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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No, 아이스하키 Yes!' 아이스하키대표 안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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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No, 아이스하키 Yes!' 아이스하키대표 안근영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3.07 11: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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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비교는 이제 그만...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여자 특기생

[300자 Tip!] 김연아와 찍은 사진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안근영(23 광운대). 아직 아무것도 실감이 안 난다는 그는 김연아와의 외모 비교는 부담스럽다고. 여자 아이스하키 사상 최초의 여성 특기자이기도 한 안근영은 멀게는 평창올림픽을 향하여, 가깝게는 오는 9일 시작하는 아시아챌린지컵에 대비해 태릉실내빙상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태릉=스포츠Q 글 권대순 기자 ·사진 최대성 기자] '피겨여왕' 김연아와 인증샷 한 장을 찍었다. 하루도 안돼 국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오르며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안근영의 이야기다. 지난 3일 대한체육회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 장은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처음 ‘안근영은 누구?’로 시작된 기사는 ‘박현별과 닮은 꼴, 걸그룹급 미모, 하키 퀸’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이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빛나는 외모로 주목받은 안근영이지만 아이스하키선수로서의 그는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네티즌들이 이야기하는 아이스하키 ‘여신’이 아닌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안근영을 만났다.

▲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안근영. 그는 다가오는 아시아챌린지컵과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 김연아와 외모비교? 부담스러워요

지난 3일 태릉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빙상 메달리스트 포상식에 참석한 김연아와 찍은 인증샷에서 안근영은 수수한 옷차림과 꾸미지 않은 모습임에도 예쁜 얼굴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일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훈련 전 인터뷰에 응한 그는 사진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그 때보다 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빛나는 외모는 숨길 수 없었다.

이 ‘외모’ 때문에 하루아침에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스타가 됐다.

“주위에서 제 기사가 났다고 먼저 말을 해줬어요. 근데 저는 실감이 안났어요. 예전에도 아이스하키대표팀 기사가 난 적은 꽤 있지만 인기를 끌고 그런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대표팀 기사가 났겠거니’ 하고 신경을 안 쓰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단다. 여느 때처럼 기사가 몇 개 올라오고 주위의 아는 사람만 읽어보는 그런 기사인줄 알았던 것이다. 안근영은 자신의 사진이 대한체육회 트위터에 올라간 사실도 몰랐다고.

▲ '사진 한장 찍었을 뿐인데...' 안근영은 태릉에서 김연아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깜짝 스타' 반열에 올랐다. [사진=대한체육회 트위터 캡쳐]

"김연아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건 아니고, 평소에 훈련하면서 마주치면 인사정도 하는 사이였어요. 선수촌 마지막으로 온다고 그래서 같이 사진을 찍고 제 SNS에 올렸거든요. 가끔 대한체육회에서 제 사진이나 다른 선수들 사진을 홍보용으로 써요. 저는 그 사진이 대한체육회 트위터에 올라간 줄도 몰랐죠.”

사진이 올라간 이후 갑자기 스타가 됐다. 사람들은 안근영을 검색했고, 기자들은 앞다투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여자로서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자로서는 기분이 좋은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자꾸 김연아 선수랑 너무 비교를 하셔서 부담스러워요. ‘외모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기사들도 있는데, 저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거든요.”

원래 털털한 성격이라는 안근영은 언론의 화려한 수식어에 적응이 안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사진 한 장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사진이 화제가 된 후 안근영은 ’우리가 2013 세계선수권 1위한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뉘앙스의 글을 SNS에올렸고, 인터넷 상에서 그의 프로필은 바로 수정됐다. 그와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올라가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알아보는 분들이 없었는데, 그 사진 한장으로 팬들이 많아졌어요.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개인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도 있어요. 정말 예상도 하지 못했는데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 한국 아이스하키 첫 여성 특기자 선수

안근영은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여성 특기자 선수다. 혜화여고를 졸업한 후 그를 받아줄 여자 실업팀이나 대학교 여자 아이스하키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대표와 클럽을 오가며 활동하던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인 남동생 안성근(21)의 소속팀 광운대학교에 2013년 입학했다.

안근영의 아이스하키 인생은 동생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아이스하키의 시작 역시 동생과 함께였다.

“처음에 동생이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해서 저도 같이 시켜달라고 했더니,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후 동생이 아이스하키로 종목을 바꿨어요. 그 때 다시 한번 말씀드렸더니 시켜주시더라고요. 제 생각엔 아이스하키가 더 위험한 종목인 것 같은데.(웃음)”

▲ 태릉실내빙상장에서 국가대표팀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안근영. 그는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여성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했다.

여자가 왜 아이스하키를 하고 싶어 했을까?

대체적으로 한국은 여성 운동선수의 비율이 남자에 비해 적다. 그 격렬하고 움직임이 많은 아이스하키 특성상 여자 선수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6학년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아이스하키가 몸싸움이 많고, 이렇게 빨리 뛰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다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귀여운 운동이라는 느낌이랄까?”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의 유일한 여자선수 안근영. 아무래도 동생의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안근영은 “둘 다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라고 운을 뗀 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부담된다”고 말했다.

◆ 불가능은 없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로젝트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프로젝트를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이 바로 딘 홀든 인스트럭터의 영입. 지난 3일부터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일단 2014 세계선수권까지 김영오 감독과 함께 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딘 감독님과 훈련을 진행하지는 않았어요. 아직은 그냥 지켜만 보고 계세요.”

그래도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 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온 만큼 분명 다른 점이 있을 터. 좀 더 자세한 얘기를 요청했다.

“가장 큰 변화는 트랙을 도는 방식의 변화예요. 예전에는 모두 한꺼번에 뛰었다면, 이제는 서로의 맥박에 맞춰서 달려요. 각자의 맥박이 다르기 때문에 뛰는 속도도 제 각각이죠. 어떤 사람은 천천히 뛰고, 어떤 사람을 빨리 뛰고.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항상 웃음을 강조하세요. 연습 끝날 때 항상 웃고 있으라고 강조하세요.”

안근영의 목표는 평창이다. 제대로 된 실업팀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현실상 평창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을 내야만 향후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지성은 "성취는 속도가 아니라 꾸준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앞에 닥친 일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안근영이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4년 후 평창 올림픽 메달이 보이지 않을까.

“큰 목표를 얘기하자면 평창올림픽에 나가서 메달권에 드는 성적을 내는거죠. 하지만 이건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인으로서의 목표죠. 개인적으로는 항상 바로 앞 게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오는 9일 시작되는 아시아챌린지컵이 목표죠. 그 중에서도 호주를 이기는 거예요. 우리보다 랭킹은 높지만 세계선수권에서 같은 디비전에 속했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어요.”

안근영의 롤모델로 대표팀 동료 신소정(24)을 언급했다. 신소정은 숙명여대 재학 중이던 2013년 8월 스스로 캐나다 대학에 지원, 합격해 현재 캐나다 대학 1부리그(CIS) 세인트 프란시스 자비에르 대학교의 주전 골리로 뛰고 있다. 안근영은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냈다"며 "특히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그 도전적인 측면이 가장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외모 비교는 부담스러워요." 안근영은 자신으로 인해 아이스하키가 관심을 받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외모 비교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밝혔다.

평창올림픽 메달.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목표이지만 지금처럼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이어지고, 롤모델 신소정처럼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안근영과 대표팀도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취재후기] 안근영은 러시아 등 외국 친구들이 올림픽 출전 후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열심히 하라고 말을 해줬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8 평창올림픽에는 당당하게 선수 대 선수로 만나 함께 올림픽을 즐기고 인증샷도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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