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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독기 있어 미래 밝은 여자야구대표팀, '언더독' 신화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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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독기 있어 미래 밝은 여자야구대표팀, '언더독' 신화를 꿈꾸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24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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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 개최 월드컵 향한 진군 시작...상비군 조성-포지션별 클리닉 등 경쟁력 강화 계획

[300자 Tip!] 한국은 축구 월드컵, 동·하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굵직한 메가 스포츠 이벤트들을 수차례 유치해왔다. 내후년 8월에도 스포츠팬들의 오감을 자극할만한 흥미로운 국제대회가 열린다. 부산 기장군에서 개최되는 여자야구 월드컵이다.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이 발족된 후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여자야구대표팀은 대회를 1년9개월 앞둔 시점에서 월드컵 체제로 접어들었다.

[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한국 여성은 강하다. 특히 스포츠에서 더욱 그렇다.

김연아, 이상화, 박인비 등 개인 종목에서 세계를 호령한 스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준급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핸드볼, 하키, 배구, 축구 등의 구기종목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왔다.

이제는 야구가 그 바통을 이어받으려 한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 야구는 이제 더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자 야구는 2016년 8월 홈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서 이변을 연출하는 꿈을 꾸고 있다.

▲ 한국 여자 야구는 벌써부터 2016년 8월 열리는 야구월드컵 체제에 접어들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월드컵을 치르기 위한 과정이다.

리틀야구의 세계 제패, 청소년대표팀의 아시아 정상 탈환 등 연이어 낭보를 전해오고 있는 야구계는 이제 여자야구의 부흥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여자야구지만 점차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장충 리틀구장에서는 여자야구대표팀이 리틀야구 5학년 올스타, 백구회 야구단과 더블헤더를 치렀다. 아직 월드컵에 나설 코칭스태프와 국가대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14년 성적을 토대로 발탁된 20인의 국가대표는 가슴에 'KOREA'가 적힌 푸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 2016년 8월 부산 기장, 야구월드컵 개최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은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관하는 국제여자야구대회다. 2004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초대 대회를 개최한 이후 대만, 일본, 베네수엘라 등을 거치며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6회 대회는 지난 9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펼쳐졌다.

지난 8월11일 대한야구협회(KBA)는 제7회 2016 국제야구연맹(IBAF) 여자야구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IBAF는 제3차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참석 집행위원 만장일치로 여자야구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KBA와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여자야구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여자야구월드컵 개최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KBA는 IBAF와 각 대륙연맹, 특히 인접한 일본과 대만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 한국여자야구연맹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비군을 조성하고 훈련 환경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한국이 여자야구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BAF가 승인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1982년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2012년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대회는 2016년 8월 부산 기장군에서 개최된다.

◆ 몰라보게 나아진 경기력, '희망은 있다'

지난 15일 전북 익산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챔프(상위리그) 결승. 우승팀 구리 나인빅스와 준우승팀 서울 비밀리에간의 스코어는 3-2였다. '몸개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훈련량이 많아진 팀들은 갈수록 야구에 눈을 뜨고 있다.

이광환(66) 한국여자야구연맹 수석부회장은 결승전 총평을 통해 “양팀 모두 정말 훌륭한 경기를 했다. 이렇게 적은 점수로 끝나는 결승전은 처음 본다. 놀랄 정도”라며 “한국 여자야구가 출범한지 8년만에 정말 야구다운 경기가 펼쳐졌다. 실책이 크게 줄었다”고 극찬했다.

23일 이벤트전에서도 여자 대표팀은 원로 야구인들로 이뤄진 백구회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직선타를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건져내 관계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소프트볼 선수 출신 유경희(고양 레이커스), 이연순(안성 아이원스) 등은 매섭게 배트를 돌려 2루타를 때려냈다.

앞선 경기에서는 5학년 리틀 올스타에 4-5로 석패했지만 마지막 이닝에서 2점을 따라잡아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주루와 빗맞은 안타 대처 등 세밀한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에러를 하나도 범하지 않는 탄탄한 수비를 보여줘 잠재력을 입증했다.

▲ 최길성 감독은 "아직 갈길은 멀지만 한국 여자의 독기를 믿는다"며 여자 야구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여자야구대표팀 감독으로 이벤트전을 지휘한 최길성(서울 비밀리에)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다들 생업이 있어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하긴 하다”며 “지난 2~3년에 비하면 집중력이 월등히 좋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한국 여자 특유의 독기가 있어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 여자야구연맹, “상비군 조성, 포지션별 클리닉 계획” 

“개최국으로서 기량을 어필해야죠. 체계적인 계획이 준비돼 있습니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이상현(54) 총무이사는 “내년이 중요하다. 상비군 조성, 국제대회 참가와 초청 등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월드컵조직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 9월 일본 월드컵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11개국에 출전권을 줬던 2010년 월드컵에 나서 4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9점을 뽑는 동안 66점을 내줬다. 지난 9월 익산에서 가진 일본 실업팀과 평가전 2경기 모두 두자릿수 점수차로 완패했다. 일본은 6번의 월드컵에서 우승 4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을 정도로 극강의 진용을 꾸리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까지 세계 4강을 잡는 것은 현재로서는 언감생심이다. 대만, 베네수엘라, 홍콩, 네덜란드 등과 대등히 겨뤄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국제 무대에 걸맞은 전력을 갖추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할 때다.

▲ 여자 야구대표팀은 23일 리틀야구 5학년 올스타, 백구회 야구단과 더블헤더를 치러 1승1패를 기록했다.

한국여자야구연맹 노경혜(26) 사무처장은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40명 정도를 모아 포지션별로 클리닉을 할 예정이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할 계획”이라며 “2016년 야구월드컵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최적의 훈련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한국 여자야구대표팀이 약체에서 다크호스로 도약하는 '언더독' 신화를 이루기 위해 로드맵에 맞춰 기량을 담금질해나가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 한국 여자 야구 역사

2006년 6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아먀야구 육성위원회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각 지역에 동호회 차원으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던 여자야구단 13개팀의 대표자 24명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을 발족시켰다.

이후 카페를 개설하고 나주대학교 여자야구단을 첫 번째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2007년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연맹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그해 함평나비배 전국여자야구대회, KBO총재배 전국여자야구선수권대회, 연맹회장기대회 등을 통해 모양새를 갖춰나갔다.

2008년에는 계룡시장기가, 2011년에는 CMS배와 익산시장기 대회가 추가됐다. 2012년 김을동 회장 취임 후 28개 구단 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 제1회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가 개최되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생중계된 이 대회에는 지난해와 올해 37개팀 750여명의 선수가 참여해 여자 야구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여자야구연맹에는 41개팀 817명의 선수가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취재 후기] 여자 대표팀을 상대로 5-4 승리를 거둔 리틀 5학년 선수 중 한 명은 “누나들이 만만치 않더라. 생각보다 공을 잘 받아쳤다”고 말했다. 백구회 원로들은 입을 모아 “몇년새 부쩍 기량이 향상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국 스포츠의 ‘여성 파워’가 조금씩 야구로도 퍼지고 있다. 2014년 8월 리틀야구 대표팀이 세계제패로 모든 이슈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2016년 8월에는 여자야구대표팀이 가장 핫한 존재가 되기를 기대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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