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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마이클조던-맥그리거-신수지 과감한 종목 전향, 스포츠 스타 변신은 무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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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마이클조던-맥그리거-신수지 과감한 종목 전향, 스포츠 스타 변신은 무죄? -②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7.20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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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실패 경험, 종목별 사용 근육 유사성이 중요 조건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4)부터 UFC 최고의 스타 코너 맥그리거(29),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파울로 말디니(49), 한국 리듬체조의 선구자 신수지(26)까지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이 새로운 도전을 했다.

종목도 야구에서부터 복싱, 테니스, 볼링까지 다양하다.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이들이 보인 성과와 공통점 등을 통해 여호수아, 박승희 등 현재진행형 종목 전향 스타들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

◆ 마이클 조던-파울로 말디니, 전문 분야는 따로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야구 배트를 잡았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경우다.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3연패의 주역이었던 조던은 1993년 돌연 농구계를 떠난다. 아버지가 총격으로 사망한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 평소 야구광으로 알려졌던 조던은 돌연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다.

코트를 떠난 조던은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더블A 버밍엄에서 주로 선수 생활을 한 조던은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2(436타수 88안타) 3홈런 51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야구선수로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이후 다시 불스로 복귀해 팀에 3연속 우승에 기여하며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누가 봐도 조던에게 어울리는 옷은 다이아몬드 구장이 아닌 실내코트 위였다.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기억되는 말디니(49)는 최근 테니스 선수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아스프리아컵 챌린저대회 복식에 출전한 것. 하지만 1회전에서 탈락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파격적인 종목 전향 사례들이 있다. 2010년 김국영이 10초23으로 육상 남자 100m에서 새 한국 신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31년 동안 한국 기록의 보유자였던 故(고) 서말구가 주인공이다. 그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당초 기대했던 대주자보다는 주루코치에 국한됐다. 야구 관계자들은 야구에서 주루는 육상과 달리 출발 신호가 없이 주자의 판단에 의해 뛰어야하기에 야구 선수로서 감각이 부족한 서말구가 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증언한다. 육상에 없는 슬라이딩을 시도해야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서말구는 1군 경기에 단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다.

◆ 천재는 만능?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사례들

낯선 종목으로의 변신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이들도 있다.

여호수아와 같이 육상 스타들의 봅슬레이 도전이 잦았다. 단거리 선수들의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가 봅슬레이의 스타트 과정에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 육상 여자 1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로린 윌리엄스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여자 2인승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육상 남자 계주 400m에 미국대표팀으로 출전했던 라이언 베일리도 2015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봅슬레이 챔피언십 4인승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2016 리우 하계올림픽 육상 여자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티아나 바톨레타(미국)는 2005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멀리뛰기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2009년 무릎 부상으로 멀리뛰기를 접었다. 단거리 선수로 전향해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계주 400m에서 세계신기록 수립에 일조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다 돌연 봅슬레이 선수로 변신해 그 해 10월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2인승 종목에 푸시맨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야구선수와 미식축구선수로서 모두 성공을 거둔 스타들도 있다. 보 잭슨(55)과 디온 샌더스(50)다. 둘 모두 빠른 발을 이용해 두 종목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고 각 종목의 비시즌 기간을 잘 활용해 ‘양다리’에 성공했다.

잭슨은 메이저리그(MLB)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에서 모두 올스타에 선정된 전무후무한 선수다. 야구에선 외야수, 풋볼에선 쿼터백의 패스를 받아 질주하는 러닝백으로 활약했다. 샌더스는 미식축구에선 상대의 패스를 저지하는 코너백으로 뛰면서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2차례 슈퍼볼 우승에 일조했다. 야구 선수로는 12년간 186도루를 기록하는 등 주루플레이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

크리스타 루딩 로텐부르거(58)는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건 후 4년 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선 사이클 종목 은메달을 수확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사이클은 강력한 하체 근력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 맥그리거-신수지-커리-우사인볼트, 현재 혹은 미래의 도전 결과는?

UFC에서 최초로 두 체급(페더급·라이트급)을 석권했던 맥그리거는 다음달 27일(한국시간) 일생일대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한판 승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메이웨더의 낙승을 예상한다. 경기 진행 방식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다. 종합격투기가 아닌 복싱 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메이웨더와 결투를 간절히 원했던 맥그리거는 프로복싱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대전료를 목표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라면 납득이 간다. UFC에서 한 경기에 1000만 달러(113억 원) 내외의 수입을 거둬들였던 맥그리거는 이번 경기로 인해 훨씬 큰 대전료를 받을 전망이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두 선수의 대전료가 1억 달러(1139억 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사각링 위에서 49전 전승으로 프로복싱 사상 최다 무패 신화를 쓴 메이웨더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 하나, 메이웨더의 많은 나이와 무뎌진 경기 감각에 희망을 걸어봐야 할 뿐이다. 메이웨더는 2015년 9월 이후 링에 오르지 않았다.

손연재 이전에 리듬체조의 스타로 활약했던 신수지(26) 또한 2012년 은퇴 후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14년 재학 중이던 대학원에 휴학계를 낸 신수지는 프로볼링 선수 도전 의사를 밝혔고 그해 11월 결국 프로볼러 선발전에서 합격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체조선수로 이룬 커리어와 비교해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방송인으로서 활동과 볼링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 신수지는 리듬체조 선수로 은퇴한 뒤 방송활동과 더불어 프로볼링 선수로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역대 최고의 3점슈터로 평가받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29)도 은퇴 후 골퍼로 변신 가능성을 언급했고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31) 또한 은퇴 후 축구선수로 뛰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끄는 각 종목 최고의 스타들이기에 이들의 이러한 도전 의사는 많은 관심을 모으지만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 성공 가능성의 중요 조건, 백색근육-적색근육 활용 정도

일부 성공을 거둔 경우가 있지만 종목을 바꿔 당당히 도전을 외친 대부분 선수들은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중요한 차이는 기존에 하던 운동과의 유사성이었다. 종목별 특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실패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선수시절 내내 익숙하게 쓰던 근육을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근육에도 색깔이 있다. 수축이 느리지만 장시간 동안 가능하고 산소의 공급이 많은 적색근육(지근)과 강력한 수축력을 발휘하지만 빠르게 지치고 무산소성 대사에 의존하는 백색근육(속근)이 있다.

종목별로 주로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보니 발달 정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장기간 운동을 하는 마라톤과 오랜 시간 뛰어야 하는 구기 종목 선수들은 지근이 더 발달돼 있다. 반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육상과 수영의 단거리 종목, 역도 등에서는 속근이 더 많이 활용된다.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며 페이스 조절을 하는 쇼트트랙의 경우 통상적으로 지근, 기록의 스포츠인 스피드 스케이팅은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속근이 많아야 유리하다. 다만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에도 장거리 종목은 속근 못지 않게 지근도 많이 활용된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 이승훈이 종목 전향 후에도 승승장구하는 것이 좋은 예다.

박승희의 경우는 반대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 주종목은 500m였다. 출발과 동시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종목이었다. 동료 선수들에 비해 속근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점이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데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했다.

여호수아와 같이 단거리 육상 스타들이 봅슬레이로 외도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마른 체형인 마라톤 선수들과 달리 스프린터 선수들은 탄탄한 하체가 기본조건이나 다름없다. 속근을 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 이는 스타트에서 강한 힘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 봅슬레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농구 코트에서 순간적인 힘을 사용해 상대선수들을 무력화시켰던 마이클 조던은 야구장에서 이러한 근육들을 제대로 발휘할 일이 많지 않았다. 90분 내내 뛰어다니며 지근을 발달시켰던 말디니의 경우는 테니스 코트를 잘 누빌 수는 있었지만 강력한 스트로크를 휘두르는 데에 있어서는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축구는 팔이 아닌 다리로 하는 스포츠이기에 두 종목은 완전히 다르다고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볼 때 여호수아와 박승희가 종목 전향 성공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선수들과 차이를 메우기 위한 노력과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필요하다.

여호수아, 박승희 등의 종목 전환 계기 등은 ‘[SQ스페셜] 여호수아-이승훈-박승희 과감한 종목 전향, 스포츠 스타 변신은 무죄? -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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