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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영국대사관쪽 100m 새로 개방 "올가을엔 '광화문 연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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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영국대사관쪽 100m 새로 개방 "올가을엔 '광화문 연가' 어때요?"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08.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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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이영훈 작사 작곡)의 노랫말 일부다. 이 곡은 광화문 네 거리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조그만 교회당(정동교회), 정동길로 이어지는 추억의 길을 노래하고 있다.

고궁인 덕수궁의 돌담길을 따라 걷는 이 길에는 늦가을에는 낙엽길이 기다리고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덮힌 정동교회가 마중한다. 일년 내내 정취를 바꿔가며 이 길을 걷는 연인들의 마음을 느낌과 눈빛으로 통하게 만든다. 

영국대사관쪽 100m 돌담길의 개방 전과 개방 후의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30일 그동안 단절됐던 돌담길 총 170m 가운데 100m 구간을 이날부터 보행길로 정식 개방했다. 

이번에 시민에게 열린 100m 구간은 주한영국대사관이 자리한 탓에 60여 년동안 끊겼던 구간으로, 영국대사관 후문에서 대사관 직원 숙소 앞까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영국대사관 후문 앞에서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덕수궁 돌담길 개방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과 영국의 전통공연인 판소리와 백파이프 연주가 펼쳐졌고, 영국근위병과 조선수문장도 등장해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포토타임을 제공했다. 

이번에 개방된 돌담길은 대한문에서 정동으로 가는 서소문 돌담길과 달리 담장이 낮고 곡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담장의 기와 지붕은 보는 사람의 시선 아래 펼쳐져 있어 도심 속에서 고궁의 고요하고 평온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영국식 붉은 벽돌 건물은 전통과 이국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연출된다.

서울시는 "특히 야간에는 덕수궁 담장이 은은하게 밝혀져 고궁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길의 역사는 오래다. 폭이 좁은 길로 조선 말 고종과 순종이 제례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이 소로(小路) 중 70m는 1883년 영국이 매입해 주한영국대사관의 소유이고, 나머지 100m는 서울시 소유다. 그러나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용 허가를 받아 철대문을 설치하면서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돼 그동안 막혀 있었다.

이 길은 구한말 당시 덕수궁에서 선원전(현재 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 공사관이나 경희궁으로 가기 위한 주요 길목이기도 했다.  

100m의 돌담길이 열리기까지는 3년여의 세월이 필요했다. 

영국대사관쪽 100m 돌담길의 개방 전과 개방 후의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단절된 공간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2014년 10월 영국대사관에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제트'를 공동 추진할 것을 제안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같은해 11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대사관을 직접 찾아 스콧 와이트먼 전 주한영국대사와 단절된 돌담길을 둘러보며 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고, 2015년 5월에는 영국대사관과 상호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2년 만에 마침내 개방 합의에 이르게 됐다. 

서울시는 정식 개방에 앞서 영국대사관, 문화재청의 협조 아래 보행길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덕수궁과 대사관의 담장도 보수했고 야간에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가로등도 새롭게 설치했다. 아울러 양측은 안전과 보안 문제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보안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다. 

이 길의 공개에 에 문화재청은 덕수궁에서 바로 이 길로 연결되는 덕수궁 후문 1개소(신규 후문)도 신설했고, 영국대사관 역시 후문을 이곳으로 옮기고 담장을 새롭게 설치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개방되지 않은 나머지 70m 구간에 대해서도 영국대사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영국대사관 소유인 이 구간은 대사관 정문부터 대사관 직원 숙소 앞까지다. 

문화재청은 현재 덕수궁길에서 정동공원에 이르는 '고종의 길'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길이 연내 개방되면 덕수궁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공원과 정동길까지 쭉 이어지게 돼 정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원순 시장은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시에 정동 일대를 역사를 품은 탐방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히는 곳이자 유명한 산책길 중 하하나다. 

1984년에는 덕수궁 입구에서 대법원을 경유하여 이화여자고등학교를 지나 새문안길에 이르는 가로였다.

그러나 이후 구간 조정을 거쳐 2005년 9월 현재와 같이 덕수궁 입구에서 정동교회 앞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덕수궁 돌담을 끼고 미국대사관저 앞을 거쳐 새문안길에 이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오늘과 같은 덕수궁 돌담길은 일제가 경운궁(덕수궁)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일제는 당시 경운궁의 70%를 분할 매각하여 궁 영역을 대폭 축소하고, 그 중간에 길을 내고 담을 쌓았다. 오늘날 덕수궁 돌담길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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