서 볼 때 낙제점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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