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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롯데가 배불렀던가, 무너져가는 거인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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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롯데가 배불렀던가, 무너져가는 거인을 보며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11.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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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프런트는 항상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대체 무엇을 책임진다는 말인가, 떠나면 끝인가, 팀을 망쳐놓은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묻고 싶다.

이종운 감독의 능력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롯데의 상황으로 볼 때 ‘이종운 카드’로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여간해서는 풀기 어려워 보인다. 내년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인지 모르겠다.

이 감독은 롯데 출신이지만 지난 8년간 고교야구에 몸담아왔으며 이번 시즌 후반기에야 친정팀에 돌아왔다. 프로야구 지도자로서는 검증이 되지 않은 사람이다. 20년간 롯데에서 지내온 공필성 코치도 선수들과 불화로 인하여 상처만 남기고 떠났다. 이런 마당에 위험천만한 초보지도자를 임명한다는 자체가 모험이다.

한국프로야구가 33주년을 맞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선진 기술이 미국, 일본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또 미디어를 통해 신속하게 선수들에게 파고들었다. 선수들, 팬이 야구를 보는 눈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구단 행정만 이런 것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을 임명한 사람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정치에서도 총리, 장관을 후보로 임명했다가 문제가 발견되면 스스로 사퇴한다. 선동열 감독도 3년 계약을 했지만 재신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악화되자 본인 스스로 계약을 없는 것으로 하고 떠났다.

롯데 선수들은 제리 로이스터의 미국야구를 접하며 그의 야구를 신뢰하고 따랐다. 5년 동안 매번 4강에 진입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웬만한 국내 감독 카드로는 로이스터의 화통한 리더십에 익숙했던 롯데 선수들의 상처 가득한 현 상황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그 많던 관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직구장에는 더 이상 부산갈매기가 예전처럼 한마음이 되어 울려퍼지지 않는다. [사진=스포츠Q DB]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암흑기에 빠져있었다. 7년간 ‘8-8-8-8-5-7-7’에 머물러 가을야구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팬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기록한 4년 연속 최하위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굴욕의 역사’였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2008년 롯데 자이언츠는 정규리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해 7월27일 사직 한화전부터 9월2일 사직 LG전까지는 팀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인 11연승을 하였다. 여세를 몰아 9월16일에는 2000년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행을 확정지었다.

아쉽게도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삼성에 3연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행이 좌절되지만 선수들은 로이스터의 야구에 차츰 적응하기 시작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을 파벌 없이 공평하게 실력위주로 기용했고 적절한 동기유발로 신뢰를 쌓았다.

성적은 자동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사직구장의 관중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부산은 ‘구도’라는 별명을 되찾았다. 연간 138만명이 사직구장을 찾아 ‘부산갈매기’를 열창했다.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구단의 어떤 이도 이런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2008년 관중 상승 요인은 구단이 잘해서였기 보다는 재밌는 야구와 성적의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프로야구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관중동원력도 성적 못지않게 중요하다. 구단은 우승하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논리를 내세우며 로이스터와 결별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크게 잘못됐다고 본다. 로이스터가 떠난 후 양승호 감독이 부임했고 1년 반짝 성적을 냈지만 최근 2년간 다시 암흑기로 회귀해 버렸다. 이렇게 되다 보니 그동안 내재돼 있던 여러 문제점이 연쇄 폭발하는 현상으로 번지게 됐다. 입으로 거론하기조차 거북한 CCTV 선수사찰 논란까지 이어진 것이다.

언제부터 롯데가 배불렀던가. 7년 동안 바닥을 헤매던 그 시절을 잊었는가.

롯데의 몰락을 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팀을 세우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인데... 이런 식으로 롯데가 무너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잘 생각해야 한다.

정치권이 개입해 사법적 문제로까지 번져버린 CCTV 문제는 보통일이 아니다. 이 사건을 매듭짓기도 바쁠 텐데 현장의 일에 전력투구를 할 수나 있을까.

▲ 이창원 롯데 자이언츠 신임 대표이사와 이종운 감독 등이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가진 신임 대표이사 및 감독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 선수단 사찰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선수들 연봉협상, 코칭스태프 인선작업,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마무리 훈련, 스프링 캠프 등 현장일이 산적해 있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정리해 갈 것인지 참으로 암담한 생각이 든다.

새로 부임한 사장, 단장은 야구계 정서와 선수단 분위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알기나 할까. 야구는 복잡다단하므로 미적분 풀기보다도 더 어렵다는 것을. 또 프로야구단은 간단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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