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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 눈 뜬 김단비, 고향에 '단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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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 눈 뜬 김단비, 고향에 '단비'가 왔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1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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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팀 인천으로 연고 이전, 리바운드 전체 1위 등 맹활약으로 우승 다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지난주부터 인천 시내 곳곳에는 안산에서 인천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인천 신한은행의 첫 경기 일정이 안내된 현수막이 내걸렸다.

역사적인 첫 홈경기. 인천시민들은 3000석의 도원체육관을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메웠고 신한은행은 새로운 팬들에게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 중에서도 ‘인천 토박이’ 김단비(24)가 마구 단비를 뿌렸다.

김단비는 1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청주 KB스타즈전에서 20득점과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62-57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1라운드를 4승1패로 마감한 신한은행은 1라운드 5전 전승을 거둔 선두 춘천 우리은행을 1경기차로 추격했다.

▲ 김단비는 경기당 평균 9.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전체 선수 중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17일 경기에서는 무려 15개의 리바운드를 건져냈다. [사진=WKBL 제공]

◆ WKBL을 지배하는 자, 업그레이드 완료 

김단비는 현재 출전시간 36분33초(2위), 15.4득점(4위), 9.2리바운드(1위), 블록슛 0.8개(5위), 공헌도 147.70(1위)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득점 5위권 내에 자리한 유일한 토종선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외국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리바운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단비는 5경기에서 4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17일 걷어낸 15개의 리바운드는 프로 데뷔 후 최고기록이었다. 그는 최근 3경기에서 3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농구를 보는 안목이 향상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단비의 역대 최다 리바운드 기록은 2010~2011 시즌의 5.57개에 불과했다. 아직 5경기를 치른 시점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추세라면 자신의 리바운드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김단비는 지난 13일 구리 KDB생명전에서 16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64-50 대승을 이끌었다.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팀내 최다였지만 그는 “공격에서 많이 안되니까 리바운드에 많이 가담하려고 했는데 손에서 공이 많이 빠져 안타까웠다”며 끝없는 승부욕을 내비쳤다.

◆ ‘타도 우리은행’, 김단비의 반가운 부활 

신한은행은 매년 리그 상위권에 있는 팀이다.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 시즌에 이르기까지 리그 6연패 신화를 달성했다. 농구팬들은 신한은행을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에 빗대 ‘레알 신한’이라고 칭했다.

▲ 지난 시즌 주전으로 발돋움한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김단비는 이번 시즌 공격 전 부문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WKBL 제공]

그러나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은행에 연달아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년 만에 여자농구 현장으로 돌아온 정인교 감독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팀은 역시 우리은행”이라며 “자존심이 상했다. 붙어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여전히 우리은행은 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 1라운드 춘천에서 펼쳐진 원정경기에서 53-62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김단비는 15득점, 8리바운드를 올리며 고군분투했다.

그는 지난 시즌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0.36점, 4.7리바운드는 2010년 여자 프로농구의 스타급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2010~2011 시즌 이후 최저 기록이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원인이었다. 챔프전 활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단비는 “지난 시즌 너무 부진해서 그렇게만 안 하자는 생각이다. 무릎도 잘 관리해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며 “(국가대표 차출로 인해) 호흡을 맞추지 못해서 어려운 경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조금씩 올라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고향' 인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다

김단비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산곡북초등학교와 부일여중, 명신여고를 나온 인천 사람이다.

그는 홈 개막전에서 맹활약하며 고향팬들에게 여자 농구의 짜릿함을 선물했다. 지난달 20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데도 중심에 섰던 그는 자신이 자란 친숙한 곳과 연이어 연을 잇고 있다.

▲ 지난 시즌 안산을 홈구장으로 썼던 김단비는 고향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겨 우승을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진=WKBL 제공]

김단비는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프런트가 며칠 전부터 경기장을 꾸미느라 애쓰시는 걸 봤다”며 “보답하고 싶어서 열심히 뛰었다. 초반에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후반에 이겨서 다행”이라고 웃어보였다.

도원체육관은 기존 홈구장이었던 안산 와동체육관보다 여러 면에서 좋은 환경이다. 1500석의 수용인원은 3000석으로 늘었다. 1호선 도원역과 붙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새로운 집을 예쁘게 꾸몄다.

도원체육관은 스포츠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곳이다. 인천 계양체육관으로 옮기기 전까지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인천 흥국생명의 홈 경기장이었고  남자 농구 인천 대우(현재 인천 전자랜드)와 여자 농구 KDB생명이 인천에 있었던 시절에도 홈구장으로 사용됐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도 인접해 있다.

김단비는 적응하기 힘든 새로운 환경이지만 꽤 만족하는 모양새다. 그는 “인천에서 홈 개막전을 잘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많은 경기가 남았다”며 “인천팬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더욱 힘을 내서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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