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V자로 갈라진 시커먼 현무암 절벽. 20m 낭떠러지에서 굵은 물줄기가 굉음을 울리며 흘러내립니다. 단순명료한 폭포음은 불필요한 감정 찌꺼기를 씻어냅니다. 햇살이 와 닿는 에메랄드 빛 물웅덩이 바닥. 물방울들의 격한 추락 후 나타나는 잔잔한 여운과 환희가 투명한 물속에 공존합니다. 물기둥이 생성하는 쾌적한 냉기와 풍성한 음이온 덕분에, 무더위에 지쳤던 몸이 금세 활력을 찾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부곡리에 위치한 재인폭포. 지장봉의 물줄기가 계곡을 이뤄 흐르다가 예리하게 파인 낭떠러지에서 사정없이 추락합니다. 재인폭포는 평소에도 수량이 많은 편이지만 요즘은 장마철이라 더 많습니다. 물줄기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연천 재인폭포는 한탄강을 따라 늘어선 비경지대 중의 하나입니다. 철원,포천,연천 고을의 젖줄인 한탄강은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됐답니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 주상절리가 경기도 북부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재인폭포의 벽에서도 암석의 규칙적 배열이 확인됩니다.
지름 20~30m의 물웅덩이(沼)는 원시 호수처럼 아름답습니다. 폭포수의 타격에 의해 절벽 아래쪽은 심하게 침식돼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폭포수에 의한 암반 침식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폭포도 한탄강으로부터 350m 정도 물러난 것이랍니다.
지금은 폭포 바로 앞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튼튼한 계단이 설치돼 있고 스카이워크 형태의 투명한 전망시설도 마련돼 있습니다.
재인폭포 전설은 꽤 유명하지요. 욕망에 눈이 먼 고을 수령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줄타기 광대(재인)의 이야기입니다.
수령은 얼굴이 고운 한 아녀자에게 동침을 강요했지만 남편이 있는 몸이라서 수청들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이에 수령은 동앗줄에 슬쩍 칼집을 낸 후 광대에게 협곡에서 줄타기를 시켜 떨어져 죽게 한 뒤 여인에게 재차 못된 짓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쥐도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면 고양이를 물 듯이, 주부는 수령의 코를 물어뜯고 자신의 혀를 깨물어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이 동네는 ‘코를 문 동네’여서 ‘코문리’로 불렸다가 고문리(古文洞)로 변했다고 전해집니다.
연천 재인폭포로 가는 방법은 쉽습니다. 길이 쉽습니다. 의정부에서 3번국도를 따라 동두천시를 지나서 한탄대교 못미처 대전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됩니다. 이정표가 잘 돼 있습니다.
폭포 못미처에는 연천재인폭포오토캠핑장이 있습니다. 한탄강을 낀 야영장이라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시설도 상당히 좋습니다. 오토캠핑·캐러밴(캐라반)·캐빈하우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글램핑 시설은 아직 없습니다. 수영장,농구장, 족구장,파크골프장,바닥분수, 놀이터 등도 갖춰져 있습니다. 펜션은 청산면 열두개울계곡의 열두개울펜션과 아우라지쉼터 등 한탄강 주변에 두어 개 있습니다.
그밖에 연천에서 가볼만한 곳으로는 물이 얕고 강폭이 넓어 가족물놀이에 적합한 동막골(동막계곡), 해마다 5월쯤 ‘연천 전곡리구석기 축제’가 벌어지는 연천 전곡리 유적 및 전곡선사박물관, 허브빌리지 등이 있습니다.
신탄리역에서 출발하는 DMZ투어도 있습니다. 역 부근에 있는 향토 맛집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재인폭포,전곡선사박물관,허브빌리지,태풍전망대,연천역급수탑(농특산물장터) 순으로 들르는 코스입니다. 어른 1만4천원,중고생 1만2천원, 초등생 1만원.
연천의 맛집으로는 전곡읍내의 ‘송학한방삼계탕’, 신탄리역 부근 두부와 오리음식 전문집인 ‘고대산통나무집’과 순두부보리밥과 된장찌개를 맛나게 하는 ‘약수식당’, 청국장이 일품인 ‘시골식당’ 등이 있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면 연천군청과 연천역 근처의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편합니다.
숙박 시설로는 전곡읍내에 몰려 있는 모텔이 편합니다. 그러나 전곡읍 한탄강관광지에 있는 한탄강오토캠핑장이나 인근에 있는 한탄강소나무캠핑장, 동막리 물바위유원지 근처의 아미천캠핑장, 연천군 미산면의 나린오토캠핑장 등을 숙소로 삼는다면 연천여행이 더 기억에 남겠지요. 임진강변에 위치한 ‘로하스캠핑’도 운치가 많은 야영시설입니다.
한탄강 및 그 주변에 있는 유명한 폭포로는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 철원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등이 있습니다. 올여름 국내 여행지를 선택한다면 해외나 유명한 해수욕장, 계곡 등을 탐할 수도 있지만 한탄강과 그 인근 재인폭포처럼 한적한 곳을 골라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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