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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프로야구, 이토록 '가슴 찡한' 스포츠였던가!떠나는 박재상-이승엽에게 잊지 못할 추억 안긴 선수와 팬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9.10 18:22 | 최종수정 2017.09.11 01: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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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9회말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야구가 특히 그런 것 같다. 2시간 59분 동안 이기고 있어도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승부가 뒤집히는 일이 부지기수다.

필자는 타자와 투수의 수 싸움, 벤치의 치열한 전략, 점수를 내기 위한 선수들의 작전수행이 집약된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고 생각한다.

헌데 이런 승부 내적인 것 말고도 야구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이 다가올 때가 있다. 누가 각본으로 짠다고 한들, 도저히 이런 드라마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 9일 넥센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로맥(오른쪽)이 박재상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 1년차 외인 로맥, 떠나는 박재상에게 잊지 못할 선물 안기다

9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7 KBO리그(프로야구) 맞대결이 바로 그랬다.

와이번스 17년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재상의 은퇴식이 열린 날이기도 했는데, 팀 후배들이 떠나는 선배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홈런으로 박재상이 활짝 웃게 했다. 주인공은 올해 대체 외인으로 들어온 제이미 로맥. 양 팀이 1-1로 맞선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현희의 슬라이더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팀을 6위로 끌어 올린 끝내기 홈런.

▲ '박재상 마킹 유니폼'을 입은 SK 선수들이 9일 박재상의 은퇴식에서 17년 와이번스 레전드를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여기서 명장면이 연출됐다. 로맥의 배트를 떠난 공이 ‘아트스윙 박재상’이라고 적힌 펼침막에 정확히 도달한 것. 마치 “오늘의 주인공은 박재상 선배다”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마침 이날 모든 SK 선수들이 ‘박재상’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유니폼 네임으로만 보면 박재상이 자신의 은퇴식날 ‘박재상 존’으로 홈런을 친 것이다.

이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윤성호 SBS스포츠 아나운서의 ‘샤우팅’은 극적인 요소를 배가시키는 데 충분했다. 윤 아나운서는 “오늘 모든 와이번스 선수들은 박재상이었습니다. 끝내기 홈런을 친 로맥이라기보다는 박재상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SBS스포츠 중계진은 로맥의 끝내기 홈런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리플레이하며 배경음악까지 깔았다. 한 편의 영화 못지않은 임팩트와 연출력이었다.

▲ 8일 롯데 주장 이대호(오른쪽)로부터 잠자리채를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는 이승엽. 2003년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킨 이가 바로 이승엽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사직벌에 울려 퍼진 '국민타자' 이승엽 응원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팬심을 울린 장면이 나왔다.

이날은 프로야구에 23년간 몸담아온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은퇴투어가 있었다. 사실 이미 한화 이글스를 시작으로 kt 위즈, 넥센, SK, 두산 베어스에서 은퇴투어를 했기에 그 주목도가 조금은 떨어져있었다. 은퇴투어에서 상대팀이 주는 선물이 다를 뿐, 경기 전후에 열리는 행사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팀이 5-6으로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뒤에서 동점이나 역전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이것이 사직구장에서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었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를 친 이승엽은 2루 땅볼로 아웃됐다. 1루까지 전력을 다해 뛴 그는 못내 아쉬움을 표하며 더그아웃으로 행했다.

이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3루 스탠드의 롯데 팬들이 모두 일어나 이승엽의 이름을 연호한 것. 평일임에도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한 사직구장은 이내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 마지막 타석을 마친 이승엽도 모자를 벗으며 답례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롯데의 6-5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롯데 팬들은 승전가 대신 이승엽의 응원가를 불렀다. 그동안 라이온즈파크에서 익숙했던 “아아 아 이승엽. 전설이 되어라” 응원가가 사직벌에 울려 퍼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을 상황을 접한 이승엽은 감회가 남다른 듯 엷은 미소를 띤 뒤 관중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 이승엽이 8일 사직구장에서 마지막 타석을 마치자, 3루 스탠드를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승엽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사진=스카이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사실 이승엽은 그동안 롯데 팬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많이 안겼다. 2003년 10월 3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롯데 이정민으로부터 아시아 한 시즌 최다홈런(56개, 당시 기준) 신기록을 세웠고, 2015년 6월 3일엔 롯데 투수 구승민의 공을 받아쳐 프로야구 개인 통산 400호 아치를 그렸다.

롯데 팬 입장에선 연거푸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기에 언짢을 수 있지만, 이날만큼은 자이언츠 팬을 넘어 프로야구 팬으로서 사직구장에 작별인사를 고한 이승엽을 뜨겁게 예우했다.

아마 이승엽이 훗날 롯데라는 말을 듣는다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한 팬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리, 사람이 집에 들어와야 점수가 올라가는 종목이다. 그래서일까. 야구를 보노라면 유독 사람냄새가 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즐거움, 슬픔, 사랑스러움, 노여움 등 수많은 감정의 복합체가 곧 야구인 것 같다. 필자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은 또 어떤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질까.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이세영 기자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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