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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전반기 이슈 결산] ① KIA타이거즈는 물방망이? 활화산 타선이라 불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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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전반기 이슈 결산] ① KIA타이거즈는 물방망이? 활화산 타선이라 불러주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7.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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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8-8-7-3-6-6-5-10-9.

KIA 타이거즈의 최근 9년간 팀 타율 순위다. 심지어 통합 우승을 일궈냈던 2009년에도 KIA의 팀 타율은 가장 아래에 있었다.

이후에도 줄곧 KIA 타선은 좀처럼 상대 투수들에게 위협감을 주지 못했다. 타선의 부진은 팀 성적과 직결됐다. KIA는 2009년 이후 8시즌 동안 가을야구를 2차례 경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마저 준플레이오프가 한계였다.

그랬던 KIA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달아오른 타선이 마운드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4년 총액 100억 원에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자리하며 돈 값을 해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강력한 투수진이었다. 2009년 당시에는 양현종(12승)과 윤석민(9승), 외국인 투수 듀오 로페즈(14승), 구톰슨(13승)으로 이뤄진 4명의 선발 투수들이 팀을 이끌었다. 불펜에서 손영민(12홀드)과 곽정철(7홀드)은 각각 94, 95⅔이닝씩을 소화했고 유동훈은 0점대 평균자책점(0.53)으로 22세이브(10홀드)를 챙기며 단단히 뒷문을 걸어 잠갔다.

타선에서는 김상현(kt 방출)과 최희섭(은퇴), 나지완이 92홈런 300타점을 합작하며 강력한 클린업을 형성했지만 타선 전반의 무게감은 떨어졌다.

올 시즌 KIA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KIA는 팀 타율 0.310 948안타 99홈런 587득점으로 각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진(532)은 가장 적고 사사구(366)은 두산 베어스(367)에 1개 뒤진 2위다. 출루율(0.380), 장타율(0.482) 또한 가장 높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대체할 말이 없다.

KIA는 57승 28패, 승률 0.671로 2위 NC 다이노스와 8경기 차로 선두를 지키며 전반기를 마쳤다. KIA가 1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것은 2011년 이후 6년만이다. 헥터 노에시는 개막 후 14연승을 달렸고 양현종 또한 13승(3패)을 책임지며 에이스로서 역할을 다했다. 임기영은 7승 2패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 KIA 김선빈(오른쪽)은 지난해 상무에서 전역한 뒤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수위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헥터가 뛰어난 선발인 것은 틀림없지만 평균자책점은 3.07로 전체 6위였다. 그럼에도 패배가 없었던 것은 막강한 방망이가 없이는 절대 설명이 불가했다. 타선은 헥터가 5이닝만 버티면 몇 실점을 하든 승리를 갖다 바쳤다.

타율 0.380로 수위타자에 올라 있는 김선빈을 비롯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최형우(0.374), 이명기(0.353), 안치홍(0.333), 나지완(0.326), 로저 버나디나(0.314)까지 6명에 달했다. 200타석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서동욱(0.305)도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4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4년 100억 원에 KIA의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팀의 4번 타자를 맡아 114안타 22홈런 81타점 72득점 출루율 0.481 장타율 0.689 OPS(출루율+장타율) 1.170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3위)와 홈런(3위), 득점(2위)을 제외하고는 각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계약 당시만 해도 몸 값 거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여론은 쏙들어갔다. 득점 1위를 빼앗아 간 것도 버나디나(79득점)다.

시즌 초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의 연착륙이 큰 힘을 보탰다. 이명기는 테이블 세터로서 높은 출루율(0.396)을 기록하며 풍성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득점권 타율 0.419(74타수 31안타)로 해결사 본능도 발휘하고 있다. 김민식은 타율(0.225)에서 다소 아쉬울 뿐 이명기와 마찬가지로 득점권에서 0.343(67타수 23안타)로 강했다. 32타점은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강민호(롯데, 47타점), 양의지(두산, 44타점)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 올 시즌 초 트레이드로 KIA의 유니폼을 입은 이명기(오른쪽)과 나지완 모두 3할을 웃도는 타율로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최근 보이는 타격의 힘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시작으로 13경기에서 205안타를 치며 157득점했다. 한 경기 평균 15.8안타, 12.1득점이다.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6경기가 최다다. 지난 5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1-1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11타자 연속 안타를 쳐냈다. KBO 종전 기록(8타자 연속)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경기에서는 17-18로 석패했지만 한 이닝에만 12득점하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는 위엄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성적으로 지는 게 더 힘들어 보였다. KIA는 최근 13경기 동안 1패만 당하고 12승을 쓸어 담았다. NC의 부진과 맞물려 독주 체제는 더욱 굳혀졌다.

요즘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 전에나 후에나 한결같이 미소를 지으며 타자들에게 공을 돌린다. 자신은 하는 게 없고 타자들이 알아서 잘 해주고 있다는 것. 잘 나가는 팀 수장의 공식과 같은 발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후반기에도 이처럼 타선이 잘 돌아간다면 11번째 우승 반지를 끼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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