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인터뷰] '찡찡막막' 조하영, 영화를 사랑하는 그녀의 연기가 아름다운 이유
상태바
[인터뷰] '찡찡막막' 조하영, 영화를 사랑하는 그녀의 연기가 아름다운 이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1.22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자 Tip!] 최근 영화계와 공연계에서 주목을 받는 여배우가 있다. 바로 조하영이다. 그는 10여 년간 연극과 독립영화계에서 다작을 통해 연기를 갈고닦으며 실력을 키워온 은둔형 고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은둔형 고수에서 진짜 연기 고수로 세상에 화려하게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이런 그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찡찡막막'은 이런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 요즘들어 조하영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배우로 공식적인 영화인의 무대를 소화하고 난 뒤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양의 작품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긴장되고 걱정된다고 한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 '찡찡막막' 정말 나에게는 소중한 작품

박제욱 감독의 영화 '찡찡 막막'은 한 가난한 영화감독 지망생이 태국인 아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실 문제와 인종, 국적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점을 웃음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미 이 작품은 평론가들과 관객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작품으로서 인정받았고 지난달 초 펼쳐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영화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배우는 역시 태국인 아내를 연기했던 배우 조하영이다. 그는 검은색 피부색을 유지하기 위해 화장을 했고 태국인이 하는 어눌한 한국말투를 흉내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래서 조하영은 더욱 이 영화에 대해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 캐스팅 당시 저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내용이 너무 참신했고 내 한계를 넘겨줄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영화 안에서 3개국 언어가 나오는 데 언어유희를 통한 영화 안의 코믹요소는 분명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다만 처음 시나리오 내부에서 불만도 있었어요. 영화 줄거리가 너무 우울하고 찌질한 내용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니 너무 재미있고 신선한 작품이 탄생했더라고요. 역시 박제욱 감독은 감각과 안목이 뛰어난 사람 같아요."(웃음)

"결국 이런 장점들을 바탕으로 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무대에 오르게 됐고 저 역시 조명을 받게 되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작품이 돼 버렸어요."

 

◆ '찡찡막막' 저예산 영화의 고충을 넘어 만든 작품

조하영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여배우였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웃음기를 잃지 않는 그런 배우 같았다. 하지만 이런 그도 '찡찡 막막'을 촬영하던 당시 저예산 영화의 고충을 느끼며 힘겨운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을 밝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이겨냈고 진정성을 담은 '찡징 막막'을 탄생시켰다.

"워낙 저예산 영화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많았어요. 촬영 장소나 장비 등등 여러 가지 부족한 것들이 많았죠. 심지어 저는 영화 의상을 합정역 구제 의류 가게에서 구매해 입었으니 말이죠." (웃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제작비가 계속 부족해지는 탓에 결국 감독님이 촬영 도중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는 부분이에요. 이런 점들이 제가 '찡찡 막막'의 힘겨운 여건을 이겨내고 이를 악물고 영화를 완성하는 원동력이 됐죠. 잘해야겠다. 잘돼야 한다는 의지를 키웠던 거죠. 막상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면 그래서 이 영화가 진정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찡찡막막' 초청 레드카펫 행사에 섰을 때의 조하영. [스타일링= 배선영 스타일원미 대표]

◆ 진짜 태국 여자냐는 오해. 어설픈 듯한 연기로 보이는 이유

조하영은 이 영화에서 태국 여성을 연기했다. 웬만한 여배우들에게는 쉽지 않은 연기 선택이었다. 영화 속 태국인 아내는 어설픈 발음과 검은 피부, 돌출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였다. 조하영은 이를 모두 연기해 냈다. 훌륭한 연기력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상한 오해를 받기 시작했다. 너무 능수능란하게 어설픈 듯 보이는 태국인 아내 연기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어설픈 연기를 하는 배우 아냐?"라는 의외의 오해를 받은 것이다.

"저는 살면서 태국인을 만나본 적 없었어요. 태국말은 당연히 할 줄도 모르고요. 사실 감독님은 현지인을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좋은 연기력을 가진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셨어요. 결국 친분이 있던 저에게 제안하셨는데 저는 당혹스러움도 있었죠. 하지만 선택을 한 이상 태국인 연기를 위해 국내에 있는 태국 식당을 찾아다니고 태국인들을 만나 언어 연습에 나섰어요."

꿈속에서도 태국말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노력을 했더니 연기에서도 감독님이 원하는 태국인 아내 느낌이 나왔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태국인 아내의 어설픈 연기를 너무 똑같이 하다 보니 제가 진짜 태국인 아니냐는 오해와 어설픈 연기자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죠. 매우 잘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섭섭도 하더라고요. 다음 번에는 꼭 정상적인 한국인 역을 해야죠. "(웃음)

 

◆ 배우 조하영을 말하다.

'찡찡 막막' 이전까지 조하영의 주 무대는 연극이었다. 한양대 연극영학과 시절부터 연극배우를 꿈꿨던 그에게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곳이 연극 무대였다. 그런데 각종 독립영화 제의가 들어와 한두 작품을 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 대학 때부터 이상하게 연극무대가 좋은 캐스팅도 많이 들어오고 잘 풀리더라고요. 전 천생 연극배우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저예산 독립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고 도전을 시도했죠. 하지만 목소리 톤이나 모든 것이 제가 생각한 연극 연기와는 다른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영화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제 연기인생을 모두 걸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조하영은 영화의 매력에 빠지자 스스로 연기력 향상에 노력했고 처음부터 연기를 다시 배우자는 마음으로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실력을 쌓아 나갔다.

"스스로 연기 개인지도도 받고 어떤 작품이 들어오더라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려는 마음가짐을 잡았어요. 또한 돈보다는 작품을 생각하겠다는 의지도 갖추고 있었고요. 그래서 현재는 영화배우로서 길이 보인다고 할까요? 그런 자신감이 생겼죠. 앞으로 영화를 통해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요."

 

◆ 배우로서의 목표 흥행? 작품성?

이렇게 꾸준히 영화배우로서의 길을 가겠다는 조하영. 분명 그에게도 배우로서의 목표가 존재한다. 특히 모든 영화배우들의 고민인 흥행을 위주로 하는 배우냐 작품성을 위주로 하는 배우느냐의 목표적 고민이다. 조하영은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전 이전까지 확실히 흥행성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말하기 창피하지만 나름 좋은 대학 연극과를 나왔고 배우생활도 열심히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또한 주변의 동기나 동료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인기 좋은 연예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많은 오디션에서 탈락했고 제 이미지와 성향 등을 보고 기획사에서 저를 거절했죠."

"20대 후반이 들어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연기를 생각하고 작품을 생각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잡았죠, 이런 목표를 세우고 나니 상업영화만 보이던 제 눈에 독립영화의 아름다움이 보였고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분명 저는 작품성을 목표로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 조하영의 연기관? 다양한 시각을 가진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

조하영은 자신의 연기관에 대해서도 뚜렷한 생각을 하는 배우였다. 그는 영원히 연기하고 싶은 만큼 변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전 몸이 말을 안 듣는 순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그렇다 보니 이 틀에 맞는 연기관을 정립했죠.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연기를 펼치겠다는 거예요. 다양한 시각을 갖기만 한다면 변신도 자유롭고 배우로서 질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조하영은 자신을 한 줄로 평가해달라는 부탁에 매우 객관적인 답변을 내렸다.

"전 아직 불완전한 존재예요. 서툴고 시행착오도 많고 하지만 이런 모습이 매력적이고 생생한 배우예요. 지켜봐 주세요."(웃음)

 

[취재 후기] 배우 조하영의 첫 느낌은 생동감이었다. 배우로서 생기 넘치고 발랄한 모습을 주체할 수 없는 듯했다. 이런 느낌은 웬만한 배우들이 갖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조하영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런 자유분방한 생동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노력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단단해진 연기적 자신감이 그것이다.

dxhero@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