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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골키퍼 교체 실패가 오히려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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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골키퍼 교체 실패가 오히려 '신의 한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3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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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연장 후반 막판 전상욱 준비…교체 타이밍 못잡고 박준혁 선방 MVP에 우승까지 '전화위복'

[상암=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바꾸지 못한 것이 오히려 '신의 한수'가 됐다. 바꾸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바꾸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못잡아 바꾸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성남은 이런 불운마저도 이겨냈다.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새출발한 성남FC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2개의 승부차기를 막아낸 골키퍼 박준혁의 슈퍼 세이브 활약으로 4-2로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1년에 이어 3년만에 FA컵 정상에 오른 성남은 시민구단 최초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후반 30분을 포함한 120분 혈투는 단 한 골도 나오지 않은채 끝났다. 서울은 두 차례나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있었지만 모두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뒤 수비수 곽해성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성남의 김학범 감독과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승부차기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한 듯 118분 동안 교체 선수를 2명만 투입했다. 분명 승부차기를 위한 골키퍼로 교체해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은 연장 후반 13분 김용대 대신 유상훈을 넣었다. 포항과 FA컵 16강전과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모두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일약 서울의 차세대 골키퍼로 떠오른 수문장이다.

김학범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상욱을 준비시켰다. 전북 현대와 FA컵 4강전 당시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골키퍼였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전상욱을 바꿀 준비를 마쳤지만 연장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가 중단되지 않았다. 서울이 공을 돌리면서 전상욱을 바꾸지 못하도록 한 것도 원인이었다.

그러나 120분 동안 골문을 지켰던 박준혁이 제대로 일을 냈다. 박준혁은 첫번째 키커 오스마르의 방향을 완벽하게 잡아내며 막아낸데 이어 세번째 키커 몰리나의 킥마저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선방했다. 오스마르부터 김진규, 몰리나, 강승조까지 4명의 키커 가운데 2명의 키커가 찬 방향을 완벽하게 읽어냈다.

교체 실패가 오히려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연히 최우수선수(MVP)는 승부차기 2개를 막아낸 박준혁의 몫이었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공중볼을 안정적인 자세로 잡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학범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김 감독은 교체 실패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바꿔도 그만, 바꾸지 않아도 그만이었다는 것.

김학범 감독은 "전상욱으로 바꾸려고 했던 것은 전북전 승부차기에서 잘 막았던 것이 있기 때문에 서울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였지, 사실 몸은 박준혁이 더 빠르다"며 "교체 실패는 했지만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갈고와 전주대를 졸업한 박준혁은 2010년 경남을 통해 데뷔한 뒤 대구와 제주를 거쳐 올 시즌 성남으로 이적했다. 키는 180cm로 골키퍼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전주대 시절 풋살을 한 경험이 있어 몸이 빠르고 민첩하다. 팔 길이가 길다는 장점도 있다.

이날 박준혁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에스쿠데로에게 실점과 다름없는 위기를 자초하는 등 두차례 실수로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진노를 샀지만 승부차기 2개의 선방으로 승리 일등 공신이 됐다.

박준혁은 "승부차기까지 가면 교체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전)상욱이 형이 후반 막판 몸을 푸는 것을 봤기 때문에 바뀔 줄 알았는데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며 "상욱이 형으로부터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분석 자료를 건네 받았다.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면서 오스마르와 몰리나를 완벽하게 분석한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골키퍼 박준혁(오른쪽)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공을 놓치는 실수로 서울 에스쿠데로(가운데)에게 위기를 맞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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