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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전 실언 김영권, 이동국-구자철에게 배워라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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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전 실언 김영권, 이동국-구자철에게 배워라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9.0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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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축구대표팀 새 주장 김영권(27·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한국-이란전 이후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무기력한 경기력에 실망한 축구팬들은 김영권의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

김영권은 지난달 31일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많은 취재진에 둘러 싸였다.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은 주장답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상황과 정확한 발언을 통해 김영권의 의중을 읽어볼 수 있다.

▲ 축구 대표팀 주장 김영권(오른쪽)이 말실수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졸전에 실망한 축구팬들은 그의 발언에 분노감까지 느끼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인터뷰 막바지에 팀워크 보완점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영권은 이렇게 답했다.

“특별한 건 없고 경기장 안에서 워낙 관중 소리가 크다보니까 소통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소리를 질러도 잘 들리지도 않고. 소통을 계속 연습해왔는데 잘 들리지 않아서 답답했고.”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 내용이다. 마치 대표팀 소통의 문제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3124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6만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 것은 2013년 10월 12일 브라질과 친선경기 이후 처음이다. 축구팬들이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줬다. 그렇기에 김영권의 발언은 더욱 괘씸하게 들린다.

다만 전후사정을 살펴볼 때 본래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김영권은 문제의 발언을 한 뒤 곧바로 “우즈벡 가서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게끔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아요”라고 극복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뜨거운 관심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김영권은 “한국 축구에 (국민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며 “이런 자리에서 뛸 수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경기장을 찾은 많은 분들과 밖에서 응원해준 분들까지 생각하며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통 문제만을 탓하듯 말한 것도 아니었다. 앞서 경기에 대한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이란이 개개인 적으로 피지컬이 좋아 밀리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될 때가 있었다”고 말했고 수비진들이 볼 처리가 늦었던 점에 대해서는 “이란이 라인을 내리고 플레이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섰다. 여유를 가졌어야 했는데 압박이 심하다보니 부담을 느꼈다”고 문제점을 진단하기도 했다.

▲ 대표팀 맏형 이동국(오른쪽)은 이란전 단 6분만 뛰었다. 그럼에도 그는 팬들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격스러움을 나타내며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하더라도 굳이 관중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동료들의 발언과 비교해보면 그의 발언이 더욱 도드라진다. 대표팀 맏형 이동국(38·전북 현대)은 2년 10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란전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단 6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경기 후 “출전 시간을 떠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많은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다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짧은 발언이지만 이동국이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짧은 출전시간이 아쉬울 법한데도 불구하고 그의 답변은 성숙했고 그 안에는 팬들에 대한 존중까지 포함돼 있었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또한 마찬가지. 그는 “선수들 대부분이 2002년 월드컵을 보고 꿈을 키웠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경기장이 다시 붉은 물결로 가득 찬 것을 봤다”며 “경기 중 경합 상황 등 힘이 들 때 관중들의 함성소리는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뛰게 한다. 그런 면에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께 굉장히 감사하고 죄송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김영권에게도 어려운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자격도 얻지 못하고 탈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장이라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 지나친 비판보다는 힘을 실어줄 때다. 그러나 스스로도 국가대표와 대표팀의 주장이라는 자리의 책임감에 대해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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