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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이동국-김민재-김민우 빛난 K리거, 이름값부터 지워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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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이동국-김민재-김민우 빛난 K리거, 이름값부터 지워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9.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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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K리거의 활약이 빛났다. 그동안 왜 이들을 활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최종예선 내내 유럽파의 이름값에 지나치게 기대를 걸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우즈벡)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 염기훈이 6일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눈에 띄는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4승 3무 3패(승점 15)의 한국은 시리아, 우즈벡(이상 승점 13)을 제치고 이란(승점 22)에 이어 조 2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7월 초 위기의 순간 대표팀의 소방수로 나섰다. 단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우즈벡에 승점 1만 앞서 있을 뿐이었다. ‘지지 않는 경기’를 강조했던 신 감독은 답답했지만 결과로서 약속을 지켜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의미도 찾아냈다. 바로 K리거의 빛나는 활약이다.

K리거들은 이미 지난 6월 카타르와 최종예선 8차전에서 유럽파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량을 뽐내며 향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당시 이재성(전북 현대)은 물론이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이근호(강원FC), 처음 태극마크를 단 황일수(당시 제주 유나이티드, 현재 옌볜 푸더)는 답답한 경기의 흐름 속에서도 한 줄기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해냈다.

이날 경기에서 신 감독은 다소 실험적인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국내파에 대한 과감한 기용도 있었다. 공격 한쪽에 이근호가 자리잡았고 왼쪽 윙백으로 김민우(수원 삼성)가 선발 출장했다. 이날 경기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교체 카드 염기훈(수원)과 이동국(전북) 모두 국내파였다. 지난 신태용 감독의 확실한 믿음을 산 영건 김민재(전북)도 수비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가장 빛난 것은 후반 교체 투입된 염기훈이었다. 후반 18분 염기훈은 부상 당한 권창훈을 대신해 피치에 나섰고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안정적인 키핑 능력과 날카로운 크로스, 동료들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 이동국(오른쪽)이 우즈벡전 후반 44분 슛을 날리고 있다. 이동국은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여러차례 유효슛을 만들어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19분 김민우가 강력한 왼발 슛을 날린 것도 염기훈의 과감한 크로스 이후였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후반 들어 가장 속 시원한 슛이었다. 후반 40분 골대를 맞고 나온 이동국의 헤더도 염기훈으로부터 시작됐다. 염기훈이 드리블로 수비 2명을 제쳐낸 뒤 측면으로 공을 건넸고 김민우가 이동국의 머리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날렸다.

김민우는 후반 아크부근에서 이근호, 황희찬과 공을 주고 받으며 경기 중 가장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낸 뒤 슛을 날리기도 했다. 김민우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덕분에 왼쪽 측면에서 공격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졌다.

후반 33분 이근호와 교체 투입된 이동국의 활약도 빛났다. 우즈벡 수비를 따돌리고 김민우의 크로스를 날카로운 헤더로 연결했던 이동국은 후반 44분 황희찬의 침투패스를 받아 강력한 슛으로 우즈벡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파포스트를 노린 정석적인 슛이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게 아쉬웠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뜨리는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선발 출장한 이근호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우즈벡 수비진을 괴롭혔다. 전방에서부터 상대 수비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기회를 엿봤다. 세밀함에서는 부족함을 보이기도 했지만 많은 활동량을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수비의 김민재는 베테랑처럼 여유로웠고 견고했다. 탄탄한 피지컬을 이용해 상대 공격수들과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고 동료 수비진의 미숙한 공처리에도 안정적인 커버 플레이로 불안감을 지웠다. 스리백과 4백을 오가는 변화에도 능숙히 대처했고 빌드업 과정에서도 안정적이었다.

▲ 선발 출장한 이근호(오른쪽)가 측면을 파고들고 있다. 이근호는 저돌적인 움직임과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반면 최종예선 내내 기용됐던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을 비롯해 권창훈(디종),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 등 유럽파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손흥민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와 다르게 대표팀에만 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6골을 터뜨린 아시아 2차예선 때와는 달리 최종예선에서 손흥민이 넣은 골은 단 한골이었다. 동료들과 유기적인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장기인 과감한 돌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무리한 드리블로 흐름을 끊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

물론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그러나 축구는 11명이 뛰는 스포츠다.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대표팀은 손흥민을 비롯해 지동원,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럽파 선수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는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받지 못함에도 대표팀에서는 붙박이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당연히 경기력은 좋을 리 없었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9개월 남았다. 앞으로는 신태용 감독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K리거들은 짧은 기회 속에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유감없이 증명해냈다. 유럽파에 비해 이름값에서 떨어지는 K리거라고 이유 없이 배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신태용호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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