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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필리핀 혼쭐 낸 허재호 '스마트 바스켓볼', 밝은 미래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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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필리핀 혼쭐 낸 허재호 '스마트 바스켓볼', 밝은 미래가 있기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8.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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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장 218㎝ 하메드 하다디를 앞세운 필리핀 농구가 한국에 혼쭐이 났다. 나무랄 데 없는 조직력을 보인 한국 농구가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이란에 81-87로 석패했다.

대회 내내 최고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 한국은 이란을 하다디의 이란을 상대로도 잘 싸웠지만 막판 집중력을 잃으며 아쉽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실패했다.

▲ 대표팀 주장 오세근(오른쪽)이 20일 이란 수비를 앞에 두고 점프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FIBA 제공]

이란을 꺾었더라면 2003년 이후 14년 만에 대회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3위 도전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21일 새벽 0시 30분 뉴질랜드와 3,4위전을 치른다.

◆ 허재호 ‘스마트 코리아’, 강팀 상대 해법을 찾다

1쿼터 13-30까지 밀렸던 한국은 2쿼터 들어 놀랍게 변신했다. 하다디를 꽁꽁 틀어막았고 오히려 그 허점을 파고들어 매섭게 추격했다. 하다디는 오세근 등 한국의 발 빠른 공격을 따라오지 못했고 쉽게 지쳤다.

전준범, 이정현, 허웅 등의 외곽포를 앞세워 점수 차를 좁히던 한국은 하다디의 무거워진 발걸음을 확인한 뒤 적극적으로 골밑 공격까지 시도했다. 찬사가 나올 정도의 영리한 경기 운영이었다.

이정현과 오세근이 4쿼터 실책성 플레이를 보이며 흐름이 넘어가 경기를 내주긴 했지만 그 누구도 선수들에게 화살을 돌릴 수 없었다. 막판 집중력이 떨어진 것만 뺀다면 100점짜리 플레이를 펼쳤다.

하다디에 의한 하다디의 이란은 한국이 그를 꽁꽁 틀어막자 길을 잃었다. 턴오버가 연속해 쏟아져 나왔고 공격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56.3%(9/16)의 높은 3점 적중이 아니었다면 한국에 결승행을 양보해야 할 뻔 했다.

한국의 스마트한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한국은 신장의 우위에 있는 하다디를 더블팀으로 봉쇄했다. 하다디가 공을 잡으면 가드진이 재빨리 달려들어 하다디의 공을 가로챘다. 급해진 하다디는 동료들에게 급하게 패스하다가 실책을 연발했다.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개의 턴오버를 범한 이유다.

50-5. 벤치 득점만 봐도 한국의 영리함을 잘 읽을 수 있다. 이란이 얼마나 특정 선수들에게 의존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리바운드에서 30-38로 밀리고 3점슛 성공률에서도 39.3%(11/28)-56.3%로 밀렸음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다.

▲ 전준범(오른쪽)이 이란전에서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들고 있다. [사진=FIBA 제공]

◆ 100점짜리 세대교체, 새 부대에 담은 새 술로 월드컵까지 간다

이번 대회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한국 농구가 확실한 팀 컬러를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임 사령탑인 허재 감독 주도하에 탄탄한 조직력 농구를 펼쳤다.

세계랭킹 30위 한국은 준결승까지 평균 득점 89.7점으로 아시아 절대 강호 호주(10위, 95.2점)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특유의 ‘양궁 농구’도 살아나며 3점슛 성공률도 42.3%로 2위였다. 이처럼 공격적인 농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잘 짜여진 조직력 덕분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스크린과 픽앤롤 등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고 이는 어시스트 27.2개라는 16개 참가국 중 1위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처럼 열심히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달라진 분위기 때문이다. 문태종(42·오리온), 김주성(38·동부), 양동근(36·모비스), 조성민(34·LG) 등 노장들이 중심을 이루던 대표팀은 허재 감독 부임 이후 물갈이를 시도했다.

양동근의 역할은 김선형(29·SK)과 이정현(30·KCC), 허웅(24·상무) 등이 넘겨받았고 3점 슛터 조성민의 역할은 전준범(26), 이정현, 임동섭(27) 등이 훌륭히 소화해냈다. 김주성이 떠난 골밑은 지난 시즌 KBL 최우수선수(MVP) 오세근(30·KGC인삼공사)을 필두로 김종규(26·LG), 이승현(25·상무), 이종현(23·모비스) 등이 든든히 지켰다.

비록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한국은 새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승승장구했다. 개최국 레바논과 1차전에서 분패하기는 했지만 이후 뉴질랜드를 꺾었고, 중국을 조별리그에서 이긴 필리핀은 무려 32점 차로 대파했다. 일본과 8강전에서도 13점 차 완승을 챙겼다.

준결승에서도 분투도 놀라웠다. 이란은 지난해 FIBA 아시아 챌린지에서 한국이 두 차례 모두 30점 차 이상으로 완패를 당했던 팀이다. 불과 1년 만에 한국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한국은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했다. 2019년 대회부터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예선 제도가 변경된 것도 해외에서만 경기를 치르던 한국에는 유리한 점이다. 이는 국내 농구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A조에서 중국, 뉴질랜드, 홍콩과 함께 내년 7월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총 6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이번 대회의 플레이를 이어간다면 홍콩은 물론이고 완연한 하락세를 타고 있는 중국과 뉴질랜드 모두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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