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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포토에세이]강원도 드라이브 여행 중 만난 풍경 ‘설악산 한계령 휴게소 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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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포토에세이]강원도 드라이브 여행 중 만난 풍경 ‘설악산 한계령 휴게소 운무’
  • 이두영 기자
  • 승인 2017.06.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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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하필 오늘 이럴 게 뭐람? 오랜만에 찾은 한계령 휴게소가 먹장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기운에 휩싸여 시야가 영 불량합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오랜만에 찾은 한계령은 환상적인 전망 대신 운무 공연을 펼쳐 보입니다. 용의 입김인 듯 이무기의 그림자인 듯, 습기를 잔뜩 품은 운해가 한계령 휴게소를 통째로 삼켰다 토해냈다 합니다. 냉기도 만만찮습니다. 

국화꽃이 시들어버리는 늦가을 날씨 같습니다. 휴게소 주변은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떼의 횡포로 을씨년스럽게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덜 찾아오는 데 대한 심통이 여태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설악산 한계령 휴게소

그럴 리가 없지요. 한계령 휴게소가 있는 곳은 해발 1,000m의 고지입니다. 구름도 지쳐 보이는 이유입니다. 설악산 한계령은 강원도 인제와 양양을 잇는 고개입니다. 강원도 드라이브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지요. 

서울에서 양양으로 가려면 인제군 북면 한계리 민예관광단지 앞의 한계교차로에서 왼쪽의 미시령로를 버리고 오른쪽 설악로를 따라 한계령으로 향하게 됩니다. 

차창 밖 신선한 숲 내음을 마시는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이 좋지만, 끝날 것 같지 않은 곡선오르막을 운전하는 일은 고역입니다. 언더 스티어링이 적은 4륜 자동차를 몬다면 피로는 다소 적을 것입니다.

드디어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에 다다라서, 차문을 열면 세찬 바람과 냉기가 잡상인들처럼 달려듭니다.

한계령 휴게소 바로 옆 바위.
한계령에서 양양 방면으로 내려가다가 뒤돌아봤습니다.  후게소 건물이 살짝 보입니다.

 그러나 맑은 날 전망은 백만불짜리입니다. 휴게소 난간에 서면 푸른 동해 바다와 삐쭉삐쭉 솟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보입니다. 단풍 산행지로 유명한 설악산 흘림골과 칠형제봉 쪽 전망은 더욱 환상적이지요.

나이든 아재, 아줌마라면 이때마다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양희은의 한계령입니다. 듣기 좋은 비음에 실려 흘러나오는 곡조와 노랫말이 한계령에서는 더욱 절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마라 하고,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후략)/

설악산 국립공원 기암괴석과 바다가 한꺼번에 보이는 곳이 설악산 한계령입니다. 속초로 갈 때마다 미시령과 한계령을 놓고 살짝 고민합니다. 보통은 씽씽 달릴 수 있는 미시령터널을 택하지만, 설악산 속살을 지척에서 탐미할 수 있는 한계령은 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약 10년 전에 미시령터널이 생긴 이후 한계령 휴게소는 전에 비해 한산해졌습니다. 속초 대포항으로 회 먹으러 가는 사람이 굳이 운전하기 힘든 한계령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시령터널 개통과 함께 일상의 전면에서 밀려난 미시령 옛길도 신세는 마찬가지입니다.

1981년 말 개통된 한계령은 기성세대에게 중요한 의미를 띱니다. 해외여행이 불허되던 시절에 설악산은 제주도와 함께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답니다. 사는 것이 팍팍할 때는 양희인이 부르는 한계령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한계령휴게소 해돋이를 경험한 사람이면 더욱 감동이 컸을 것입니다. 야생화 애호가들에게 한계령풀은 갈망의 꽃입니다. 멸종위기 2급종이기 때문이지요.

한계령풀.<사진=강원도 토박이 사진가 김호기 님>

한계령은 설악산 대청봉(정상)을 오르는 주요 출발기점이기도 합니다. 대청봉에 오르는 최단코스는 양양 오색약수 쪽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시간은 4시간반 정도로 적지만 경관이 별로입니다. 

한계령에서 출발하면 6시간쯤 걸리지만 도중 경관은 빼어납니다. 그러나 이건 날씨가 좋은 날에만 택해야 합니다.

10월 단풍철에는 한계령 휴게소는 단풍객 자가용 차량과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습니다. 그 이외의 시기에 간다면 운무가 흐르는 적막한 분위기에서 영화의 주인공처럼 커피를 음미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계령 인근 가볼만한 곳들은 흘림골 여심폭포, 용소폭포, 오색약수 등이 있습니다. 물론 44번국도를 타고 양양으로 내려가다 보면 여름 여행지로 추천할만한 공수전계곡,미천골계곡, 미천골자연휴양림, 어성전계곡, 법수치계곡 등이 있습니다. 계곡마다 펜션이 꽉꽉 들어차서 옛 정취는 다소 사라졌지만 휴식하기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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