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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단이 국가대표 지원 업무를? 누구를 위한 배구협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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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단이 국가대표 지원 업무를? 누구를 위한 배구협회인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7.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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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참으로 한국배구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협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프로 구단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난한 협회는 선수들의 편의를 봐주지 못했고, 보다 못한 구단이 지원금을 쾌척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화성 IBK기업은행 구단은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결선 라운드에 참가하는 여자 배구대표팀을 후원하기 위해 3000만원을 지원한다”라고 25일 밝혔다.

▲ 김연경(가운데)을 비롯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이번 대회에서 8승 1패를 기록하며 1위로 예선을 마친 대표팀은 26일 결선이 열리는 체코로 떠난다.

하지만 배구협회의 예산 부족과 좌석 확보가 어려운 악재가 겹쳐, 선수 12명 중 6명만 비즈니스석을 타고 나머지 6명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IBK기업은행 구단이 선수들의 비행 간 편의를 위해 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장거리 비행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팀에 그랑프리 2그룹 우승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자사 배구단 소속 선수인 김희진, 김수지, 염혜선, 김미연 등 4명이 대표팀의 주력 선수로 활약하고 있어,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과 그랑프리 2그룹 우승을 돕기 위해 배구협회를 통한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표팀 선수 모두가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돼 다행인 상황이 됐지만 배구협회의 무능함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여자 배구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시스]

배구협회는 그간 국제대회를 치러오면서 행정적인 실책을 계속 저질러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딴 여자 대표팀에 김치찌개 회식을 제공해 ‘짠돌이 협회’라는 지적을 받았고, 4강 문턱에서 좌절한 지난해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엔 아예 회식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지난해 8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리우에 갔는데, 첫날 침대가 너무 짧았다. 발목 이상이 밖으로 나와서 좀 불편했었다. 둘째 날까지 불편하게 자다가, 건의를 하니 침대를 늘려주더라”며 배구협회의 부실한 지원을 꼬집었다. 양궁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에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던 그는 “(다음 올림픽에서는) 가능하다면 그냥 고기집이나, 선수들하고 못 다한 이야기 나누면서 같이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자리만 있더라도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소망을 밝혔다.

오죽하면 국가대표 주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 허나 김연경이 고충을 털어놓은 뒤에도 배구협회는 행정 실책을 반복했다. 장신의 선수들이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장시간 비행하면 일반인보다 피로도가 심함에도 불구하고 좌석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이코노미 비행’을 강행하려 했다. 선수들의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결선에서 경기력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일은 배구협회의 무능함과 무사안일주의가 만들어 낸 촌극이다. 다행히 IBK기업은행이 수습에 나서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원해야 하는 주체가 협회인 점을 떠올렸을 때 그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오한남 회장 체제로 새 출발을 알린 협회는 지금까지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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