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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의 마이웨이, 명문 시민구단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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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의 마이웨이, 명문 시민구단으로 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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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출전으로 거액 상금 확보 가능…구단 재정 숨통, 마케팅 기회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학범슨' 김학범(54) 성남FC 감독이 '새 역사 창조'를 선언했다. 시도민구단 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골키퍼 박준혁이 승부차기에서 2개의 선방을 해내며 4-2로 이겨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성남은 이날 우승으로 상금 2억원과 함께 ACL 본선 티켓을 따냈다.

무엇보다 가장 값진 기록은 시도민구단 최초의 ACL 본선 티켓 획득이다. 그동안 ACL 티켓은 시도민구단이 아닌 기업구단의 몫이었다. 2005년 인천이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 울산 현대와 챔피언 결정전을 치렀지만 아쉽게 우승컵을 울산에 내주면서 ACL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또 2012년에는 경남이 FA컵 결승전까지 나가 ACL행을 노렸지만 포항의 벽에 막히면서 좌절했다. 시도민구단의 ACL 진출은 힘들 것만 같았다.

▲ 김학범 성남 감독(오른쪽)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세번째 도전 만에 시도민구단이 ACL에 나가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 모기업 일화가 운영했던 기업구단이었던 성남은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1위까지 미끄러지며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지만 FA컵 우승으로 당당하게 내년 ACL에 나갈 수 있게 됐다.

◆ 거액의 상금과 마케팅 효과, AFC 챔피언스리그는 기회

김학범 감독은 평소 ACL은 시민구단 성남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해외 장거리 원정이 많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얻는 이득이 더 많다.

본선 조별리그에서 원정 경기를 떠날 때면 3만 달러(3332만원)의 금액을 보조받는다. 여기에 이기면 4만 달러, 비기면 2만 달러의 상금을 챙긴다. 조별리그에서 6연승을 기록하면 원정 보조금을 포함해 33만 달러(3억6656만원)을 가져올 수 있다.

토너먼트에 올라가면 상금이 늘기 시작한다. 16강에 가면 5만 달러, 8강 8만 달러, 4강 12만 달러의 상금이 나온다. 우승 상금은 150만 달러(16억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75만 달러다. 여기에 16강 원정은 4만 달러, 8강 원정은 5만 달러가 추가로 나오고 4강과 결승 원정은 6만 달러가 지급된다.

만약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175만 달러(19억4000만원)의 상금과 원정경기 보조금 21만 달러까지 196만 달러가 더해져 최대 229만 달러(25억4800만원)를 가져올 수 있다. 이 금액은 올해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내년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 성남 선수들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성남 시민구단의 연간 운영비는 1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은 지난 4월 주식 공모로 주식 30만주를 발행해 30억원 정도를 확보했다. 주식 공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ACL로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ACL 우승을 차지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따내는 상금은 덤으로 붙는다. 4위까지만 올라도 200만 달러(22억2000만원)를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성남이라는 이미지를 아시아와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부가적으로 따라온다.

이뿐이 아니다. ACL 진출이라는 프리미엄은 가뜩이나 셔츠 스폰서(유니폼 스폰서)가 붙지 않는 성남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K리그 클래식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팀과 맞붙으면서 노출될 광고 효과를 노릴 기업들이 유니폼 스폰서를 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아직까지 성남은 유니폼 스폰서가 없다. 이것만 하더라도 구단 수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 김학범 감독 "시민구단도 잘할 수 있다는 것 보여줄 것"

이미 성남의 전신인 성남 일화가 ACL 우승과 FIFA 클럽 월드컵 출전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0년 ACL 결승전에서 조바한(이란)을 꺾고 FIFA 클럽 월드컵에 올랐던 성남은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준결승에서 0-3으로 진 뒤 3~4위전에서 인터나시오날(브라질)에 2-4로 져 4위에 그치긴 했지만 200만 달러의 상금을 챙겨갔다.

재정적으로 기업구단에 밀리는 시도민구단이 ACL에 나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대부분 시도민구단은 자본 잠식 상태가 돼 연명하기도 어려운 지경까지 몰리기도 헀다.

성남 역시 형편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올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3분기 매출액이 12억6038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ACL에서 나올 상금은 성남에 분명 기회다.

▲ 성남 김학범 감독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시상식에서 지도자상을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에 대해 김학범 감독은 "시민구단으로 출발한 첫 시즌에 좋은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 성남 시민구단이 더 발전할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며 "우승을 위해 노력해준 이재명 성남시장과 신문선 대표 등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시민구단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시민구단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고 잘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현재 성남의 당면과제는 역시 강등권 탈출이다. 아직 K리그 클래식 2경기가 남아있는 가운데 오는 26일 인천전, 29일 부산전이 남아 있다. 현재 성남에 승점 2 앞선 10위 경남이 29일 상주 상무와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이기 때문에 성남으로서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내야만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팀과 겨루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할 수 있다.

이후 김 감독의 눈은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를 향해 있다. 그리고 7개의 별이 휘황찬란하게 달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전성기를 재현, 명문 시민구단으로 가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성남의 수석코치로 고(故) 차경복 감독을 모셨을 때 성남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좋다"며 "이재명 시장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만큼 알차게 준비하겠다. 예전처럼 무작정 스타급 선수를 불러모을 수 없겠지만 알찬 준비로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 성남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과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성남은 이날 승리로 시민구단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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