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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현대건설 재건 미션' 이도희의 반문, "강성이 꼭 나쁜 건가요?"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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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현대건설 재건 미션' 이도희의 반문, "강성이 꼭 나쁜 건가요?" (上)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6.2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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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 출신 이도희 신임 감독, 기본기 강화해 '봄배구' 정조준

[200자 Tips!] 또 한명의 해설위원 출신 여성 감독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레전드 세터 이도희(49). 과거 호남정유의 전성시대를 이끈 그가 지난 4월 초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중계석에서 감독석으로 이동했다. 박미희 인천 흥국생명 감독의 뒤를 따르게 된 것. 레전드 세터의 감독 데뷔에 배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연 이도희 감독은 지난 시즌 봄 배구를 하지 못한 현대건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현대캐피탈 선수단과 합동훈련을 했는데요.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로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요.”

▲ 이도희 감독이 용인 현대건설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제공] 

수화기 너머로 들린 이도희 감독의 목소리엔 걱정보다는 희망이 묻어났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을 받다보면 시즌 때 리시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다가 이를 풀면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2015~2016시즌 V리그에서 ‘V2’를 이룬 뒤 지난 시즌 4위(14승 16패)에 그치며 봄 배구에 실패한 현대건설. 다가오는 새 시즌 현대건설의 미션은 ‘명가재건’, ‘명예회복’이다.

봄 배구 문턱에서 좌절한 현대건설이 선택한 이는 바로 이도희였다.

선수로서 이도희 감독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전설이다. 1985년 실업팀 호남정유에 입단한 이 감독은 170㎝의 단신이지만 정확한 볼 배급과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팀의 여자배구 9연패와 92연승의 위업을 이끌었다. 또 1991년부터 대표팀에서 활약한 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지도자 생활은 2005년 인천 흥국생명 코치로 부임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서울 GS칼텍스 코치(2010~2011년), 여자대표팀 코치(2013년)를 역임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중 세 시즌 동안에는 현대건설 세터 인스트럭터로 염혜선, 이다영을 지도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마침내 프로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에 이어 프로배구 사상 세 번째 여성 지도자가 됐다.

“감독직 제의를 받았을 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면서 말문을 연 이 감독은 “하지만 기회가 오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래서 현대건설 구단에 감사하다”고 2개월 전을 떠올렸다.

▲ 이도희 감독(오른쪽)이 최태웅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제공]

◆ 부정할 수 없는 '박미희 효과', 하지만…

이도희 감독이 자신의 예상보다 빨리 지휘봉을 잡게 된 건 박미희 감독의 성공이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박 감독은 데뷔 시즌(2014~2015시즌) 4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3위로 뛰어올랐고,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프전에서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이도희 감독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 감독님이 길을 잘 다녀놓으셔서 나에게 기회가 빨리 온 것 같다. 감독님의 성공사례가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허나 곧바로 “각자의 색깔이 있다. 난 박 감독님과는 다른 배구를 보여줄 것이다. 구단에서도 나만의 다른 배구를 원할 거다”라고 힘줘 말했다. 현대건설에 본인의 배구를 녹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 현대건설 선수들이 현대캐피탈 선수단과 합동훈련에서 리시브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제공]

◆ "프로는 전쟁, 강성이 꼭 나쁜 건 아냐"

그렇다면 이도희 감독은 어떤 방법으로 현대건설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 할까.

사령탑 부임 후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다는 이 감독은 “선수들이 ‘새 감독님은 훈련을 많이 시킬거야’라고 한 수 접고 들어오더라”며 “이런 면에서 내가 강성인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남정유 시절 ‘독사’ 김철용 감독 밑에서 10년간 지옥훈련을 소화했으니 현대건설 선수들 입장에선 ‘안 봐도 비디오’였을 터. 첫 훈련부터 강도가 꽤 높았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 겁니다. 프로는 전쟁이에요. 강한 압박을 이겨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강함’만을 밀고나가진 않을 겁니다.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할 거예요. 코칭스태프와 소통도 원활하게 할 거고요.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 현대캐피탈 선수단과 훈련을 펼치고 있는 한유미(왼쪽부터), 황민경, 황연주.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제공]

◆ 첫째도 둘째도 수비, '기본'으로 돌아가다

해설위원 시절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에 부족하다고 본 부분은 바로 ‘기본기’였다. 김세영, 양효진이 버티는 높이는 좋은데, 리시브와 디그 능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향으로 훈련 스케줄을 짰단다. 그러다보니 천안 현대캐피탈과 합동훈련도 잡혔다.

“선수 시절에 남자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를 받아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웃은 이 감독은 “선수들마다 구질, 스피드,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반복 훈련을 하면 수비 시 컨트롤과 선구안도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감독이 지향하는 스타일이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이기에 선수들에게 자신의 배구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단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수비가 좋은 황민경(레프트)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리시브 비중이 높았던 에밀리(미국)가 떠난 자리를 메움과 동시에 날개 공격수 자리에 여유도 생겼기 때문.

“베테랑인 한유미(레프트)와 황연주(라이트)가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황민경이 합류하게 되면서 사이드에 여유가 생겼어요. 황연주나 황민경 자리에 고유민이 들어갈 수도 있고, 다니엘라 엘리자베스 캠벨(미국)이 라이트로 가면서 한유미를 레프트에 기용할 수도 있지요. 황민경은 베테랑과 신진급 선수 딱 중간에 해당하는 연차입니다.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해요. 캠벨은 미들블로커 출신으로 높이는 에밀리보다 낫습니다. 아직 팀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움직임이 빠르기에 우리 팀과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령탑으로서 첫 시즌을 앞둔 이도희 감독은 "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제공] 

◆ 승부처에 강한 팀 만들어 '봄 배구' 도전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 중 하나는 ‘해결사 부재’였다. 세트 20점대에서 치고 올라가는 힘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이 많았다.

이도희 감독은 이 역시 수비력이 떨어지면서 나온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배구에서 받는 게 되면 나머지도 해결된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승부처에서 수비가 되지 않으면 공격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해결사가 없는 것처럼 비쳐졌을 것”이라며 “상대 공격을 끈질기면서도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면 누가 공격하더라도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쌓이면 강팀 이미지가 굳혀질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으로서 맞는 첫 시즌. 이 감독의 목표는 봄 배구 진출이다. 시즌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진 않지만 현대건설에 자신의 색깔을 최대한 녹여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도희 감독은 “난 빠른 배구를 추구한다. 이걸 원활하게 펼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뛰어나야 한다”면서 “아직 선수들의 기본기가 내가 원하는 정도로 올라와있지 않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가겠지만, 지금은 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와 코치, 해설위원을 거쳐 사령탑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이도희 감독의 현대건설은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세영의 V파노라마] '세터 출신'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이다영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下) 로 가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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