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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 맥그리거에 TKO승, '마의 25분' 기다림의 미학 보여준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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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 맥그리거에 TKO승, '마의 25분' 기다림의 미학 보여준 승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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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끈질기게 버티던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10라운드 비틀거리기 시작하자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는 때를 놓치지 않고 퍼치를 쏟아부었다. 세기의 대결의 결과는 메이웨더의 TKO승리였다.

메이웨더의 압승, 맥그리거의 반전 승리, 4라운드 이내 승부 등. 경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대전료만으로도 총 1억3000만 달러(메이웨더 1억 달러, 맥그리거 3000만 달러), 한화로 1127억 원에 달하는 빅매치였기에 경기 승부에 대한 다양한 예측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맥그리거와 복싱 맞대결에서 10라운드 맹공을 퍼부으며 TKO승을 거뒀다.

2년 전 대전료 2억5000만 달러(2817억 원)짜리 경기가 열렸다. 바로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39·필리핀)의 경기였다. 당시 승자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 파퀴아오가 아닌 방어적 플레이를 펼친 메이웨더였다. 이날도 메이웨더는 비슷한 경기 운영을 했다.

경기 초반 맥그리거는 빠르고 강하게 메이웨더를 압박했다. 가드를 잔뜩 올리고 탐색전을 벌이는 메이웨더와는 달랐다. 그마저도 나름대로 공격 본능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메이웨더의 흐름은 경기 중반 이후 달라졌다. 메이웨더는 과거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것은 인내심”이라고 말했을 만큼 상대가 빈틈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유형이다. 다소 지루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메이웨더가 이날 경기 전까지 49전 49승, 로키 마르시아노와 동률을 이룰 만큼 복싱계의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맥그리거는 UFC에서 두 체급을 석권했으며 현재 가장 강력한 파이터지만 복싱 데뷔전은 낯설기만 했다. 메이웨더와 붙었을 땐 후두부를 가격하기도 했고 복싱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로 블로(급소 공격)를 연출하기도 했다.

복싱의 낯섦은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나타났다. 맥그리거는 UFC에서 5분씩 5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그것도 메인이벤트의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나 복싱은 3분 12라운드로 진행된다. 맥그리거는 9라운드 들어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10라운드 메이웨더의 소나기 펀치에 무릎을 꿇었다. UFC에서 경험했던 25분을 넘어서자 임계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이웨더는 이를 정확히 공략했고 복싱 역대 최초 50전 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메이웨더는 “절대 판정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이는 팬들과 약속이었다”며 “맥그리거의 체력이 떨어질 후반을 노렸다. 맥그리거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싸웠지만 오늘 밤엔 내가 더 나았다. 파퀴아오와 대결에서 진 빚을 갚은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단언컨대 오늘 밤이 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복싱과 종합격투기 모두 위대한 스포츠다. 마지막 경기를 맥그리거와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은퇴 선언을 했다.

반면 맥그리거는 다소 억울했다. 10라운드 메이웨더의 TKO승이 선언된 장면 때문이었다. 메이웨더 펀치에 맥그리거가 휘청대자 심판은 경기를 끝냈다. 선수보호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는 UFC 스타로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맥그리거는 “마지막 심판의 경기 중단 선언이 아쉬웠다”며 “대등한 경기였고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복싱은 처음인데 팬들게 고맙다”고 전한 맥그리거는 추후 복싱선수로서 계획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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