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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못 뛰어도 OK", 신태용호 선수 선발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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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못 뛰어도 OK", 신태용호 선수 선발 기준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7.06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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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태용 축구에 맞다면 경기에 못 뛰어도 뽑겠다.”

신태용(47)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의 파격 발언이다. 잘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기존 감독들이 소속팀에서 못 뛰는 선수들을 뽑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것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말이다.

신태용 감독은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표팀을 대하는 신 감독의 철학을 읽어볼 수 있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4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신 감독은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정식 감독으로는 보장된 계약 기간도 가장 짧다. 신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월드컵 개막까지는 단 11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아직 대회 본선 진출 티켓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대표팀의 핵심 손흥민(토트넘 핫스퍼)과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부상으로 다음달 31일 이란전 출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감독은 “손흥민, 기성용과 모두 통화를 했다. 모두 재활 중이고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며 “두 선수가 출전하지 못할 경우 유망한 어린 선수를 발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선수들을 선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내내 신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남은 최종예선 2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것이었다. 최종예선 기간 중에는 무조건 이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최고의 컨디션과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고 이후 본선에 진출한다면 평가전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슈틸리케호의 단골 손님들도 선발을 장담할 수 없다. 신 감독은 “나는 슈틸리케 감독과 스타일이 다르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믿었던 선수를 그냥 쓰지는 않겠다. 나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뽑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들어 해외파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을 기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해외파라고 무조건 뽑는 것은 없다”며 “그러나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신태용 축구에 맞다면 뽑겠다.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선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태용의 축구’에 대해 따로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신태용 감독은 2골 먹히면 3골을 넣겠다는 식의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소 변화를 줄 전망이다.

신 감독은 “나만의 스타일에 신념을 갖고 있지만 남은 2경기는 조심스럽고 안정적으로 준비할 것”이라며 “1-0으로 이기더라도 실점하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펼치면서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슈틸리케 전임 감독들은 선수 선발에 있어 ‘충분한 출전’을 전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상황의 여의치 않았고 결국엔 스스로 그 원칙을 깼지만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는 신뢰의 균열로 이어졌다.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원칙이라면 애초에 세우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에 대해 불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도 자신의 철학과 맞다면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감독이 책임지겠다는 뜻이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달린 만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보다는 결과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만큼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신 감독도 “한국 축구의 위기라고 하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고 이란전을 치르기 전까지는 비판보다는 많은 힘을 불어넣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기자회견에서 보인 태도만큼은 여느 베테랑 감독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믿음직스러운 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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