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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청춘시대2' 최아라로 드러낸 동성애코드 '자연스럽지만 아직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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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청춘시대2' 최아라로 드러낸 동성애코드 '자연스럽지만 아직 멀었어'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7.09.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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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청춘시대'는 이번 시즌 새로운 인물을 맞이하며 변화를 도모했다. 드라마에 새로 투입된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최아라가 연기하는 조은 역이다.

극중 조은은 지난 시즌 인상적인 연기로 많은 팬을 확보한 강이나 역의 류화영을 대체했다. 강이나의 여성적인 매력과 다르게 조은은 중성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극 중 조은 역을 맡은 '청춘시대2' 최아라가 중성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 JTBC '청춘시대2' 화면 캡처]

하숙집에 최초로 등장한 남자인 서장훈(김민석 분)보다 훨씬 큰 키를 자랑하는 조은은 외모 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중성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극중 동성애자로 의심 받는다.

조은은 귀엽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자랑하는 단짝 친구 안예지(신세휘 분)와 언제나 붙어 다닌다. 안예지는 남자친구 역할을 해주는 '여자 사람 친구' 조은에게 심한 집착을 보이며 초조해 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항상 만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토라지는 모습은 마치 연인 관계를 연상케 한다. 

조은은 집착이 심한 안예지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장훈이 남자 친구인 척을 하지만 안예지의 태도는 거의 변화가 없다. 

결과적으로 최아라가 연기 중인 조은 역은 동성애 코드를 연상시키지만 직접적으로 노출시키지 못한다. 이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여태까지 동성애를 드러낸 방식 중 하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동성애 코드는 종종 노출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난 1999년 노희경 작가가 쓴 KBS 2부작 드라마 '슬픈 유혹'을 그 시초로 꼽는다. 당시 김갑수와 주진모의 키스 장면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김갑수는 한 토크쇼에서 이에 대한 일화를 장난스럽게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 드라마의 방영에 직접적인 동성애 표현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후 일명 '막장 드라마' 등에서 동성애 코드를 차용한 경우는 있었지만 극의 완성도가 떨어져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 2007년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동성애 코드 드라마 중 하나다. 

당시 윤은혜가 연기했던 고은찬 역은 남성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인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자인 그를 남자로 오해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당시 공유가 연기했던 최한결 역은 성별을 모르는 고은찬에게 사랑을 느끼며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최한결은 고은찬에게 "너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명대사를 남기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드라마 속 동성애자들은 과장된 연기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이는 실제 동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코드를 심어 놓은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오해 중 하나다.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한 지인은 "실제 남성 동성애자들은 청결에 집착하거나 외모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할 뿐이다"며 "과장된 여성성이 드러나지 않아 일반인들이 식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중 매체 속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의 시각으로 재편돼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2000년대 초반에 배우 황정민의 인상 깊은 연기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로드무비'(2002)에서는 대식(황정민 분)과 석원(정찬 분) 사이에 일주(서린 분)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는 비교적 표현에 자유로운 매체인 영화에서 조차도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여성을 끼워넣어 삼각 관계를 표현했던 당시 시대상에 대한 방증이다.

미국에서 성적 소수자를 그려내 높은 인기를 얻은 '퀴어 애즈 포크(Queer as Folk)' 시즌 1이 지난 2001년에 처음 방영돼 다섯 시즌이나 방영됐다는 점과 비교할 때 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회의 분위기는 북미와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 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청춘들이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청춘시대2'가 동성애 코드를 차용했다는 점은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는 방식이 10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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