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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 아시안컵 고민, 풍요와 빈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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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 아시안컵 고민, 풍요와 빈곤 사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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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멀티 소화, 왼쪽 풀백·수비 MF 자원 풍부…박주영·이근호 동반 부진 원톱은 실종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공격은 빈곤, 미드필드 자원은 풍성.'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네 차례 A매치 담금질은 끝났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가 내놓을 수 있는 '베스트 11'을 포함한 23명의 선수들을 짜내야 한다.

10,11월 네 차례 A매치를 통해 드러난 것은 공격 자원은 거의 고갈됐다는 점이다. 원톱 자원이 사실상 말라버린 상태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고 파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드필드 자원은 풍성해졌다는 것. 기성용(25·스완지 시티)이 확실하게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혔고 박주호(27·마인츠)가 멀티 포지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다양한 옵션이 가능해졌다.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의 자리 바꿈(스위칭)을 통한 공격 옵션 역시 위력을 발휘했다. 좌우 측면 풀백 가운데 어느 선수가 경쟁력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 멀티 박주호, 왼쪽 풀백·수비형 미드필더 동시 강화 효과

박주호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박주호가 왼쪽 풀백은 물론이고 수비형 미드필더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선수 조합이 가능하게 됐다.

박주호의 멀티 포지션 소화는 이미 소속팀부터 시작됐다. 주니어 디아즈(30)를 박주호의 백업 요원으로 남겨두기 어려웠던 마인츠로서는 디아즈를 왼쪽 풀백으로 기용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박주호의 변신을 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는 그대로 한국 축구에도 이식됐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끄는데 박주호의 중원 장악은 큰 도움이 됐다. 7경기에서 무실점을 한 것은 김승규(24·울산 현대)의 철벽 방어도 큰 힘이 됐지만 중앙 수비진 앞에서 미리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박주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박주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기성용과 같은 존재였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것은 물론이고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홍콩전에서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주호가 기성용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선 것은 중원을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일 이란전에서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0-1로 지긴 했지만 한국이 볼 점유율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기성용과 박주호의 중원 장악이 주효했다는 증거다.

실제로 기성용과 박주호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수비력, 패스플레이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기존 한국영(24·카타르 SC)의 경우 수비력은 뛰어났지만 기성용이나 박주호만큼 공수 연결고리 역할까지는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성용, 박주호가 동시에 같은 역할을 해줌으로써 기성용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줄었다. 기성용이 공격에 가담할 때는 박주호가 수비에 치중하고 박주호가 앞으로 올라가면 기성용이 공격 가담을 자제할 수 있게 됐다.

또 프리킥과 코너킥 능력이 있는 박주호의 가세로 기성용이 페널티지역 안팎에서 골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상대 수비와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공중 볼 경합을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흘러나온 공을 중거리 슛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박주호 말고도 멀티 자원은 더 있다. 장현수(23·광저우 부리)는 이란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원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장현수 역시 얼마든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다양한 선수 조합이 가능해졌다.

◆ 이근호·박주영으론 부족, 제로톱 전술 고려할 때

반면 슈틸리케 감독의 최전방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시안컵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에 대한 고민은 대회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을 원톱 자원으로 점찍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동국이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고 김신욱 역시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 도중 부상으로 빠지면서 원톱 자원이 고갈됐다.

박주영(29·알 샤밥)과 이근호(29·엘 자이시)가 있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박주영은 90분 풀타임을 뛴 요르단전과 교체로 나간 이란전에서 모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근호 역시 골을 해결하지 못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했지만 원톱 자원의 임무는 바로 골을 넣는 것이다. 득점을 하지 못한다면 원톱으로서 존재 가치는 떨어진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제로톱 전술'이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와 첫 경기에서 조영철(25·카타르 SC)을 내보냄으로써 제로톱 전술을 사용한 적이 있다.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제로톱 전술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제 면모를 찾아야 한다. 이란전에 나섰던 구자철(25·마인츠)은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격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평가받았던 남태희(23·레퀴야)도 중간에 들어온 탓인지 기대만큼 위력적이지 못했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득점 감각이 뛰어난 선수는 손흥민이다. 그를 프리롤로 활용하면서 공격 자원의 위력을 더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미드필더 자원은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선수 조합을 통한 공격 자원 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원톱 자원을 K리그에서 찾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테스트할 A매치 기회도 없다. 현재 있는 자원으로 최상의 공격 조합을 짜내야 한다.

◆ 김진현의 새로운 발견, 김승규와 주전 골키퍼 경쟁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이 두 차례나 주전 골키퍼로 나선 것은 주목할만하다. 네 차례 A매치에서 김진현이 두 차례, 김승규(23·울산)와 정성룡(29·수원 삼성)이 한 차례씩 나섰다. 정성룡의 경우 슈틸리케 감독의 테스트 출전 성격이 강했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전에 나서 무실점을 이끌었다. 이란전에서는 실점하긴 했지만 전반에 슈퍼 세이브를 해내며 슈틸리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김진현은 신태용 코치가 지휘했던 베네수엘라와 경기에서 실책을 하면서 의기소침했다. 그러나 제로 베이스 경쟁을 공언한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에 따라 파라과이전에 나섰고 합격점을 받았다. 김승규와 비교했을 때 확실한 우위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반 발 앞선 것은 분명하다.

김승규는 아시안게임과 대표팀, 소속팀 일정을 정신없이 치르느라 다소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김승규는 여전히 주전 골키퍼로서 손색이 없다. 정성룡은 요르단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하긴 했지만 두 선수에 비해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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