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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위기의 여자축구, '샤컵'이 등불 될 수 있다면!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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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위기의 여자축구, '샤컵'이 등불 될 수 있다면! (上)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9.2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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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아리 여자축구대회 '샤컵' 현장 취재…사회적인 편견을 깨고 아마축구의 저변을 확대한다

[서울대=스포츠Q(큐) 글 이세영 기자‧사진 주현희 기자] 바야흐로 여자축구의 위기다. 24년 전통의 한양여대와 ‘실업 강호’ 이천대교가 최근 연이어 해체를 결정하면서 중‧고교 선수들의 장래 선택지가 줄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대한축구협회(KFA)를 비롯해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여자축구연맹 등 많은 단체들이 여자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아직 체감할 만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협회와 연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자축구가 흥하기 위한 기획을 했지만, 많은 팀들이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해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 16일 예선전에서 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인하대 선수(왼쪽)와 한국체대 선수.

아마추어 역시 마찬가지다. 여대생 축구동아리 대회를 관장하는 한국대학여자축구연맹이 올해 개최한 대회는 국민대배와 서울권 대학축구 클럽대회, 양구 국토정중앙기, 샤컵 등 4개에 불과하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전언.

지난 16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17 제5회 전국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 현장에서 만난 권성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올해 열린 대회가 유난히 적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지현(29) 한국대학여자축구연맹 이사장 역시 “가장 큰 동아리 대회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최하는 K리그컵인데, 이 대회가 갑자기 없어졌다. 선수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이지현 이사장은 "프로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팀이 해체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한양여대-이천대교 해체…아마축구 충격도 컸다

한양여대와 이천대교의 해체 소식은 대학여자축구연맹을 절망에 빠뜨렸다. 비록 아마추어 대회를 열지만, 크게 볼 때 여자축구의 저변이 좁아짐을 의미하기에 단체 구성원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이지현 이사장은 “사실 아마 시장은 점점 커지고 참여 인구도 늘어나고 있는데, 프로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팀(이천대교)이 해체돼서 안타깝다”며 “물론 재정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아직 축구 문화가 확산되지 않아 운영 면에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대학여자축구연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서울대 여자축구부 감독을 맡고 있는 권성호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엘리트 스포츠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인 것 같다”며 “2010년 이후로 여자축구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남자축구에 비하면 아직 비인기 종목이다. 그러다보니 엘리트도, 생활체육 인구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서울대 여자축구부를 지도하고 있는 권성호 교수가 포즈를 잡고 있다.

◆ '샤컵'은 어떤 길을 걸어왔나

이런 현실 속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는 아마추어 여자축구 대회가 있다. 바로 서울대 여자축구부가 주최하는 ‘샤컵’이다. 2012년 ‘서울대학교 여자축구 친선대회’라는 이름으로 시범대회가 열렸고, 2013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샤컵은 대회를 여는 주최가 축구부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자축구 동아리 대회와 차별성을 가진다. 샤컵은 서울대 체육부로부터 대운동장 대관을 받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학생들이 해결한다.

샤컵을 기획한 이지현 이사장은 서울대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수많은 제안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며 “체육 관련 단체들을 돌아다니며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지인들로부터 운영비를 확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샤컵 대회를 거듭 열면서 참가팀의 수준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남자 경기에서 볼 수 있는 '대포알 슛'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대회를 거듭하면서 샤컵은 나름의 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해 8개 팀이었던 참가팀이 올해는 12팀으로 늘었다. 오히려 17팀이 지원을 해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선착순으로 12팀만 받았단다. 후원을 꾸준히 해주는 기업도 생겨, 학생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었다.

이번엔 총 12팀이 참가해 조별리그(3팀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예선 풀리그), 토너먼트(8강~결승)를 거쳤는데, 한국체대 동아리 FC천마가 결승에서 인하대 INHA-WICS를 2-1로 꺾고 대회 5연패를 차지했다. 연장 후반까지 간 접전 끝에 양다빈의 머리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이지현 이사장은 “축구가 거친 스포츠라는 사회적인 시선이 있지만, 여학생들이 이런 편견을 깨나가고 있다”면서 “지금 사회적으로 굳어진 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가면 어린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서 본인들이 느꼈던 사회적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한국체대 이은빈(왼쪽)과 김혜영이 17일 우승을 차지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학생들이 만든 대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이처럼 여자 아마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생겨난 샤컵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축구의 저변 확대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축구로 즐거움을 얻었으면 하는 게 이 대회를 만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지현 이사장은 “여대생들이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대회로 만드는 게 연맹의 가장 큰 목표다. 또, 샤컵이 흥하면서 더 많은 인구가 축구에 참여했으면 한다. 미국의 ‘사커맘’(아이와 함께 축구장에 가는 엄마를 지칭하는 용어)처럼 열풍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샤컵이 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이사장은 “샤컵은 재학생들이 힘을 모아 여는 대회다.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열정과 희생정신, 그리고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면서 “기업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며 도와주는 건 아니다. 우리도 SNS 등을 통해 나름 많이 노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과 기업의 ‘상생’이 주최 측이 원하는 그림이다”라고 설명했다.

권성호 교수는 “참가팀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더 많은 팀이 참가하려면 시간적, 공간적인 확보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축구와 관련된 협회와 연맹들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 [SQ스페셜] '샤컵' 터줏대감, 서울대 여자축구부를 소개합니다 (下) 로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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