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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봉준호가 말하는 넷플릭스, 그리고 '옥자'와 안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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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봉준호가 말하는 넷플릭스, 그리고 '옥자'와 안서현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7.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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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이제는 한국 영화계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감독이 된 봉준호. 관객의 외면을 받았던 '플란다스의 개'부터 대표작 '괴물', 할리우드 배우들과의 작업이 돋보였던 '설국열차' 까지… 탁월한 이야기꾼인 그가 말하는 '옥자'는 어떤 영화일까?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평단과 관객의 호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서 많지 않다. 그러나 봉준호는 '그 어려운 일'을 언제나 해내왔다.

그런 봉준호가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만든 영화 '옥자'는 칸 영화제 때부터 '극장 상영하지 않는 영화'에 대한 논란을 자아냈다.

'옥자'는 국내에서도 멀티플렉스들과 대립각을 이루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외적인 '논란'으로 더욱 뜨거운 영화가 된 '옥자'. 봉준호는 '옥자'를 어떻게 바라볼까?

봉준호 감독 [사진 = NEW 제공]

◆ 개봉 소감은?

"사실 재개봉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옥자'를 둘러싼 이슈가 많지 않았나? 오늘(28일) 아침에 일어나니 개봉을 아직 안했구나, 생각되더라. '옥자'에 대한 이야기는 칸 영화제 때부터 시작됐다. 칸, 런던, LA…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프리미어 상영회를 하고 서울, 도쿄 시사회를 했다가 그저께 왔다. 기자회견은 8번 정도, 인터뷰는 100번 정도 한 것 같다(웃음)"

◆ '옥자'는 한국과 미국 맨하탄을 오가는 글로벌한 영화다.

"공간을 극단적이게 오가고 싶었다. 산골 소녀가 강원도 시골에서 세계 금융 중심지 뉴욕 맨하탄 까지 이른다. 영화 '반지의 제왕'도 샤이어에서 출발, 모르도르까지 간다. 물론 맨하탄이 악의 제국이란 건 아니다.(웃음) 일반적으로 루시 같은 대기업으 CEO가 산골 소녀 미자 같은 아이와 만날 일이 어딨겠나. 다국적 기업이라는 매개 덕분에 도저히 연결 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이 만난다."

◆ 안서현의 '옥자' 경쟁률이 화제를 모았는데…

"언론에는 2100:1이라고 보도됐더라. 정보가 잘못 전달 돼 숫자가 잘못 나간 것 같다. 저는 2000명을 만난 적 없다.(웃음) 한 200명을 만난 것 같다.

지원한 분들에게는 실례지만, 안서현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탑 오브 더 리스트(Top of the list)였다.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이 영화 '몬스터'에 독특한 아역이 있다고 추천했는데, '몬스터'의 안서현을 보고 배꼽을 잡고 굴렀다. 저 친구 참 독특하다 하며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봤다. 

안서현의 사진을 틸다 스윈튼에게 보여줬더니 되게 좋아하더라. '얼굴이 미자다'라고 말했다. 미국 프로듀서들도 '잇츠 던!'(It's Done!)이라며 기뻐했다. 안서현 배우는 눈이 크고 강렬하다. 그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 봉준호 감독이 본 안서현이라는 배우는?

'옥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안서현 [사진 = '옥자' 캐릭터 포스터]

"안서현은 어른이다. 오히려 제가 촬영장에서 재롱을 떨고 서현 양은 절 그냥 보고 있더라. 서현 양은 '옥자'를 찍으며 '이 영화는 대작이야 내 연기 인생에 중요해' 이런 마음이 없었다. 그냥 '올해는 이거 찍네, 저 사람이 제이크 질렌할이야' 이런 느낌이었다. 저는 그걸 영화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가족들과 관계도 좋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일상이 단단한 친구다. 미자가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면이 있는데 안서현과 닮았다. 강단이 있다."

◆ 봉준호의 '소나무' 취향? 배두나, 고아성, 안서현…

"내 입장에서는 '넘나' 다르다. 생각해보니 안서현 양이 배두나 어릴 때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다. 영화 '괴물'에서 배두나가 맡았던 남주와 안서현의 미자가 닮았다는 말도 있다. 남주의 경우 가만히 있고 침착한 양궁선수의 특징, 그 느낌이다. 미자는 시골에서 옥자와 자연의 흐름 속에 있고 그걸 누가 방해하는 걸 견딜 수 없어한다. 결과적으로는 두 캐릭터가 보이기에는 닮아보인다.

◆ 강한 여성캐릭터?

"내 영화 속에 연약한 여자가 없었나?(웃음) 대부분 남자보다 여성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남자는 허세가 많잖아요. 여성캐릭터가 이래야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 적은 없다. 스토리와 상황에 맞춰 캐릭터를 생각한다.

봉준호의 영화 속 여배우 배두나, 고아성, 안서현 [사진 = 영화 '괴물'·'설국열차'·옥자' 스틸컷]

◆ 영화 '옥자'의 옥자 아이디어는?

"가장 최초의 순간 같은 거라 이야기가 쉽지 않다. 일요일 아침마다 동물농장을 많이 봤다. 동물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거 보며 덩치가 큰 동물을 떠올리게 됐다. '괴물'처럼 사람을 공격하는 거대 동물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수난을 겪는 불쌍한 동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영화 '옥자' 이후 미자와 옥자의 삶은?

"미자가 1년만에 마음이 바뀌어 옥자를 내다 팔거나 그렇지 않겠지.(웃음) 새끼를 구출해 왔다. 누군가가 속편을 찍는다면, 그 새끼 슈퍼돼지와 관련된 사건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기적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찾았지만 그동안 옥자가 겪은 수난의 잔상이 강하다. 그 잔상이 남아있길 바랬다. 그렇다고 해서 미자와 옥자가 괴물이 되고나 파괴된 일상을 살진 않을 것 같다. 보기에 따라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결말일 수도 있다.

미자가 모든 슈퍼 돼지를 구할수 없던 것. 저는 그렇게 해야한다 생각했다. 모두를 구한다는 건 동화에 가깝다. 옥자를 구한 것도 거래를 통해서다. 본인이 한최초의 거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어두운 결말이기는 하다. 동화적으로 포장은 되어있지만…"

◆ 영화 내 '비거니즘'에 대해서는? 

"저는 활동가는 아니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를 쓴거다. 사람들이 '옥자'를 보고 비건이 될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것 곧 회복이 된다. 비건이 모두 되어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 적은 상영관, 기대 이상의 '옥자' 선전

"태생이 넷플릭스 영화로 출발한 거다. 논란은 예상했다. 그래도 욕심이 있어서 큰 스크린에서 관객이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상영관 100여개, 한국에서 개봉한 스트리밍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스크린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만족스럽다. 이왕이면 관객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봤음 좋겠다. 찍으면서도 '이걸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포기하게 만들어야지' 하면서 찍었다.(웃음)"

◆ 봉준호 영화의 꾸준한 흥행, 비결은?

"만든 영화들이 사실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거나 기획 단계에서 저주를 많이 받았다.(웃음) '살인의 추억' 만들 당시에는 '범인도 못 잡고 끝나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괴물' 당시에는 '한강에서 괴물이 왜 나오냐'는 소리를 들었다. '마더' 때는 '이 엄마가 미쳤나'(웃음). 제가 잘 된 건 배우들 덕이다. 배우들의 필터를 거쳐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또다른 오리지널 영화 '워 머신'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 넷플릭스 '워 머신']

◆ '옥자'의 경우도 투자 받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옥자'도 기획 단계에서 말도 안된다,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00억이 넘는 예산이니 부담스러울 만 하다. 할리우드에서도 독특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회사들은 돈이 별로 없다. 돈이 많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나 폭스 이런 곳들은 '도살장 정말 찍을 거냐?'고 물었다. 투자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쳤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500억이라는 예산은 아시아나 유럽 회사가 감당할 수 없겠다, 미국 회사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옥자' 같은 규모의 영화를 만들면 영화 산업 전체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 민폐끼치지 말고 미국에서 해결해야했다. 마침 넷플릭스를 좋은 타이밍에 만났다. 배급 관련은 감수해야 했지만 영화에 대한 전권을 제가 쥐고 있어 만드는 과정이 행복했다. 

배급 논란이 클 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칸에서 '빵' 터져버릴 줄은 몰랐다."

[취재 후기] 봉준호는 때로는 수줍게, 또 때로는 열정적으로 '옥자'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이 영화의 태생, 팔자가 그렇다"며 여유있는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옥자' 영화 자체가 아닌 영화 외적인 요소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넷플릭스라는 신대륙에 먼저 도착한 봉준호. 봉준호는 "다음 영화는 한국에서 하고 싶다"며 차기작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옥자' 이후 그의 작품은 어떨까? 언제나 새로움에 도전하는 그의 자세가 색다른 작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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