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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파리생제르망 네이마르, 왕이 되려거든 메시에게 배워라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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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파리생제르망 네이마르, 왕이 되려거든 메시에게 배워라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9.2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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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네이마르(25)의 패배다.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30)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있던 네이마르는 3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세계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이 되며 파리생제르망(PSG)로 소속을 옮겼다. 그러나 왕이 되려던 그는 잠시 한 발을 물렀다. 제 아무리 네이마르라지만 팀을 망가뜨리는 행동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지 레퀴프는 22일(한국시간) “네이마르가 리옹전 에딘손 카바니(30)와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를 두고 팀 동료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같은 브라질 출신 티아구 실바가 통역을 맡았고 자신의 태도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파리생제르망 네이마르(왼쪽)과 에딘손 카바니는 최근 경기 도중 페널티킥을 서로 차겠다고 논쟁을 벌였다. 결국 네이마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8일 리옹과 프랑스 리게앙 경기 중 팀이 1-0으로 앞선 상황 팀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주포 카바니가 페널티킥을 차려했지만 네이마르가 자신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카바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네이마르는 결국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네이마르는 지난달 팀에 합류했지만 이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13일 셀틱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도 카바니는 자신의 뜻대로 페널티킥을 찼다.

당연한 행동이었다. 카바니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35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떠난 팀에서 페널티킥 전담 키커는 그의 차지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더구나 지난 시즌 9개의 페널티킥 중 8개를 성공시켰다. 믿을만한 키커임이 틀림없었다.

네이마르도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5개의 페널티킥을 차 4개를 넣었다. 전담 키커도 아니었고 그가 페널티킥을 차야 할 이유도 분명하지 않았다.

단 하나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비싼 몸값이다. ‘프로는 돈으로 증명한다’는 말이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돈이 곧 실력이고 힘이란 뜻이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도 이 때문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페널티킥을 찰 수 있다”며 “나눠차기를 원한다”고 감독으로서 카리스마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네이마르를 대하는 팀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커지자 카바니도 별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오히려 언론과 주변 축구인들이 더욱 열을 냈다. 네이마르의 이러한 태도가 팀 조직력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왔다.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라는 걸출한 공격수들과 MSN 트리오를 이뤄 빅클럽들을 긴장케 하는 최강의 공격력을 뽐냈다. 그러면서도 바르셀로나는 ‘행복셀로나’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뛰어난 조직력을 보였다. 선수들 간 사이도 각별했다. 적극적으로 서로를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세계 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 파리로 향했다. 결국엔 고개를 숙였다. 현명한 태도다. 네이마르는 올 여름 PSG와 5년 계약을 맺었다. 2022년까지 자주색 유니폼을 입고 뛴다. 이미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솟구쳤기 때문에 사실상 계약 기간 내 타 팀 이적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에 걸맞은 이적료를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을 찾는 것 조차 힘들다.

팀이 살지 않으면 네이마르가 메시, 호날두를 제치고 발롱도르를 수상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 5대 리그 중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리게앙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는 자신의 힘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다. 결국 동료와 협력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서는 때론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미 네이마르는 감독마저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PSG의 슈퍼스타다.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르다. 당시 메시가 팀으로부터 받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감독보다도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몸값이 증명한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분란을 조장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고개를 숙이면서 팀을 이끌 때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메시다.

팀보다 앞서는 선수는 없다. 팀이 없이는 개인적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네이마르의 실력은 그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6경기 5골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 기여도 면에서 메시(6경기 11골 2도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단 그가 네이마르가 챔피언스리그 우승, 발롱도르를 수확하기 위해 갖춰야 할 단 하나가 있다면 먼저 동료들을 배려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리더로서의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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