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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쭐난 스포츠산업 잡페어, 왜? [포럼현장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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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쭐난 스포츠산업 잡페어, 왜? [포럼현장Q]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10.0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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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준비가 허술해 보였다."

2017 스포츠산업 잡페어를 정리하는 한 마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주관하는 제7회 스포츠산업 잡페어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됐다.

그간 스포츠산업 취업정보와 기회를 제공,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인·구직자의 접점, 스포츠산업 취업박람회는 이번만큼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종료됐다.

절박한 구직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불가피한 일. 어려운 와중에도 매년 눈에 띄는 발전을 거듭해왔던 이 행사는 여러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 혹평, 돌직구... 2층은 어떻게 가죠?

일단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코엑스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장소를 옮긴 것부터 문제가 됐다. 지난해 잡페어와 달리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단 한 차례도 북적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채용정보관이 2층에 배치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흥미를 보이는 공공기기관과 스포츠마케팅 기업이 핸드볼경기장 관중석 통로에 자리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이름값이 떨어지지만 당장 인력이 필요한 기업들이 1층 플로어에 위치했다. 현재는 충원 계획이 없지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덩치 큰 곳들은 전부, 보이지 않는 2층으로 숨은 모양새가 됐다.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는 오전 상담 인원이 예상보다 적자 “2층에서 상담 진행 중”이라는 A4지를 출력, 곳곳에 붙이고 주최 측에 “2층 문을 전부 개방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자리만 있고 참가하지 않은 빈 부스들도 상당수였다. 일할 사람을 찾는 1층 기업과 달리 참가 목적 명분이 약한 2층 기업의 담당자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 휑한 스포츠산업 잡페어 현장.

수도권 대학의 스포츠 관련 전공 교수는 “우리 학생들은 오라고도 안했다. 잡 매칭이 어려워 보인다”며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이래선 안 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누군가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전횡으로 체육 예산이 줄었다는데 잡페어를 보니 알겠다”며 “2억짜리 행사라는데 예산 낭비 아닌가 싶다”고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냈다.

◆ 한국스포츠산업협회 공백 못 메웠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의 김 대표는 “매년 잡페어를 앞장서 준비했던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빠진 게 크다”며 “일반 대행사가 입찰, 운영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질거라 우려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 비어 있는 부스들. 점심시간이 지나도 기업담당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스포츠산업 관계자는 “주최 측이 한국스포츠산업협회에 도움을 구한 건가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김종 전 차관 유탄을 맞은 스포츠산업협회는 예산 삭감,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스포츠마케팅 기업 인사는 “현수막 디자인을 보라. 노란 바탕, 파란 빨간 글씨는 시대를 거스른 것 같다”며 “명찰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디테일에 전혀 신경을 안 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디자인 전문가도 “전형적인 관공서 스타일의 디자인이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한 뒤 “행사장 레이아웃도 엉망이다. 큰 기대를 하고 온 학생들의 실망이 크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잡페어의 실패는 현 정부 문체부 정책에서 체육이 뒷전으로 밀려있음을 알게 한다. “2022년까지 스포츠산업 일자리를 8만개 만들겠다”던 문체부 장관은 이날 보이지 않았다.

▲ 질타받은 폰트와 디자인.

“작년에 비해 많은 기업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준비가 허술해 보였다. 컨설팅 해주시는 분들이 교수님도 해주실 당연한 말들만 한다. 오후 4시에 갔더니 대부분 철수했더라. 홍보는커녕 전화하고 카톡만 하더라.”

아프지만 주최 측이 새겨야 할 후기다.

유의동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산업지원센터 센터장은 “코엑스 대관에서 밀렸고 해외취업관 채용에 맞추다보니 작년보다 시기도 앞당겨야 했다. 국정감사가 임박한 점도 아쉽다”며 “지적들을 알고 있다”고 추후 개선을 약속했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가 쌍끌이했다

스포츠산업 취업준비생들에게 실무자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적다. 갖은 혹평 속에도 스포츠산업 잡페어의 순기능은 여전했다.

와이지(YG)스포츠, 피파스포츠(JOMA), 영원아웃도어, 에스티엔(STN), 연천 미라클이 1층 채용관에서 구직자들과 만났고 해외취업관은 1500여 명의 서류지원자 중 100여 명의 면접을 진행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인턴으로 최종 합격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농구연맹(KBL),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갤럭시아SM, 스포티즌 직원들은 2층 정보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구직자들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입사한 이들을 파견, 생생한 취업담을 들려줬다. 김재윤 인사팀 사원, 김예솔 기획팀 사원, 한동근 경기지원팀 사원은 행사 종료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학생들을 상대했다.

스포츠잡알리오는 매년 선정하는 착한 기업으로 대한축구협회를 꼽았다. 김 대표는 “대한축구협회 반응이 가장 좋다”며 “‘모두 친절하다. 생각지 못했던 관점이나 취업정보를 알 수 있어 좋았다’는 후기들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최근 KBO의 대리인제도 승인으로 더욱 관심이 높아진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도 2년 연속 스포츠산업 잡페어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반스포츠, 지쎈, 인스포코리아, 월스포츠, FS코퍼레이션 등 축구계에서 잔뼈 굵은 14개사 80여 명의 에이전트들이 출동했다.

지쎈 상무인 류택형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며 “우리는 사명감으로 또 나왔다. 스포츠산업 잡페어가 보다 나은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취재 후기] 8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유독 많이 가는 행사인데 호된 질타만 받고 있으니 무척 안타까웠다. 무게감을 더해줄 프로구단과 굵직한 스포츠브랜드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양질의 컨설팅으로 호평을 받았던 은퇴선수 지원관도 사라졌다. 철저한 피드백, 통렬한 반성으로 다시 이렇게 혼쭐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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