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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초이스 해프닝으로 본 '돔구장 로컬룰', 알고 보면 흥미롭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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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초이스 해프닝으로 본 '돔구장 로컬룰', 알고 보면 흥미롭다 [SQ포커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9.08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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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폐쇄형 돔구장들의 로컬룰 비교

[고척=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 마이클 초이스는 7일 LG 트윈스와 고척 홈경기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구장 천장을 두 번 맞췄는데, 한 번은 운이 없어서 아웃, 한 번은 행운이 따르며 3루타를 쳤다.

이날 초이스는 팀이 1-0으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의 2구를 쳤다. 높게 떠오른 공은 파울 지역 천장에 맞고 수직 낙하했고, 이를 LG 3루수 양석환이 잡았다. 심판진은 아웃을 선언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에 대한 어필을 한 장정석 넥센 감독에게 심판진은 그라운드 룰에 의한 아웃이라고 설명했다.

초이스의 타구를 그라운드 룰에 그대로 적용하면 아웃이 맞다. 고척 스카이돔 개장과 함께 이 구장에 적용되는 로컬룰이 발표됐는데, 천장 중앙에 노란 선을 그어서(내‧외야를 구분하기 위함) 타구를 판정한다. 노란선 뒤에 타구가 맞으면 홈런, 앞에서 맞으면 인플레이다. 파울 지역의 천장(스피커 등 포함)에 맞고 낙하한 공을 야수가 잡을 경우엔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된다.

초이스의 경우 타구가 노란선 앞에서 맞아 인플레이가 됐고, 양석환이 인플레이 타구를 잡았기에 3루 뜬공으로 기록된 것이다.

반면 7회 선두타자로 나와 3루타를 쳤을 때는 천장의 덕을 톡톡히 봤다. 초이스는 허프의 3구를 때렸고 이번에도 타구가 외야 방면으로 높게 솟았다. 허나 파울이 아닌 페어 지역이었다. 노란선 안쪽 천장을 맞았고, 이 공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졌다. 너무도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이었기에 LG 외야수들도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초이스는 3루까지 안전하게 도달했다.

대다수 야구장은 지붕이 없는 형태로 돼있지만, 지붕이 덮인 돔구장도 있다. 이 돔구장은 일반적인 야구장과 형태가 다르기에 로컬룰을 가진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표적인 폐쇄형 돔구장을 꼽으라면 각각 고척 스카이돔, 트로피카나 필드(탬파베이 레이스 홈구장), 도쿄돔(요미우리 자이언츠 홈구장)을 들 수 있다.

고척 스카이돔의 경우 로컬룰이 꽤 상세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위의 사례 말고도 파울 지역에서 천장에 끼거나 천장에 맞고 포구하지 못 할 경우는 파울이 된다. 공이 내야 페어지역에서 천장에 끼어 낙하하지 않을 경우엔 볼 데드가 돼 2베이스 안전 진루권이 부여된다. 천장에 맞거나 낀 경우 등 확인이 필요한 판정에 대해서는 횟수에 관계없이 심판 합의판정 신청이 가능하다.

▲ 넥센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 [사진=스포츠Q DB]

그렇다면 메이저리그(MLB) 유일의 폐쇄형 돔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는 어떤 로컬룰을 가질까.

이 구장 지붕 밑에는 캣워크(Catwalk)라 불리는 4개의 좁은 고리가 나이테처럼 존재하고 여기엔 조명과 스피커도 달려 있다. 문제는 이 캣워크가 지붕에서 많이 내려와 있어, 경기 중 타구가 이곳에 맞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타구는 맞은 위치에 따라 인플레이나 아웃 오브 플레이로 처리된다. 인플레이일 경우(A고리, B고리)에는 그라운드에 떨어지면 안타, 수비수가 잡으면 아웃이 선언된다. 가장 바깥쪽 두 캣워크(C고리, D고리) 중 두 파울 폴 사이에 맞으면 홈런으로 인정되고, 캣워크에서 공이 내려오지 않을 땐 그라운드 룰 더블(인정 2루타)이 주어진다.

워낙 특이한 구조로 돼있다 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많았다.

탬파베이 조니 고메스는 2006년 5월 1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홈경기에서 B고리에 공을 때렸다. 공은 토론토 유격수 존 맥도날드에게 굴러갔는데, 이 사이에 고메스가 홈에 도달했다.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이 그라운드 룰 더블이라고 주장했지만(느리게 굴러가기 전에 B고리에 머물렀기 때문), 심판진은 고메스가 아웃이라고 판정했다.

2011년 7월 18일 탬파베이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선 탬파베이 타자 션 로드리게스가 높은 파울 플라이를 쳤다. 이 타구가 캣워크에 맞았고 부서진 전구 조각들이 3루 코치 박스 근처 잔디에 떨어졌다.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했지만 구장 측에서 빠르게 대처해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의 요미우리 시절 홈구장이었기에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도쿄돔 역시 로컬룰이 독특하다.

타구가 내야 페어지역의 천장에 맞으면 인플레이가 되지만, 반대로 파울 지역의 천장에 맞으면 파울로 선언된다. 타구가 천장 구멍, 부착물 사이에 끼어 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2루타로 처리된다. 단, 파울 지역이면 파울로 판정된다.

돔의 천장 어느 부분을 때리느냐에 따라 홈런으로 인정되기도 하는데, 중앙 외야 쪽에 위치한 스피커와 펜스 밖 천장이나 광고판에 맞으면 홈런이 선언된다. 긴데스 버팔로스의 외국인 선수 랄프 브라이언트가 1990년 6월 6일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중앙 외야 쪽 천장에 위치한 스피커를 그대로 때려 ‘인정 홈런’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승엽도 도쿄돔 천장과 인연이 있다. 2009년 5월 9일 주니치 드래건즈전에서 홈런성 타구를 때렸는데, 이것이 천장을 강타했다. 타구는 천장을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우익수 앞에 뚝 떨어졌고, 심판진은 2루타를 선언했다.

일본프로야구(NPB)의 두 괴물 마쓰이 히데키와 오타니 쇼헤이는 각각 2002년과 2016년 타구를 도쿄돔 천장 구조물 사이로 넣는(인정 2루타로 기록)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수한 형태이기에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는 돔구장의 로컬룰은 알고 보면 퍽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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