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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거워진 차미네이터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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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거워진 차미네이터 심장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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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ACL 진출권 놓고 23일 FA컵 결승전…슈틸리케도 내년 호주 아시안컵 '열정의 불꽃' 기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축구라는 것은 정신과 육체, 마음 모두가 일치할 때 경기력이 나온다. 사실 육체적인 것은 큰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인 부분, 즉 마음 속 열정이 얼만큼 남아있는가가 중요하다."

차두리(34·FC 서울)가 은퇴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말한 내용이다. 차두리는 지난달 30일 소속팀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열정을 이유로 들며 은퇴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차두리는 "모든 것을 쏟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팀 동료와 구단, 감독님에게 모두 짐이 된다"며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은퇴에 대해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차두리는 이전에도 은퇴에 대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난 9월 베네수엘라와 A매치를 앞두고 차두리는 "얼마나 선수생활을 할지는 마음 속으로 정해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은퇴에 대해 연달아 말했던 차두리지만 은퇴가 시기상조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차두리는 지난 9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맞대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아우토반'처럼 예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은퇴설을 흘린 선수가 맞느냐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오른쪽 풀백으로서 맹활약했다. 요르단전에 출전한 차두리는 오른쪽 측면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두리의 크로스는 한교원(24·전북 현대)의 A매치 데뷔골로 이어졌다.

◆ 입단 두 시즌만에 FA컵 우승 도전, 열정에 불을 지피다

열정을 문제로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차두리는 최근 열정에 불을 붙였다. 오는 2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성남FC와 FA컵 결승전은 차두리에게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일 귀국한 차두리는 대표팀 중동 원정을 마친 뒤에도 FA컵 결승전 출전을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요르단과 경기에서 전반 45분을 뛰고 이란전에서 종료 직전 투입되는 등 체력에 큰 문제는 없지만 시차 적응과 피로 회복이 관건이다. 그래도 차두리는 FA컵 결승전인만큼 뛴다는 각오다.

차두리로서는 입단 두 시즌만에 서울의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서울은 지난 시즌 K리그 정규리그 4위와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그쳤다. 서울은 올 시즌 역시 K리그 정규리그 챔피언을 전북에 내주고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 차두리가 지난 9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런만큼 차두리로서는 FA컵은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트로피가 될 수 있다. 게다가 FA컵 우승을 차지하면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따낼 수 있다. K리그 정규리그 성적을 통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FA컵 우승은 차두리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FA컵 우승은 차두리에게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갈림길이 된다. 올해로 서울과 2년 계약이 끝나는 차두리가 FA컵 우승을 통해 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어낸다면 1년 더 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열정이 급속 냉각돼 아시안컵을 끝으로 전격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다.

◆ 경쟁자 없는 대표팀 오른쪽 풀백, 아시안컵 꼭 뛴다

차두리에게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는 증거는 대표팀 경기 모습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차두리는 지난 9월에 열렸던 베네수엘라 및 우루과이 평가전부터 3개월 연속 대표팀에 뽑혔다. 차두리가 오른쪽 풀백에서 뛰는 모습은 대표팀에서도 경쟁 우위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용(28·울산 현대) 외에는 뚜렷한 오른쪽 풀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 역시 차두리를 대표팀 오른쪽 풀백으로 사실상 낙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차두리와 면담을 통해 아시안컵까지 함께 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에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높게 평가했다.

차두리의 위상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저돌적인 돌파력과 몸싸움, 크로스 등이 전혀 녹슬지 않는 모습이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자원이 됐다.

더구나 차두리는 리더로서도 손색이 없다.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선후배 사이에서 신망이 높았던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리더로 활약해준다면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도 큰 힘이 된다. 대표팀에서 박지성(33)이나 이영표(38) 이후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리더가 없었기 때문에 차두리의 가치는 더욱 높다.

차두리는 선수 생활 막바지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서울의 FA컵 결승전은 물론이고 대표팀의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차두리로서도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다. FA컵 우승이라는 목표와 대표팀 내 자신의 가치 상승은 꺼질 것만 같았던 열정의 불꽃을 살린 격이 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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