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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 재발견, 내보낸 외국인 선수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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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 재발견, 내보낸 외국인 선수도 다시 보자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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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 영입한 넥센, KIA서 방출한 소사로 선발진 메워…두산 리오스는 최고 성공사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년 한 시즌 동안 9개 구단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의 '인사고과표'가 발표됐다. 맹활약한 선수 또는 다음 시즌 기대가 모아지는 선수는 재계약 통보를 받았지만 기대 이하 또는 말썽이 많았던 선수는 방출됐다.

하지만 방출 명단 가운데에서도 아쉬운 선수가 없지 않다. 부진하다가 막판에 가서야 자신의 진가를 비로소 보여준 경우다. 그러나 구단들의 인사고과표는 이미 매겨졌고 재계약이 곤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는 좋은 기량을 보여주긴 했지만 다소 팀의 색깔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구단의 욕심에 조금 더 좋은 선수를 찾겠다며 아쉽게 방출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 좌타 거포 필요했던 넥센, 스나이더 영입 '신의 한수'기대

올 시즌이라면 LG에서 뛰었던 브래드 스나이더(32)가 딱 그런 경우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37경기에서 100타수 21안타, 타율 0.210이었다. 외국인 선수라면 당연히 방출 대상이다.

그러나 스나이더를 단순히 정규시즌 성적으로만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스나이더의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력 문제가 있었고 렌즈를 착용하자마자 비로소 진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에서 30타수 13안타, 타율 0.433에 홈런 2개로 맹활약하며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 넥센은 LG에서 올 시즌 활약했던 브래드 스나이더를 데려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타격하고 있는 스나이더. [사진=스포츠Q DB]

스나이더를 눈여겨봤던 넥센은 그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전격 영입했다. 계약금 3만 달러와 연봉 27만 달러, 옵션 8만 달러 등 총액 38만 달러다.

스나이더가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비로소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데다 한국 무대에서 이미 적응을 마친 점을 생각한다면 넥센의 영입은 일단 성공이 기대된다.

게다가 스나이더는 넥센이 원했던 좌타 거포다. 현재 넥센에는 박병호(28) 등 오른손 타자가 많지만 믿을만한 왼손 타자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넥센의 스나이더 영입은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 넥센, 소사·나이트 등 외국인 선수 재활용으로 재미

더 흥미로운 것은 역대 프로야구에서 버려졌던 외국인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겨가 맹활약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내보낸 외국인 선수도 다시 보자는 얘기도 나온다.

넥센은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로 재미를 많이 봤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헨리 소사(29)가 선발진에 큰 힘이 됐다.

소사는 2012년과 2013년 KIA에서 뛰었지만 뚜렷한 성적을 보여주진 못했다. 2012년 9승 8패와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한 소사는 지난해 9승 9패, 평균자책점 5.47로 부진했다. 당연히 KIA로부터 정리됐다.

▲ 지난 시즌까지 KIA에서 활약헀던 헨리 소사는 올 시즌 대체선수로 넥센에 입단,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소사. [사진=스포츠Q DB]

하지만 소사는 대체 외국인 선수로 넥센의 부름을 받았고 10승 2패, 평균자책점 4.61로 선발진의 한 축이 됐다. 피홈런이나 볼넷 등은 투구 이닝에 비해 지난 시즌에 비해 다소 늘어났지만 화끈한 팀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첫 두자리 승수를 올렸다.

올 시즌 초 방출된 브랜든 나이트(39)도 마찬가지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나이트는 두 시즌 동안 12승 7패에 불과했다. 2011년에도 7승 15패,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그러나 나이트는 2012년 16승 4패, 2.20의 평균자책점으로 팀의 에이스가 됐고 지난해 역시 12승 10패, 4.43의 평균자책점으로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다.

훨씬 더 시계를 앞으로 돌리면 덕 클락(38)이 있었다. 2008년 한화에서 472타수 116안타, 타율 0.246에 그쳤던 클락은 2009년 넥센으로 건너와 486타수 141안타, 타율 0.290으로 팀 타선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 두산도 레스·키퍼·리오스 맹활약으로 함박웃음

넥센만 재미를 본 것이 아니다. 두산도 수혜자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니엘 리오스(42)였다. 친화적인 성격 때문에 '이오수'라는 한국 이름을 애칭으로 갖고 있었던 그는 처음에는 KIA의 에이스였다.

특히 리오스는 2004년 17승 8패, 2.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 시즌 중반 KIA에서 두산으로 건너온 리오스는 이후 두산의 에이스가 됐다. 2006년에는 승수(12승)보다 패전(16패)가 더 많았지만 2.90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2007년에는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로 20승 투수가 됐다.

2001년 KIA에서 7승 9패, 4.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게리 레스(41)도 2002년 두산에서 16승 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한데 이어 2004년에도 17승 8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에이스가 됐다. 레스는 당시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했다.

2002년 KIA에서 19승 9패, 3.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마크 키퍼(46)는 2003년과 2004년, 두 시즌 동안 두산에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이처럼 다른 팀에서 내보냈던 선수가 맹활약한 덕분에 두산은 '줍산'이라는 원치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물론 역대 재활용 외국인 선수 가운데 실패 사례가 더 많다. 팀을 옮긴 뒤 중도 퇴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워낙 성공한 선수의 활약이 강력하기에 방출된 외국인 선수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복불복'이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인다. 한국 야구에서 한계를 드러낸 선수인지 아니면 팀 색채와 맞지 않아서인지는 분석해보면 나온다.

롯데에서 3년 동안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했던 쉐인 유먼(35)과 삼성의 통합 4연패에 일조했던 J.D. 마틴(31), 두산의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32) 역시 시장에 나왔다. 스나이더의 '재취업 성공'과 함께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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