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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눈] 삼성 우승 DNA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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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눈] 삼성 우승 DNA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힘' 있다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11.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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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우승 분석] 넥센과 대비되는 견고한 수비, 박해민-김헌곤 주루가 삼성의 저력

삼성이 대업을 이뤘다. 통합 4연패다.

사자군단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넥센을 11-1로 완파했다. 5차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넥센은 힘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한국시리즈 6경기를 돌아보고 승부처를 짚어 본다면 사소한 곳에서 승부가 갈렸다. 삼성은 최강답게 주루와 수비 등 기본에서 넥센에 앞섰다. 넥센은 경험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강삼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승할 기회가 몇 차례나 있었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삼성이 한국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통합 4연패라는 대업을 이뤘다.

◆ 견고한 수비의 승리, 6차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삼성의 힘 

수비의 승리다. 삼성은 견고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반면 넥센은 거친 수비로 스스로 흐름을 끊었다. 넥센으로서는 3차전과 5차전이 뼈아팠다. 2번의 묘한 상황이 균형추를 삼성 쪽으로 기울게 했다. 백지장 차로 이길 경기들을 놓치니 그 여파가 6차전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6차전만 놓고 봐도 수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삼성은 3회초 4점을 내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박석민의 중견수 플라이 때 최형우가 파고들지 못하며 5-0으로 벌릴 찬스를 놓쳤다. 4점과 5점이 또 다르기에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점수차가 아니었다.

▲ 류중일(왼쪽) 감독이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축승회에서 야마이코 나바로와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아니나 다를까 넥센은 4회말 서건창의 안타와 이택근의 2루타로 1점을 추격하며 기세를 올렸다. 여기서 삼성의 힘이 나왔다. 유한준이 1,2루간으로 빠른 타구를 보냈는데 채태인이 넘어지며 이를 범타로 막았다. 2-4가 될 것이 1-4로 끝났다. 이것이 삼성의 힘이다.

◆ 박해민-김헌곤이 보여준 삼성의 힘, 우승팀의 저력 

수비도 수비지만 필자는 박해민과 김헌곤을 꼭 칭찬하고 싶다. 만약 박해민이 3차전 8회초 2사 1루에서 70%의 힘으로 달렸다면 절대로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5차전 9회말 2사 1,3루에서 삼성이 짜릿한 끝내기 승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김헌곤 때문이었다.

지도자 생활을 수십년 하고도 무관에 그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우승컵을 들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가 한 마음이 돼 작은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홈런을 뻥뻥 쳐내는 선수만으로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박해민과 김헌곤이 이것을 잘 보여줬다.

▲ 박해민(왼쪽)과 김헌곤이야말로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둘은 헌신적인 주루플레이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사진=스포츠Q DB]

삼성은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있고 박석민은 옆구리 부상으로 인한 장기간 결장 여파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음에도 야마이코 나바로, 최형우, 채태인, 박한이 등이 힘을 냈다. 나바로는 1번타자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증거다.

최형우의 타격을 꼽고 싶다. 자세가 좋다. 선구안도 일품이다. 자신감이 충만해 자기 스윙을 가져간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몸상태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것 같다. 5차전 끝내기 안타는 손승락이 못 던진 공이 아니다. 투수의 어려운 공들을 때려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타자다.

◆ 경험 부족, 쫓겼던 넥센 

넥센의 방망이가 아무리 막강하다고 할지라도 매 경기 폭발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삼성의 릭 밴덴헐크, 윤성환, 장원삼을 상대로 넥센이 자랑하는 핵타선은 침묵했다. 세 투수가 선발로 등판한 5경기에서 넥센이 낸 점수는 6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넥센은 에러를 최소화했어야 했다. 3차전에서 이택근, 강정호, 서건창이 어물어물하다 플라이 타구를 놓친 것, 5차전 9회초에서 1사에서 강정호가 에러로 주자를 출루시킨 것, 6차전 6회초에서 박병호가 번트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것 등에서 시리즈 승패가 갈렸다.

삼성은 지난 3년간 우승해본 선수들이 대다수라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있다. 반면 넥센은 의욕만 앞섰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올랐다는 부담이 작용했다. 전력상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봤는데 삼성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눌렀다.

◆ 류중일의 힘에 더해진 삼성만의 시스템 야구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류중일 감독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아는 삼성이란 구단에는 류 감독만한 사령탑이 적격이다.

류중일 감독은 밖으로 보기에 온화한 사람이지만 안으로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다. 삼성같은 팀은 한화와는 다르게 자율성 속에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이끄는 사령탑이 필요한데 류 감독만한 사람이 없다.

삼성에 몸담고 있을 때 지켜봤던 그는 성격이 밝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다. 이런 사령탑에게 선수들이 불만이 있을리 만무하다. 삼성 선수단 모두가 류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안정적인 케미스트리를 구축하고 있다.

4연패는 정말로 힘든 것이다. 류 감독의 리더십에 구단의 튼튼한 뒷받침이 보여준 성과다. STC, 경산 볼파크의 2군 시스템, 올 초 개장한 B.B아크까지. 10구단 체제, 외국인 선수, 감독들의 대거 이동 등으로 내년 시즌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삼성이 상위권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 넥센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넥센은 시즌 동안 92홈런을 합작한 박병호-강정호 듀오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본인들이 해결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박병호는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했으면 됐는데 계속 쫓기는 모습이었다. 강정호는 연이은 에러로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아닌가 싶다.

넥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재계 1위인 삼성에 맞서 대등히 싸웠다. 2008년 창단 후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고난을 헤치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염경엽 감독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을 잘 꿰어 넥센을 강팀으로 빚어냈다.

▲ 염경엽 감독이 보여준 능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창단 후 어려운 역경을 딛고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넥센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선수들도 염 감독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 야구를 보는 눈,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점 등은 취임 2년차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류 감독과 견주어도 뒤질 것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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