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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새 날개' 문정원, 4년만에 활짝 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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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새 날개' 문정원, 4년만에 활짝 핀 미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14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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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시즌 17경기 9득점이 준부, 3경기 평균 10득점 맹활약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기회는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 모른다. 탄탄히 준비를 한 자만이 그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공격수 문정원(22)이 그렇다.

문정원은 13일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홈경기 흥국생명에서 11점을 올리며 팀의 3-0(25-20 25-20 25-13)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8일 현대건설전에서도 10득점하며 3-1 역전승에 힘을 보탰던 그는 프로 입단 4년 만에 비로소 꽃을 피우고 있다. 패하긴 했지만 지난 10일 IBK기업은행전에서도 9득점하며 팀내에서 니콜 포셋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 왼손잡이 문정원은 레프트로 뛰기 위해 "직선 코스로 공을 때리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현대건설전에서 김세영(왼쪽)과 황연주의 블로킹을 피해 강타를 날리고 있는 문정원. [사진=KOVO 제공]

서남원 감독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에 연달에 패하며 최하위에 처졌던 팀을 구하기 위해 현대건설전에 문정원을 선발로 기용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깜짝카드’는 대성공이다. 문정원은 사령탑의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다. 강서브와 빠른 스파이크는 물론이고 리시브와 디그에서도 몸을 날리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아까운 재능' 문정원, 4년만에 찾아온 기회 

문정원은 목포여상을 졸업하고 2011-2012 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공격수로는 174cm의 작은 신장이지만 희소한 왼손잡이인데다 서전트 점프가 57cm에 달할만큼 체공력이 좋아 프로팀들이 탐을 내던 선수였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일단 외국인 선수를 넘을 수 없었다. 큰 공격을 담당하는 거포, 특히 세 시즌째 한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니콜 포셋은 너무나도 높은 산이었다. 표승주(GS칼텍스)를 넘을 수도 없었다.

문정원의 지난 세 시즌 정규리그 기록은 17경기 출전, 9득점이 전부다.

기회는 국내 선수들끼리만 붙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컵대회에서 찾아왔다. 문정원은 지난 7월 한국배구연맹(KOVO)컵이 돼서야 배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2경기와 준결승전 3경기에 나서 팀내에서 가장 많은 44점을 올렸다.

▲ 문정원은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다. 그는 "의욕이 넘친다. 파이팅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KOVO 제공]

서남원 감독은 “힘과 스피드가 좋은 선수라 처음 팀에 입단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던 선수였다”며 “하지만 초반에 실망했다. 이후 시즌에는 쓸 기회가 없었다. 앞으로는 자기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정원은 “컵대회에서 주전으로 나서며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 때는 외국인선수 백업으로 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레프트 주전 경쟁을 위해 리시브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한번 지켜봐 달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 강서브 일품,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 

왼쪽에서 달려들어가며 몸에 힘을 실어 때려넣는다. 코트의 빈틈을 찌르는 대각 서브는 상대팀 리베로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토종 선수들 중 손에 꼽힐 정도의 명품 서브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흥국생명전에서는 3세트에서만 서브에이스 3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정원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올해 들어서야 경기를 뛴다. 이제야 선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웃으며 “내 장점은 서브다. 많이 연습했다. 왼손잡이다보니까 레프트에서는 각이 덜 나와 스트레이트 코스로 때리는 연습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룸메이트인 ‘왕언니’ 세터 이효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문정원은 “효희 언니가 타이밍이 빠르다며 천천히 들어오라고 조언해주셔서 잘 맞았다”며 53.3%에 달하는 순도 높은 공격성공률의 비결도 전했다.

문정원은 도로공사가 포인트를 낼 때마다 가장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는 “파이팅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면서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더욱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수줍게 말했다.

▲ 4년차 라이트 공격수 문정원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강점인 서브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었고 리시브와 디그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진=KOVO 제공]

◆ V1을 향한 도로공사의 날개, 문정원 

도로공사는 여자배구가 프로로 돌아선 이래 유일하게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한 팀이다.

프로 원년 2005 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도 KT&G에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2005~2006 시즌에서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흥국생명의 벽에 막혔다. 이후로는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보지 못했다. 정상에 올랐던 적은 2011년 KOVO컵 대회뿐이다.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은 “우리 팀만 우승을 못해봤다. 자존심이 상해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럽다”며 “우리가 왜 우승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겠다. 좋은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에 성적을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도로공사는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세터 이효희를, GS칼텍스에서 센터 정대영을 영입하며 칼을 갈았다.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니콜 포셋을 세 시즌째 잔류시켰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에서 우승하려면 새로운 피가 있어야 한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도로공사는 ‘라이징 스타’ 문정원의 기를 받아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을 연달아 격파하며 3승3패(승점 8)를 기록, 단숨에 4위로 도약했다. 1위 그룹인 흥국생명, 현대건설, IBK기업은행과 승점차는 3점에 불과하다.

‘문정원 효과’는 지속될 수 있을까. 도로공사는 오는 17일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를 상대로 상위권 도약에 나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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