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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남자 쇼트트랙은 약세? 서이라-임효준 당찬 반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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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남자 쇼트트랙은 약세? 서이라-임효준 당찬 반전을 꿈꾼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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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엔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시범종목으로 도입된 이후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을 놓친 기억이 없다. 2002년 솔트레이크에서 김동성이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호되게 당한 것을 제외하면.

반면 그에 앞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노골드’로 자존심을 구긴 여자 대표팀은 그 사이 반등해 금메달 2개를 차지했다. 잠시 중국에 내줬던 계주 최강자의 자리도 되찾았다. 최민정(19·성남시청)과 심석희(20·한국체대)가 번갈아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국의 위엄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의 상황은 다르다. 평준화의 흐름 속에 타고난 힘을 자랑하는 유럽과 북중미 선수들과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국내에서도 ‘쇼트트랙’ 하면 어느새 최민정과 심석희로 대표되는 여자 대표팀이 먼저 떠오르는 게 현실이 됐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 서울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이 자리에 참가한 남자 대표팀 서이라(25·화성시청)는 “남자 쇼트트랙이 재미없다는 생각은 비시즌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난처럼 말했지만 자신들도 여자 선수들 못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결기까지 느껴졌다. 그는 이어 “시즌이 시작되고 경기에 나서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도 “남자는 판도가 많이 바뀌고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 경쟁이 여자에 비해 더욱 치열하다”면서도 “그러나 세계선수권 등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탄탄대로 서이라, 경험 부족? 패기로 넘어선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는 충분하다. 2010~2011시즌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던 서이라는 시니어 대회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2014~2015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더니 지난 시즌에는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올 2월 열린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1000m 금메달, 500m와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 기세를 이어 세계선수권에서 1000m 금메달, 500m·1500m 동메달을 목에 걸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세계 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결과 이상의 성과였다. 그동안의 성적에 대한 무거운 부담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서이라는 “사실 국내 대회에서도 1등을 많이 못해봤는데 아시안게임 이후로 마음이 가벼워졌고 훈련도 더욱 잘 된다. 실력도 행상됐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또 다르다. 대표팀의 에이스지만 올림픽 경험이 없다는 것은 걱정거리다. “부담감은 없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서이라는 “경험 부족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큰 대회에서 패기 있게 나설 수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개의치 않았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올림픽에서도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계주에 더 욕심이 난다”며 에이스의 듬직함을 보인 서이라지만 특유의 유쾌함도 잃지 않았다. 지난 7월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 이후 직접 쓴 가사의 랩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훈련에 집중하느라고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뱉은 말이니 지키겠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 ‘오뚝이’ 임효준, 어떤 시련이 그를 흔들 수 있으랴

서이라에 비하면 임효준(21·한국체대)은 대중들에게 더욱 생소한 이름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세계 대회 출전 경험이 전무하다. 2012 유스올림픽 1000m에서 1위에 오른 것이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이력이다. 그 흔한 월드컵 시리즈에도 나가보지 못했다.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른 발목만 3차례 다쳤고 허리 압박 골절까지 찾아왔다. 이외의 골절 부상이 유독 많았다. “또래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을 보고 힘들었다”고 입을 연 임효준은 “많은 노력을 통해 평창 올림픽 진출 꿈을 이뤘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화위복이었다. 임효준은 “힘들었던 시기가 있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오히려 부상으로 인해 지금처럼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년배 선수들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평창을 향한 그의 마음은 더욱 불타올랐다. “대표 선발전 때 어머니가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긴장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대회에 꼭 나가보고 싶었다”며 “간절했기에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감격의 순간을 떠올렸다.

올림픽을 제외하고 모든 대회를 경험하고 좋은 성적까지 낸 서이라와 달리 임효준의 세계 무대 적응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경쟁 팀들에 낯선 임효준은 오히려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남들보다 순간 스피드와 순발력에서 자신이 있다”고 어필한 임효준은 “아직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지만 더 노력해 보완한다며 좋은 성적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2일까지 캐나다 캘거리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대표팀은 오는 28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1차 월드컵에 출전한다.

남자 대표팀에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던 곽윤기(28·고양시청)를 제외하고는 올림픽 경험자가 없다.

이에 대해 김선태 감독은 “경험 부분에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국가대표가 됐으니 월드컵 대회를 1,2차례 치러보면 적응할 것”이라며 “남자 대표팀은 계주에서 상대가 어느 팀이 되느냐에 따라 경험이 적은 것을 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첫 월드컵에 나서는 임효준도 “설레고 걱정도 된다. 그래도 부딪혀 봐야지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지 알게 될 것”이라며 “월드컵 땐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그 경험 바탕으로 올림픽에 나서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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