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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믿고보는' 설경구, 그가 '살인자의 기억법'에 바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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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믿고보는' 설경구, 그가 '살인자의 기억법'에 바라는 것은?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9.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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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박하사탕'부터 '오아시스', '실미도'에 '불한당', '살인자의 기억법' 까지… 설경구가 맡은 작품, 캐릭터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관객들에게도 힘들어 '보이는' 연기를 해온 설경구가 이번에는 알츠하이머 살인마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관객에게 돌아왔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최근 설경구는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의 주인공이 됐다. 임시완과 함께한 영화 '불한당'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불한당'이 제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설경구가 '불한당' 이후 돌아온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매번 힘든 연기에 망설임 없이 도전해온 설경구가 말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어떤 매력이 있는 영화일까?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 살인마, 김병수 역을 맡은 설경구. [사진 = 쇼박스 제공]

◆ 노인 역을 맡았다. 특수분장은?

"(특수분장은) 안했어요. 특수분장은 보는 사람이 자칫하면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획 초반부터 아예 고려를 안했어요. 얼마나 분장을 할지 고민했는데, 제가 감독님에게 '한번 늙어 볼게요' 했다. 

살을 빼면 살이 처질 거고 주름이 깊어질 거고… 이런 생각으로 살을 뺐다. 웨이트를 안하고 건조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기괴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한 캐릭터는 영화의 모든 스태프가 달라붙어 만들어준다. 이번에도 소품이라든가에서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았다. 캐릭터가 나와 감독님 둘이서 만드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 영화 초반 안면근육 떨리는 연기 인상적이었다.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 분들에게는 경련 증상이 있지 않다. 영화적으로 기억을 잃고 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기억이 없어지는 상태는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지 않나. 그러다 보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점으로 선택했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 경련을 넣었다.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원작을 보지 않겠다고 제가 감독님께 이야기했다.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하다 보니 궁금해서 못견디겠더라(웃음). 그래서 책을 사다가 단숨에 읽었다.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소설과 영화는 다른 점이 많다. 시나리오라는 작업을 통해 영하로 재생산, 재창조 한 것 같다."

◆ 원작을 보며 영화에서 살리고 싶었던 포인트가 있다면?

"소설에서는 병수의 나이가 70 대로 나온다. 영화에서 감독님은 병수의 나이를 50대 후반으로 잡으셨다. 저는 연기를 하면서 두 나이를 무시하고 책과 영화 사이의 나이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소설 속 병수의 건조함을 영화로 가지고 오고 싶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태주는 원작에서는 없었던 인물이다. 병수의 언급으로 존재하는 캐릭터를 다시 재창조해냈다.

◆ 영화와 원작 소설 중 어떤 것을 먼저 보는 걸 추천하는지?

"영화를 보시고 소설을 보는 게 순서가 맞지 않나 싶다. 저라면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볼 것 같다. 소설을 보면 강렬함이 있다. 소설의 강렬함을 의식하고 있다면 영화를 보면서 소설 생각이 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이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소설과 같은 이야기의 영화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시고 소설을 보는 게 좋다."

[사진 = 쇼박스 제공]

◆ 어려움을 주는 캐릭터에 끌리나? 영화 때마다 몸을 만드신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 없이 몇 년 동안 연기를 했다. 그렇게 연기하다 보면 공허하기도 하고, 별로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할 때 만난 작품이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배우가 더 고민하고 고통스러웠을 때 보는 관객은 더 즐겁고 재밌고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캐릭터에게 외형은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를 연기하기 위해 단순하게 살만 뺀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이 어떤 얼굴을 하고 살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병수의 얼굴에 대해 고민하는 게 재밌었다. 그 전에는 살을 쪄야 하면 찌고, 빼야 하면 뺐다. 그럼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캐릭터의 얼굴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다. '불한당'의 재호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고민했다.

'불한당'의 재호와 '살인자의 기억법' 병수의 얼굴은 다르다. 병수는 건조한 얼굴이다. 병수보다 살집은 있지만 '불한당'의 재호도 멋진 몸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기름기가 있다. 과거에는 '빼'와 '쪄'로 인물의 외형을 만드는 것을 단순화했다. 지금은 매 신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

◆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병수는 아래를 살피며 걷는다. '불한당'의 재호는 뒤를 보라고 경고한다. 본인은 어느 쪽인 것 같나?

"매번 뒤를 돌아보며 살 수 없고, 매번 아래를 볼 수도 없다. 저는 사실 제가 어디 보고 사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사는 것 같다.(웃음)"

◆ 매번 다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살인자의 기억법' 때는 웨이트와 줄넘기를 했다. 다른 배우들도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웨이트 기구를 빌리며 했다. 김남길 씨는 찌기 위해 벌크업을 했다. 각자의 다른 목표를 향해 운동했다. 저와 김남길 씨의 방이 거의 헬스장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 몸을 만들기 위해서 줄넘기를 열심히 했다. 벽 보고 줄넘기만 했다. 새벽 5시 집합이면 몇 시간 전부터 줄넘기를 한다. 한 시부터 줄넘기를 하면 정신이 아찔해졌다.

줄넘기를 시작한 것은 영화 '오아시스'를 촬영하면서부터였다. 줄넘기 한지 20년 됐다. 처음 할 때는 서툴러서 힘들었다. 지방 촬영을 하면 운동 하기가 쉽지 않다. 밤에 뛰기에는 무섭다. 그래서 방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토론토 영화제, 최근에는 칸에서도 줄넘기를 했다. 작품이 없을 때도 줄넘기를 한다. 습관이 된 것 같다.

칸 영화제에서는 호텔 바닥이 카펫이어서 줄넘기 하기 적당하지 않았다. 나무바닥, 대리석 바닥을 좋아한다. 호텔 베란다에서 줄넘기 장소 사전답사 하려다가 베란다에 갇혀 옆방 시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웃음)"

[사진 = 쇼박스 제공]

◆ '불한당'으로 인기를 많이 얻었다.

"신기하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팬들 대관 소식을 알게 되어 갔었는데 소름이 끼쳤다. 언제 내가 그런 환호를 들어보겠나. '불한당'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저는 모른다. 전 열심히 촬영만 했을 뿐인데(웃음)"

◆ 다음 작품 힌트를 준다면?

"촬영은 마친 상태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제목은 '우상'이다. 한석규, 천우희 배우와 함께한다. 좀 무섭다. 한겨울에 고생할 것 같다. '한공주' 감독님 작품이니 작품도 무서울 것 같다.

'우상' 촬영 들어가기 전에 두 달 정도 쉬는 시간이 있다. 다음 작품을 신경쓰며 재충전 하는 것 같다. 마냥 쉬더라도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 쉴 때는 촬영할 때 못자니 잠을 많이 잔다."

◆ 절친한 배우 문소리가 '여배우는 오늘도'로 감독 데뷔한다.

"문소리 씨에게 이야기 들었다. 지원금도 받았다고 이야기해서 잘됐다고 그랬다. 소문에는 재밌다고 그러더라. 문소리 씨는 재주가 많은 친구다. 저도 영화를 보고 싶다. 개봉 시기가 비슷해요? 경쟁작이야? 그럼 안 보겠다.(웃음)"

[취재 후기] 설경구는 연기마다 그야말로 '지독한' 연기를 보여줬다. 어려운 작품을 맡아온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도, 노력도 남다른 배우 설경구가 만든 '살인자의 기억법' 병수의 얼굴이 특별한 이유다. 쉬는 것 보다 다음 작품에 대한 설렘이 좋다고 말하는 배우 설경구의 다음 작품 또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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