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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편,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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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편,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여행기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7.10.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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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옛 역사책에는 거울 감(鑑)자가 들어간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북송의 유학자이자 역사가인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 조선의 학자 서거정의 '동국통감(東國通鑑)'이 대표적이다. 역사 속 사실로 현재를 밝혀 거울처럼 본보기로 삼고자하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독일 친구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 =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화면 캡처]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행을 통해 역사를 알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지닌 독일 사람들의 국내 여행기라 더욱 시선을 끌었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노잼' 캐릭터를 맡아 냉철한 분석력과 독일식 유머를 선사했던 다니엘 린데만은 친구들의 인상 깊은 여행기로 최근 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MBC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등장한 각국의 친구들은 유명 관광지를 중시 여기거나 개인적인 호기심에 기인한 장소 방문이 주를 이뤘다. 이는 우리가 외국을 방문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친구들은 역사와 문화적인 장소를 직접 방문하며 우리나라의 역사 전반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진지한 태도로 시청자들에게 적지않은 울림을 선사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독일 친구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 =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화면 캡처]

 

대부분이 알다시피 독일과 우리나라는 분단의 아픔이라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다.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45년간 동서로 갈라져 있던 베를린이 다시 하나의 도시가 되면서 통일에 성공했다. 

이후 27년이 지났지만 독일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휴유증을 겪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동독의 1인당 경제 소득은 서독의 2/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동독 지역 인구도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역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두 지역 간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산재(散在)한 과제들이 많다.

독일 친구들은 DMZ를 방문하면서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자기 나라의 역사를 되새김질하려 노력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고찰을 여행을 통해 얻어가려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돌아본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형무소로 이용됐던 이곳은 나라를 빼앗기게 된 배경과 우리나라 독립운동 투사들의 일대기 등이 잘 정리돼 있다.

독일은 아돌프 히틀러가 저질렀던 역사적 만행과 나치즘을 반성하고 아픈 역사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을 찾은 독일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쓰린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했다. 

또한 독일 내 다하우 수용소를 떠올리며 숙연한 태도를 보였다. 진지한 태도로 역사를 외면하는 현재의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독일 친구들의 호스트 다니엘 린데만 또한 친구들의 태도에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선사한 독일 친구들의 방문기가 "정말 의미 있었다"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스튜디오에 다니엘과 함께 있던 신아영도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적 관심도가 떨어져) 조금 부끄럽다"며 독일 친구들의 진지한 역사관에 감동을 느낀 모습이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독일 친구들은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라는 옛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통감(通鑑)의 의미를 통감(痛感)하게 만든 독일 편은 외국인의 한국 여행기가 선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찾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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